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진 도자연수 참가기
글+사진 김경미 _ 도예가
어두운 밤, 매쾌한 석탄 냄새, 조금은 습한 공기,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공항, 이것이 인천에서 북경을 경유하여 경비행기를 타고 내린 경덕진과의 첫 대면이었다. 북경에서 3시간 남짓 비행 후 중국 강서성에 위치한 경덕진에 도착했다. 앞으로 펼쳐질 45일간의 일정에 대한 설렘을 안고, 10명의 일행은 경덕진 도자대학의 기숙사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 곳곳의 청화자기靑花瓷器 가로등은 이곳이 10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는 그 역사의 한 곳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경덕진 단기 연수의 일정은 중국어 회화, 중국 도자사, 청화·고채·분채·신채 실기수업과 이싱 답사, 자사호 실기수업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오전에는 중국어 회화수업을 듣고 첫주는 씨옹야오熊廖 교수의 도자사 강의와 산바오 작업장, 구야오 박물관, 민요 박물관 그리고 경덕진 도자 산업 공장 등을 견학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경덕진의 2~3m크기의 가로등이 제작되는 공장들의 규모나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드로잉하고 있는 모습들은 바로 이곳이 중국임을 실감케 했다.

도자사 수업은 중국의 고대 청자부터 각 시대 순으로 대표되는 작품슬라이드를 보며 시대적 배경과 특징, 기형이 뜻하는 의미나 발전 양상을 상세히 알 수 있는 강의였다. 이 수업은 실기수업이 진행되기 이전의 이론수업으로 청화나 채색(분채, 고채) 자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물론, 본인이 그 동안 간과해온, 어쩌면 간과하고 싶었던, 이 거대한 중국 도자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칠순이 가까이 되어 보이는 노교수의 빛나는 눈빛과 강의 중간에 비춰지는 중국 도자기에 대한 노학자의 애정은 이 방대한 중국 도자 역사에 새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자료로 소장하고 있는 송·원·명대의 파편들을 보여주며 이 낯선 이방인들의 이해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덕진의 청화자기는 초벌을 하지 않은 기물 위에 채색 후 시유, 소성하는 것으로 이곳 경덕진은 송대부터 원대에 걸쳐 지금까지도 청화자기를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지금은 경덕진 인구의 25%가 도자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시멘트 바닥 길을 유심히 걷다 보면 청화가 그려진 파편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곳 사람들은 보석을 밟고 다니며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경덕진에서는 관요와 민요가 모두 공재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새로 짓는 건물이 들어서는 곳마다 무수한 파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청화 실기 수업은 2주에 걸쳐 진행되었다.
양빙 선생의 강의는 각자 성형된 접시 위에 도안을 선택하여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청화는 넓고, 가늘고, 농담이 다양하게 채색 되어진 것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이곳 경덕진에는 기물을 성형하는 곳과 시유와 소성이 이루어지는 곳이 각각 분업화 되어있다. 각자 드로잉이 완성 되는대로 학교 밖 번조장에서 쉽고 빠르게 번조할 수가 있었다. 거리에서도 수레 한 가득 초벌이 되지 않은 기물을 옮기고 작품을 나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청화 2주째 수업은 경덕진 시내에서 멀지 않은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경덕진 곳곳에는 도자 산업에 관련된 크고 작은 공방이나 도재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청화 수업 마지막에는 각자 본인이 드로잉한 접시 위에 케익을 담아 먹으며,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싱 답사가 한 주 앞당겨 진행되었다. 설이 다가오면서 중국 내 이동이 어려워짐을 감안해 수업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이싱 답사는 경덕진역에서 우시역으로 열다섯 시간 기차 여행으로 시작되었다. 저녁 일곱시에 출발하여 밤새 중국 대륙을 달려 다음날 아침 아홉시에 우시역에 도착, 버스로 한 시간 삼십분 이동하여 자사호의 도시, 이싱에 도착하였다. 이싱 도자기 공장과 산업 도자기 공장, 작가 우밍의 스튜디오를 견학하였다. 거대한 기물을 캐스팅하여 생산하고 있는 산업 도자 공장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백 미터가 족히 넘어 보이는 가마 안으로 쉴새없이 소성된 기물들이 레일로 나오고 들어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과거 도자기가 번성하던 모든 곳이 그러하듯, 이싱의 강 주변에는 많은 도자공장들이 위치하고 있어, 많은 도자기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싱 답사를 마치고, 경덕진으로 돌아와 삼일간의 자사호 실기수업이 진행되었다. 꾸메이췬 선생의 강의로 얇게 판을 두드려 성형 후, 여러 시간을 마연하여 형태를 다듬는 공정을 반복하였다. 짧은 자사호 수업이었지만 늦은 저녁까지 선생님과 작업하던 시간은 모두에게 의미있는 경험과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경덕진 단기 연수 일정이 점차 막바지에 이르러 간다. 이곳은 겨울 우기가 시작되어 12월 중순부터 3, 4일 비가 오고 갠 날이 반복되고 있다. 마지막 강의인 채색화 수업은 리 레잉 선생의 강의로 자기 위에 상회 기법으로 도안을 정하여 저화도 안료로 채색하는 기법이다. 고채는 홍, 녹, 황색, 자주, 연두 다섯 가지가 주를 이루며 청대 초에는 남색 저화도 안료가 중국 내 생산이 되지 않아 청화로 채색한 뒤 고온 소성한 후, 채색하여 소성하였다고 한다. 고채는 선과 색의 농담없이 채색하는 것이 특징이며, 분채는 바닥에 유리백이라는 안료를 칠한 후 색을 첨가하여 명암을 주는 기법이 다르다. 분채의 특징은 부드러운 농담의 채색이라 정의한다. 신채 역시 저화도 안료로 서방에서 들어와 양채라고 불렸다고 한다.
단기 연수일정 중 주말이나 휴일에는 일행들과 함께 경덕진에서 서너 시간 거리인 카오링 산과 중국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이 보존되어있는 야오리 답사 여행도 하였다. 1월 1일에는 황산 여행으로 새해를 맞았다.
이제는 한주의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돌이켜보니,
지난 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던 이곳의 생활도 어느새 친숙한 일상으로 다가온다. 각 과정의 수업을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맛있는 중국식 상차림에 한 젓가락씩 한 회전을 맛을 본 느낌이랄까…? 유서 깊은 문화, 풍요로운 자원과 인력, 기술력들이 산재해 있는 이곳,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이곳에 있음을 아쉬워 만은 할 수 없다. 이곳의 풍요로움도 모든 것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또다시 우리는 우리의 자리로 열심히 되돌아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재충전 된 새로움을 안고 말이다.
지난 장기연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첫 한 주의 체계화되지 않은 일정을 탓하기도 하였으나 오히려 그 시간이 주어져 시내의 골목길이나 재래시장, 박물관, 골동품 시장 등을 둘러보며 그들의 문화나 생활상들을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첫 날 공항에서부터 모든 일정과 수업에 참여해 도움을 준 유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 건조중인 대형 기물
2, 3 청화시범
4 도자사 수업
5 이싱의 도자기공장
6 도자기 시장
7 분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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