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코트레익 도자박물관 특별전
‘도예 안에서의 혁명Evolutie in de porseleinkast’
글+사진 이윤경 _ 벨기에 리포터
지난 11월 11일 벨기에의 코트레익 도자박물관에서 옛도자와 현대도자가 만나는 전시가 시작되었다. 이 박물관에는 고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값진 도자기들이 소장되어 있어 유럽과 아시아의 도자중심권이었던 곳에서 만들어진 여러 분야의 다양한 도자기를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박물관의 학예연구팀은 옛 도자를 현대에 좀 더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옛 도자와 현대도자가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서 한 아이디어로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이어 그것이 벨기에 내에서 활동 중인 38명의 도예가들에게 알려졌고 그들을 초청하면서 이번 전시가 이루어진 것이다.
박물관의 학예연구팀은 지난 3월 박물관에 초대된 작가들에게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옛 도자기들 중 자신이 관심 있는 한 작품씩을 선택해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한다는 것을 주제로 제시했다. 도예라는 범위 안에서 흙의 다양한 종류와 재료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면과 개개인의 특별한 작업과정을 개인적 특성으로 나타내보라는 의도였다.
벨기에서 활동 중인 필자도 이 초대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방문해 또 다른 한 도예가와 함께 “과연 어떤 작품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까”하는 마음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유럽 전지역에서 제작된 옛도자기들을 돌아보았다. 선택된 38명의 도예가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을 선택하였고 거기서 얻은 영감을 새롭게 표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준비과정 중 작가들은 자신이 선택한 작품과 표현의도에 대한 계획서를 미리 제출해야했다. 여러 작품을 선택한 작가들에게는 박물관 측이 흥미를 가진 작품 한 점이 선택되기도 했다.지난 8월말, 제작이 완성된 도자기들이 박물관에 모여졌고 팜플릿 제작을 위한 사진촬영에 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전시가 준비되었으며 전시 오픈일 드디어 여러 작가들의 선택과 새로운 표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옛도자기의 기술과 장식법, 크기, 시대적 배경, 자아내는 느낌 등 여러 측면을 통해 얻어진 느낌을 각 작가들 자신만의 기법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만큼 다양한 형태와 기법의 작품을 대할 수 있었다.
여기에 몇몇 작가들이 선택한 옛 작품과 새롭게 표현된 작품 그리고 설명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진 1
작가 Tsjok Dessauvage(1948년생. 작품명 「남겨진 장식조각들」) 는 1620년과 1640년 명에서 청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작품을 선택했다. 작가는 이미 많은 전시를 통해 발표하였던 기존의 작품에 옛도자의 청색그림 장식을 표현하였다.
“인간은 끝없이 이어지려는 노력을 한다.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이어지려는 노력의 존재를 느낀다. 깨어지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지는 도자의 특성은 끊어질 듯 한 이어짐을 의미한다. 사용가치가 아닌 작품 안에 담겨진 작가의 단순한 꿈과 기억은 보는 사람에게 전해지고 이 섬세한 느낌은 다시 새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2
작가 Piro Pallaghy(1950년생. 작품명 「찻잔 옆의 손과 곤충」) 는 19세기 초 프랑스 세브르Sebre에서 만들어진 찻잔에서 영감을 얻어 표현하였다.
“주어진 사물들이 자아내는 어떤 긴장감을 표현해보려 하였다. 아이의 손, 곤충하나 그리고 19세기에 세브르에서 만들어진 찻잔. 앉아있는 곤충을 손이 내려쳐 잡을 것인가? 아니면 곤충이 놓여져 있는 손등을 물려고 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 찻잔이 쓰러질 것인가?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 가지 요소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 3
작가 Anima Ross(1956년생. 작품명 「천천히 잊혀지는..」)는 중국 명시대(1367-1644)에 만들어진 인물상을 선택했다.
“지난 여름 한 그룹과 함께 “천년의 자기”라는 명제하에 축제중인 중국을 방문했다. 눈부신 도자작품의 감상과 함께 초속으로 진행되었던 공산화가 야생적인 자본주의로 변해가는 중국인의 일상도 돌아볼 수 있었다. 21세기에서 중세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 높은 빌딩에 감춰진 가난, 시내 한가운데 걸려진 마오의 초상이 떨어져가는 모습. 무너지는 시간 속에서 그의 모습도 천천히 바래져가는 듯하다. 선전적인 개념은 무엇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가? 중국인들은 그 안에 서있고 마오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4작가 Katelijn Schetgat(1954년생. 작품명 「매듭」) 는 15~16세기 사이에 벨기에의 도시 라렌Raeren에서 만들어진 물레의 추를 선택하였다.
“영감의 근원은 하나의 불꽃, 불은 깨어나도록 끌어주고, 불은 생각을 일으켜주고, 불은 자유로움을 가져다준다. 근본적인 형태를 찾아가는 길, 그를 통해 고요와 편안이 찾아올 때까지.”
사진 5작가 Natsja Lefebre (1968년생. 작품명 「Robin」)는 중국 당시대의 전사를 선택하였다.
“나의 작품은 지속적인 연구이다. 작품의 진보성은 결과에 있다기보다는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작품하나하나마다 새로운 출발점이 있고, 밖으로의 사라지는 것과 안에서 인식되어지는 것과의 사이에서 평형을 찾으려고 한다. 여기에 고정된 인식을 넘어 이해하려는 노력이 행해진다. 이 작품에서 안과 겉의 섬세한 관계, 익명성과 정체성, 물질과 감정의 관계가 인식되어지기를 바란다.”
사진 6
필자 이윤경(1957년생. 작품명 「어느 오후」)은 19세기 초의 프랑스 남부도시 압트Apt에서 만들어진 생활용기를 선택하였다.
“이 생활용기는 유럽 사람들이 오후에 즐기는 찻 시간에 동반되어진다. 과자, 초콜릿, 사탕 등을 담을 수 있다. 이 찻 시간은 휴식과 만남의 자리이고 편안함과 즐거움의 상징이다. 여기서 필자는 한국의 동네마다 지어졌던 정자를 연상하였다. 우리 생활 속에서 정자의 역할 역시 만남과 쉬는 공간, 즉 즐거움과 자유로운 분위기였을 것이다. 이런 생각 하에 정자모양의 용기를 만들어보았다.”
이 전시는 2006년 1월 31일까지 보여진다. 전시 장소와 시간,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BROELMUSEUM, Broelkaai 6, 8500 KORTRIJK
11 november 2005 - 31 januari 2006
Elke dag van 10.00 tot 12.00 en van 14.00 tot 17.00 uur,
Gesloten op maandag en van 24 december tot en met 2 januari.
Info: Broelmuseum Kortrijk 0032 - 56 - 27 77 80
www.musea-erfgoed-kortrijk.be
www.kortrijk.be/musea
작가약력
1979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1984 독일 훼어그렌츠하우젠 요업공학과 졸업
1980~99 독일 거주 1990~93 이태리 거주
1993~현재 벨기에 거주
개인전 4회 : 1990 독일/쾰른, 1998 벨기에/겐트, 2000 벨기에/겐트, 한국/서울
1996~현재 독일, 벨기에 내의 여러 도시에서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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