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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도예전 <자화자찬自花自讚> - 영원불멸永遠不滅의 자연
  • 편집부
  • 등록 2006-02-23 14: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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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도예전 <자화자찬自花自讚>
2005.11.2 - 2005.11.8 가나아트스페이스 3F

영원불멸永遠不滅의 자연 

글 홍성희 _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연구지원센터 연구원

자연은 아름답고 생동하고 생성한다. 꽃은 여러 가지 빛깔과 연연한 자태를 지녔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요, 또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생명의 창조를 의미하는 생동이며, 꽃은 열매를 맺으므로 생성이라 볼 수가 있다. 열매는 다시 씨앗으로 변하여 다시 꽃을 피우니 영생불멸 영원함을 상징하는 신과 동일하게 인식된다.
많은 작가들이 자연에 매료되는 이유는 이 연속성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본질적으로 일방이 아닌 순환적인 시간 위에 놓여 있음을 알기에 많은 작가들이 생명의 본질을 앎으로서 인간 본성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풀을, 꽃을, 씨앗을, 나무를 재현해낸다.
이은하의 작업 또한 이 연장선상에 서 있다. 그녀는 자연의 아름답고 싱그러움에 유혹된 일련의 작가들과는 달리 그 안에 내재된 거친 생명력에 주목해왔다. 그녀가 정녕 보고자 했던 것은 봄에 만발한 꽃의 향기로움과 화려함이 아니라 겨울 내내 찬바람과 거친 흙 속에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야 했던 뿌리의 거친 호흡이었다.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와 더없이 푸르고 싱그러웠던 지난 흔적을 지운 채 오그라들고 바싹 말라버린 생명 없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 그것이 그간 이은하가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이은하는 지난 전시들에서 소요하던 어둡고 음침한 미지의 숲에서 벗어나 이제 일상적 시공간 안에 놓여진 시들고 볼품없는 화분으로 시선을 옮겨왔다. 집안으로 유인된 축소된 작고 인위적인 자연에서조차 그녀의 식물들은 파리하고 앙상하다. 화분인지 등걸인지 알 수 없는 그 곳에 그녀는 소멸된 생명들을 다시금 재현하기라도 할 듯 앙상한 생명들을 일일이 심어 놓았다.
전시장에는 벌레 먹고 거칠고 탈색된 피부를 가진 풀과 꽃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색과 자태, 그리고 그윽한 향기로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삶의 정취를 깊게 해주던 꽃들이 그곳에 없으니 전시장 풍경은 생경하기 그지없다. 만발한 꽃들의 잎은 갈라지고 터지고 흘러버린 유약과 불의 흔적, 예리한 도구들에 의해 긁힌 흙의 상처들을 그대로 품고 있다. 그 흔적은 꽃잎과 꽃잎 사이 숨어있는 씨앗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 생경한 풍경 속에는 사그라짐과 소멸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만든 식물들은 하나같이 한 개체의 총체적 근원 - 씨앗을 부여잡고 있음으로써 재현될 자신의 생명과 목숨을 놓지 않고 있다. 존재의 기억을 모두 품고 있는 씨앗은 다시금 봄이 오면 땅 속 깊은 곳에서 또 꽃을 피우고 확장할 것이다.
뭇 생명들의 원형이며 끝없이 새로움 그 자체인 자연, 이 자연이야말로 작가들에게는 영원한 물음이며 또는 해답이다. 흙으로 자연에 깊이 다가가면 갈수록 이은하 역시 생명의 본 고향으로 점점 인도될 것이며,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만나고 깨닫고 발견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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