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 Yoonchung P. Kim 초대전
2006.1.18 - 2006.1.23 통인옥션갤러리
자연에 대한 초월적 해석
글 한길홍 _ 서울산업대학교 도자문화디자인학과 교수
박윤정의 작업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은 끊임없는 탐색과 실험, 그리고 그 결과를 확연하게 보여 주는데 있다. 그것은 그의 분명한 작가적 의식이며 자세로서 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며 찬사가 되는 것이다.
십여 년 전 그를 미국 샌디에고San Diego 엔시카NCECA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 후 그가 한국을 찾아오거나 또한 내가 미국을 찾았을 때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몇 차례 작금의 도예 현안들에 대해 진지한 담론을 나눈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작업에 대한 일말의 흐름이나 변화, 또는 그가 지향하거나 추구하는 하나의 가닥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서 보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통인옥션갤러리의 초대전은 고국에서는 두 번째 갖는 개인전으로서 <얼음과 물>을 주제로 한 자연, 생태, 지구, 우주에서 일어나고 순환되는 과정이나 질서를 흙의 조형으로 펼쳐 보였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수년전 알래스카 빙하를 밟으며 느꼈던 자연의 웅장함을 표현한 <얼음과 물> 시리즈로서 자신의 운명을 작품에 투영하듯 혼을 불사르며 최근 몇 년간 몰입해 온 작업이다.
그의 작업이 거듭되는 동안 <얼음과 물>은 고체와 액체라는 변전을 거쳐 평면과 입체, 추상과 구상, 나아가 반복적 순환성에 그 의미를 찾고 있음을 본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주제는 “물은 살아있는 생명의 근원으로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평안함과 고요함 속에 순리의 이치를 지니고 있다. 그 물이 얼어 고체가 되고 다시 또 녹아내리는 끝없는 싸이클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몇 억년을 지켜온 빙하를 접하며 불과 몇 십 년을 스쳐가는 나의 삶과 나의 예술이 순간적인 것을 실감함으로서 자연 앞에서 보다 겸허하며 솔직해지고 있다. 또한 자연은 내게 평화를 주고 있으며 나를 순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다루는 주제에서 사물과의 상관적 관계에 의한, 예를 들면 팽이는 시간의 흐름 또는 삶의 형태로서, 빙하는 물과 얼음을 통한 순환질서로부터 우주의 경외감이나 평온함에서 자기 자신을 대입시키고 반추해가는 진지한 모습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작업에 도입되었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나 캘리포니아의 바다와 사막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하면서 보여준 「팽이」 시리즈에서 그는 지속적으로 삶과 인생을 얘기하고 있다.
“팽이가 만든 자국은 우리 인생의 흔적이요, 팽이가 주는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이다!”라고.
자연 인간 삶 존재 시간 공간 물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폭넓은 개념은 그가 오랜 동안 풀어가고 있는 작품을 통해 투영하는 명제들이다.
그의 작업의 예술적 가치를 높게 인식하는 작가 중의 한사람으로 ’93 NCECA 회장을 지낸 레스 로렌스 교수는 “그의 작품에는 풍경이 있다. 지도에서 찾아 볼 수없는 풍경, 파란 물에 흰 파도가 있는 그런 풍경이 아닌 풍경이다. 마치 파도가 칠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를 포착한 그런 이미지의 풍경이다. 파도가 해변에 부딪치는 순간의 포착이나 팽이가 모래사장 위에 나타낸 흔적 같은 그런 풍경들이다”라고 했다.
그의 이번 작업 「얼음과 물」 연작은 그가 추구해온 주제에 비해 보다 큰 패러다임을 제시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바다와 사막으로부터 알라스카의 얼음과 물에 이르는 자연과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초월적 해석이 그에게 있어 우주는 더없이 평화로운 안식처이자 영감의 원천으로서 무한한 창작의 세계를 열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이 그의 작업 속에 농축되어 알래스카의 빙하로부터 도출된 「얼음과 물」은 고체와 액체의 순환성을 평면과 입체, 물성과 개념, 구상과 추상의 복합적 조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내재된 의미 속에는 자연에 순응하고 다시 자연으로 회귀하는 인간의 모습을 우리 모두에게 조용한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낭만적이거나 서정적이지 않은 박윤정만의 예술적 힘이며 가치인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에스콘디도Escondido 작은 산등성이, 그곳에서 작가 박윤정은 흙으로 표현되는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를 그의 시적 음률로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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