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희 도예전
2006.1.18 - 2006.1.24 통인화랑
고향 - 자연으로의 회귀
글 민은주 _ 통인화랑 큐레이터
지난 해, 청주에서 처음으로 김순희의 작품을 대했을 때, 나는 뉴욕이라는 커다란 도시 안에서 사회의 소외감으로 고민하던 키이스 해링Keith Harring의 작품들을 연상했다. 그리고 김순희의 기호화 된 작품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됐다. 그러나 막상 작가 김순희와 그의 아내를 만났을 때, 내가 생각하였던 것처럼, 사회와 문명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으며, 더더욱 소외감에 대한 흔적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김순희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가장 따뜻한 고향이라는 주제로 그의 생활과 환경을 즐기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순희 작품의 특징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주제를 보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단순 기호화시킨다는 점과, 가장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한 순수 창작 조형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우선 김순희의 작품은 단순한 선으로 도안된 간단한 형태로 돼 있다. 복잡하고 불필요한 디자인을 생략하고 사물의 가장 큰 특징만을 살렸으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복잡한 의미를 배제하고, 그의 일상 안에서 대하는 자연을 가장 쉽고 친숙하게 표현해 냈다. 제작방법에 있어서도 김순희는 순수한 손 작업만으로 그의 생활과 노동과 정성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냈으며, 전통장작가마를 이용한 무유소성으로 가능한 그가 대하는 모든 자연을 작품에 담아 내고자 했다. 김순희 작품의 또 하나 특징은 그의 생을 거쳐 이루어진 회귀에 대한 작업이다. 회귀回歸란 주제는 그의 작업과 작품에 잠재되어 있는 화두이며,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자연으로의 회귀, 인간 본성으로서의 회귀, 원시적인 감성으로서의 회귀를 담고 있다.
김순희는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경험한 자연과 고향을 꾸밈 없이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직접 느꼈던 편안함과 따뜻함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며, 사회와 제도에 대한 고민이 아닌, 자연인으로써의 존재를 마음으로 느끼고 사색하고자 한다. 동시에, 외물에의 욕망, 격동에 동하지 않는 초연한 마음의 경지를 말하는 아파테이아Apatheia의 철학을 담아, 그의 작품들은 그가 보여주는 형태 이상의 깊고 심연한 작가의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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