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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황선회
  • 편집부
  • 등록 2006-02-22 16: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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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황선회

주전자의 암팡진 모양새가 좋아서 시작한 작업
쉽고 편안하게 즐기는 그릇

먼 길로 돌아가도 애초에 예정된 곳이 거기였다는 듯이 어떤 이에게는 필연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 작가 황선회(32)에게는 도예가가 되어 주전자를 빚고 있는 현실이 필연적인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남들과는 달랐지만, 도예가로 불리고 있는 황선회는 지금 자신의 일과 호칭에 흡족해한다.
담담한 분청빛에 아기자기한 장식을 한 자그마한 주전자들이 황선회주전자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03년 첫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여졌으니 이제 만 2년이 조금 넘었다. 작업경력은 길지 않지만, 올해 열린 2회전은 1회전에 비해 한층 성숙하고도 다양한 작품내용으로 ‘황선회 답다’할만한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기능에 충실한 기형과 단정한 장식 각양각색
그의 주전자들은 한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지만 신경질적이거나 예민하지 않다.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 기형과 해침이 없는 단정한 장식들은 조목조목 살펴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양각색의 주전자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으면, 작가의 작업 과정에서의 유희를 엿볼 수 있다. 형태와 장식 유약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그는 특히 도자기가 갖고 있는 전체적인 선을 중요시한다. 그의 작업실 물레자리 앞에 붙어있는 여러 장의 스케치들은 장식이나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전체적인 기형을 선으로 그려놓은 것들이다. 달항아리의 풍만함 또한 그가 작은 주전자에 담고 싶은 맛이다.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소담하고 풍요로운 우리의 넉넉한 선을 담고 싶다.

첫 번째 발걸음 <나의 주전자>
황선회는 대학졸업 후 경기도 광주의 분청요장에서 1년간 일했다, 반복되는 단순노동 속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열망이 더 커져갔다. 2003년 독립해 무작정 전시계획을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전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 때 다도를 잠깐 배운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주전자를 만든 게 그 영향 때문인지 거 같다고 회상한다. <나의 주전자>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전시에서 황선회는 사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주관적인 주전자를 만들었다. “<나의 주전자>는 내가 만든 주전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이 ‘나의 주전자’라고 불리며 애정을 갖고 사용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붙였습니다.” 덜 다듬어진 그의 주전자를 통해 차인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고, 스스로의 작업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전시를 통해 아무것도 없는 중에 첫발을 내딛게 되니 한발한발 진행할 수 있었다.

2회전 <주전자 어울림>
찻자리 모티브로 한 벽장식
올 봄에 열린 2회 개인전은 1회 개인전에 비해 넓은 전시장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자그마한 주전자만으로 전시장을 채우기엔 역부족일 것 같아 주전자를 모티브로 한 벽걸이 작품들과 합, 접시 등을 함께 작업했다. <주전자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주전자와 그에 어울리는 다른 도자기 소품들, 주전자가 쓰이는 찻자리를 꾸며줄 벽걸이 등으로 주전자에서 보다 확장된 작품내용을 보여줬다. 오래돼 빛바랜 과반을 틀 삼아 혹은 다기가 과반에 담기듯이 편편해지거나 반부조가 된 찻그릇과 화기들로 화면을 구성했다. 관람자들은 이 벽장식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주전자와 찻잔이 놓인 찻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여러 벽장식 중 반부조와 실제 찻잔이 함께 있거나 작은 꽃병에 실제 꽃을 꽂아 재미요소를 더했다. 이같은 작업은 늘 그릇만 만들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밖에 주전자와 함께 놓이고 사용되는 접시와 찻잔들도 선보였다. 세트의 개념보다는 그가 갖고 있는 통일된 느낌 속에서 다양한 장식으로 변화를 줬다. 텁텁하지 않은 화장토를 전체에 덤벙하거나, 덤벙분장한 위에 점이나 선으로 장식한다. 접시도 반듯한 원형이기보다는 연잎의 자연스러운 선을 닮으려하고, 장식에도 작은 연잎모양 혹은 금란화잎을 만들어 붙이기도 한다. 선장식도 연잎의 잎맥처럼 자연스럽다.

작업 속 보완점이 곧 새로운 아이디어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이 그도 작업하면서 보완점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다. 주전자를 좋아해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완해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늘 공부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다.
“처음에는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 한 적도 있어요. 반면에 혼자 작업한 덕분에 제 나름의 색을 좀 빠르게 찾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일장일단一長一短이라는 말이 있나보다. 그는 요장에서 일할 당시엔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현장에서 경험한 1년 동안 전통분청을 보는 눈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작업에 대한 열의가 깊어진 시기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힘들었던 시기도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공신
깊어가는 자신의 작품 기대하며 작업
서울 북촌을 지나 창덕궁 뒤편에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황선회의 작업실에서 자신의 그릇에 차를 대접하는 그의 이야기 속에 낙천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며, 실수라고 여겼던 일도, 지루했던 일도 자신이 도자기를 하게 만든 일들이었다고 여긴다. 요란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당당하게 찻자리의 주인공이 되는 그의 주전자와 물빠지는 받침과 접시 등 어울림 그릇들이 있어 더 편안했다.
작가는 앞으로도 주전자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작업할 계획이라고 전한다. 해를 거듭하며 깊어지는 자신의 주전자와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설레는 작업을 이어간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사진설명>
1.물빠짐 받침과 그 받침.
  비내리는 연못 위에 떠있는 연잎같다
2.2005년 2회 개인전의 작품들

3.작업실 한켠의 주전자 풍경

4.물레자리 앞의 스케치들
5.덤벙 분장시 생기는 자연스러운 선을
  장식으로 이용했다

6.선장식과 매듭모양의 꼭지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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