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이양재 청화백자 초대전
2005.10.4 - 2005.10.31 갤러리 몬티첼로
푸른색을 담은 백자에 천진한 필치
글 김진숙 _ 미술사, 갤러리 몬티첼로 대표
나와 사물의 사이에는 대기층이 존재한다.
현존의 투명한 의식이다.
물고기는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양재의 백자는 마치 투명한 대기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중첩된 대기의 두께만큼 푸른색이 깊어지는 이치는 사물을 관찰하고 사유의 폭을 넓혀간 미술가들의 작품에 담겨져 왔다. 다시 미화된 의식으로 이양재의 백자를 감상하면 한가락의 시조가 플룻의 선율을 배경으로 흐르는 듯하다. 고요한 정적 속에 푸른색의 필치가 자유롭게 펼쳐지면서 고고하고 순결한 느낌을 체험케 한다. 오히려 만든 이보다 더 숭고하게 느끼는 미의식은, 보고 느끼는 자의 몫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 준다. 예술작품의 시공을 초월한 미적 체험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양재의 백자는 액화된 산소의 푸른빛을 닮아 있다. 맑고 투명한 수채화 같은 푸른색의 백자를 얻기 위한 작가만의 비결을 물으니, 누구나 알고 있는 기존의 방식 그대로 원칙에 따라 작업하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흙의 정제, 불의 온도, 유약의 농도 그리고 원칙을 따라 정성을 들이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니, 그리 어렵지 않은 듯 말하지만 실제로 백자에 전념하는 작가가 드문 것을 보면 얼마나 까다롭고 민감한 작업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면 자유분방하고 호탕한 작가의 모습 저변에는 원칙주의자의 완고함이 버티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된 작품은 이양재 고유 백자색의 무문백자와 동화적 그림을 그려 넣은 청화백자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점은 동화적 내용을 담은 회화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화가 못지않은 필치의 그림 읽는 도자, 내용 또한 회화 못지않은 풍부한 동화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시리즈」와 도심 위를 나는 산새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고기들, 어린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꽃, 식물이 어우러져 있는 내용은 백자를
캔버스 삼아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다. 청색 단색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풍부한 서정적 내용으로 상상력을 유도하는 청화백자는 이양재 방식의 현대화된 백자를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무문백자 작업에 매진해 왔던 작가는 물레작업의 자연스러움과 즉흥적 우연의 효과를 원칙적 완고함과 함께 파격의 미美로 담아내고 있다. 주로 원통형을 기본으로 물레작업 과정에서 약간의 변형을 주면서 형태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레작업의 흔적이 나이테처럼 남고, 그 위에 흐르듯 맺힌 백자의 투명유는 신선한 물방울처럼 맺혀있다. 그의 백자는 조형적 측면에서나 색감의 표현 모두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순수 감상을 위한 도자 작품 이상을 위한 것이라면 일상 식기로서의 실질적 용도와 다양성에 대해 보다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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