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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상차림과 참살이 - 현대 식생활과 도자상차림의 역할
  • 편집부
  • 등록 2006-01-12 10: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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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상차림과 참살이

현대 식생활과 도자상차림의 역할 
글 최혜림 _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 교수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들 조차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것은 지속되지도 않기에 전통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변화하는 전통문화의 속성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생활문화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 때 더욱 뚜렷해진다.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서라도 요사이 변화하는 생활문화의 양상과 그 속도감을 살펴보면 전무후무할 정도로 빠른데, 그 중에서도 식생활 부분의 빠른 변화는 가히 놀랄만하다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우리의 관심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었으며, 잘 먹는다는 구체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배불리 먹는 것으로부터 조금 먹는 것으로, 영양학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에서 정서상의 만족감 까지도 줄 수 있는 먹거리로의 욕구가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정서상의 만족감에 크게 기여하는 것 중 하나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꼽을 수 있는데, 이제는 푸드스타일링과 테이블세팅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이 되었다.

한때 외식업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퓨전에 대한 거품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지만 이로 인하여 우리는 음식이 갖는 놀라운 창의력과 개발가능성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인류가 살아가기 시작한 이래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순간 퓨전이 이루어지지 않던 시기가 있었던가?
우리가 절대로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왔던 전통음식도 들여다보면 새로운 식자재의 유입과  조리법의 변화, 그리고 담는 법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지금에 와서 우리는 음식, 아니 식생활분야가 갖는 이 무궁무진한 창의성과 다양화에 대한 가능성을 산업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개발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외식산업현장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은 대중매체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직·간접적으로  가정 내의 일상식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전제로 한 관점에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자기로 차리는 상차림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음식점의 종류가 고급스러운 집, 싸고 맛있는 집으로 크게 분류되던 것에서 이즈음은 독특한 분위기의 집 위주로 선호되고 있는데, 여기서 독특하다는 것은 특색 있는 메뉴는 물론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독특한 그릇 그리고 그 위에 아름답게 스타일링 된 음식까지로, 전체적인 이미지의 조화가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 예전의 고급식당에서 그 격에 맞는 고급식기를 자랑스럽게 쓰던 것에서 이제는 음식점이 내세우고 있는 전체적인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줄 수 있는 그릇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 졌으며, 예전의 주방장이 자신의 요리를 담는 기능위주의 그릇에서 이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를 기용하여 미리 세워진 컨셉에 맞는 그릇을 선별하거나 혹은 주문제작한 그릇에 맞게 음식을 담아 내는 순서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렇듯 외식산업 현장에서 추구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위한 노력은 타 영역에서의 다양화를 가속화시키는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다양성은 곧 각계각층의 다양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즐기는 소비자층도 다양화시킴으로써 결국에는 우리의 삶 자체를 다양화시킬 수 있게 된다.
가정생활 내에서도 이러한 다양한 분위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인테리어에 맞는 상차림에 대한 요구로 이어져 상차림 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그릇이 이제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이야기 돼야 한다.
하얗고 얇으며 광택이 있는 그릇으로 상차림을 했을 때와 거친 질감과 어두운 색상을 갖는 비정형적 형태의 그릇으로 상차림을 했을 때에는 같은 음식을 놓고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가 있다. 우리가 상차림을 직접 해보면 그릇이 전체적인 상차림 분위기에 있어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잘 알 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그릇이 양식테이블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가는 한식상차림에 있어서 더욱 뚜렷해진다.

요사이 식생활의 다양화라는 변화를 전제로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볼 때 유난히 도드라지는 부분이 감지되는데, 그것은 바로 ‘건강’이라는 코드이다. 이 건강이라는 코드는 식자재가 갖고 있는 영양학적 건강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시각적인 건강이 눈에 띄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음식의 발전 방향을 감지하고 리드한다는 몇몇 잡지를 보다보면 불과 몇 년 전에는 유명 호텔이나 권위 있는 레스토랑의  조리장의 능숙한 솜씨가 빛나는 그래서 고난이도로 보이는 기술을 동원해 장식한 듯한, 그야말로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마저 드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음식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음식을 담아내는 사진 기술 또한 좀 더 조형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에 주력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의 경향을 보면 가급적 손을 덜 댄듯한 ,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것 같은, 그래서 보다 자연적이고도 친근한 형태로 다가오며, 인공적인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은, 그래서 보기에도 너무 건강해 보여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음식위주로 스타일링 된 사진을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푸드 스타일링은 행하여 진 것이고 사진 역시 이러한 효과를 더욱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조리하면서도 마치 조리하지 않은듯 하게 식자재가 갖고 있는 자체의 색감과 질감을 최대한 잘 나타내어 아름답게 연출하려는 스타일링의 방향이 오늘날 우리가 달려가는 방향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행관점에서  볼 때 이 자연지향적인 음식미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릇중의 하나로 도자기를 꼽고 싶다. 이는 도자기가 흙으로 빚어진다는 사실이 우선 감성적으로 와 닿으며, 또한 유약의 다양성이 갖는 색의 다양한 가능성, 그리고 유약을 바르지 않는 경우 갖게 되는 질감의 다양성 등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다양한 분위기를 그대로  상차림에서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재료가 아닐 수 없다.                    
가공하지 않은 듯한 자연친화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음식개발에 있어서 이를 또 한번 받쳐줌으로써 음식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며, 그 음식이 놓이는 공간을 다시한번 살려주는 역할을 함에 있어서 흙으로 빚는 이 도자기는 가장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상차림에서도 잘 볼 수 있는데, 식탁이나 린넨류, 혹은 그릇이나 센터피스에 있어서도 화려하고 장식적인 식탁으로부터 점점 심플하면서도 질감이 살아있는 소재로의 선택이 눈에 띄고 있다. 예전의 재질이 갖고 있는 본연의 질감을 감추는 방향으로 가공되던 것에서 이제는 나무는 더 나무답게, 금속은 더 금속다운 방향으로 가공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흙을 더욱 흙처럼 보이고자하는 개발은 이제 개인 공방에서뿐 아니라 제법 규모를 갖춘 도자기공장에서도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전제하에서 이제는 도자기를 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음식미감에 대한 방향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구체적 상차림의 방법을 염두에 두는 그릇개발이 행해져야할 것이다.
이미 표준화된 양식 상차림과는 달리 특히 한식상차림의 경우 전통반상차림의 시각적 표준화가 우선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를 받쳐주는 그릇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한식상차림의 다양화를 위하여 한식을 맛있고 멋있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상차림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요사이 많이 배출 되고 있는 스타일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 인력들에게서 기대되며 아울러 그릇을 만드는 작가들에게서도 역시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약력
1962년 서울 출생
1985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학사)
1995년 독일 국립 니더라인 미술대학 산업도자기 전공(Diplom)
1985-1988, 소담도예공방 디자이너로 활동
1997-2004, 광주요와 광주요도자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2005-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 교수로 재직
저서 : 광호가 제안하는 우리 상차림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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