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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예가 이찌가와 요시오市川良夫
  • 편집부
  • 등록 2006-01-17 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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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예가 이찌가와 요시오市川良夫

 

정연택 _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 교수

 

서울 수갤러리에서 이찌가와 요시오의 전시회가 열린지 몇 일 후에 일이다. 교내 소강당에서 그의 특강이 있었다. 특강 중에 그는 자신이 도자기를 하게 된 과정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도자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일단 뜻을 접고, 대학을 진학하게 된다. 아마도 도자기 입문을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모성애는 범아시아적인 현상인가 보다. 대학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나마 관련 조형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광고회사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후일 도자기 입문과 더불어 겪게 될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해 담배값 정도는 모아 놓았다고 한다. 유비무환의 정신이 대단하다. 도공과 궁핍의 동반 관계가 국경을 초월한 문제임이 여실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광고회사를 나온 후에는 도자기에 입문하기 위해 현장에서 여러해 수련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자신의 가마를 인적 드믄 시골에 짓고, 본격적인 독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찌가와 요시오의 작품제작은 마치 일기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의 스케치북은 일기장 같다.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 후에 도자기로 옮겨진다. 일기 쓰기는 일상의 단순한 기록이 아닌, 그것의 재구성을 통해 감성의 분비물을 얻는다. 따라서 일기처럼 반복되어 그려지는 그의 스케치 작업은 그가 자신의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사진1)
꼼꼼하게 그려진 그의 스케치북은 그 자체 만으로도 훌륭한 화첩이 되어 있다. 여러 권의 화첩에는 그의 삶의 여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진솔하고 소박한 심성의 세계가 그대로 배어 있다.

이찌가와 요시오의 작품은 담백하게 자신의 일상을 담아낸다. 그에게 있어 도자기는 먼저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충실해 보인다. 그리고 유희적 공간이 되기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삶의 세계를 조망하기 위한 철학적 공간이기도 하다.(사진2)
평범한 소재의 기물을 제작하는 가운데, 그는 자신을 캐릭터화한 것 같은 인물들을 반복해서 표면 위에 그리거나 또는 만들어서 기물에 얹혀 놓기도 한다. 따라서 기물의 형태는 자신의 내면적 활동의 무대이다. 기물의 형태는 단순히 기능적 차원을 떠나 그의 의식 속에 내재된 삶의 구조물이거나 자연으로 비유된다. 그 속에서 자신은 삶을 부유浮游하거나 고뇌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기물은 단지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달을 위한 매체이며 삶의 형태를 도식화 하기 위한 화면의 역할을 한다. 숭고주의적 일면도 간혹 드러낸다. 기물에 그려지거나 만들어 붙인 인물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기물에 비해 작게 묘사됨으로서 기물에 대한 숭고주의적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사진3)

자신을 캐릭터화 한 남자 인물 외에도 벌거벗은 여인과 세속적인 모습의 여인은 만화의 주인공처럼 여러 작품에 반복해서 나타난다. 벌거벗은 여인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후자는 문명화된 모습을 의미한다. 인간적 관점에서 보면 이 두 가지는 어느 쪽이든 일방적일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을 이루는 속성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개의 세계로 대비되는 여인들의 모습은 이분법적인 느낌 보다는 원형 접시의 형태 속에서 일종의 순환적 고리 속에 엮어진 것처럼 보인다.(사진4)

또 다른 작품에서 작가는 세속적인 여인의 얼굴을 가면으로 묘사하고 있다.(사진5) 가면은 진실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자유로운 본능의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가면은 자신을 구속하고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행동하게 한다. 따라서 여인의 손에 쥐어진 가면은 또 다른 가능태로서 바로 자기 자신일 수 있다.

이찌가와 요시오 작품은 연적, 접시, 합, 사발, 화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서울 전시에서는 연적이나 접시가 주종을 이루었다. 그것은 연적이 형태의 구애를 덜 받으며, 접시는 회화적 요소의 가미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연적이나 접시는 전통적이고도 일반적인 도자기의 주제이다. 그러나 그의 연적과 접시는 과거 전통적인(일본적인) 색깔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답적이지만은 않다.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핸드폰과 여자의 다리를  소재로한 연적(사진6,7)은 그가 전원생활 속에 은둔자적 자세로 머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강 마지막 부분에 한 학생이 회화적인 요소와 기능적 요소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에 관해 그에게 질문을 했다. 해묵은 질문인 듯 싶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트럭과 스포츠카를 비교하여 설명했다.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는 기능에 있어 트럭이 유리하지만 스포츠카의 문화적 매력을 빼놓을 수는 없노라고 말이다. 명쾌해 보이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내심 반문해 본다. ‘스포츠카 같은 트럭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엉뚱한 질문을 던진 순간, 문제는 다시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찌가와 요시오市川良夫 약력
1949년  일본 효고현 고베 출생
          토찌끼현 마시꼬시에서  스토우 마사오須藤政雄 선생으로부터 사사
1976년  토찌끼 현립 토찌끼회관에서 첫 개인전
1978년  사이타마현 찌찌부시 오가노에서 도자 가마를 축조
1990~1998년  <꽃과 그릇>전
사이타마埼玉현에서 Kita北미술전, 공예부문 현縣지사상 수상
법무성 [갱생보호제도 시행 50주년 기념] 포스터 작성
개인전 16회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졸업
개인전 3회
논문,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 공예의 문화적 의의(1986, 서울대),
현대공예의 탈도구성에 대한 비판적 소고(1992, 명지전문대),
공예의 역사적 개념에 관한 연구(1995, 명지전문대),
공예유통 활성화를 위한 전문교육(2003), 한국도자학회 학술대회 연구논문 발표(2004, 논문제목 : 현대공예의 노동의 의미) 등
현,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 부교수, 한국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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