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문지영 도예전
2006.2.15 - 2006.2.28 가나아트스페이스
동행
글 양하윤 _ 인사갤러리 큐레이터
봄볕이 만연한 인사동 길, 김종훈·문지영 2인전이 열린 가나아트스페이스의 전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갤러리 밖에서 전시장을 보고 있으면 선반 빼곡히 쌓여있는 그릇들이 하나의 새로운 오브제로 보일 정도로 디스플레이 자체의 조화가 내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한 작가의 전시에 있어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시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흔한 그릇이라는 소재로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전시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모습이 전시장 곳곳에 묻어난다.
단국대 선후배로 만나 부부도예가의 길로 걷기까지 서로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신들이 있었다고 배려하며 이야기하는 따뜻한 모습이 작품에도 녹아든 듯 하다. 김종훈은 광산에서 직접 주문한 흙만을 사용하며, 도자기에서 흙자체가 내는 느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작가가 굳이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이유도 거친 흙맛이 장작가마에서 더욱 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발의 다양한 쓰임새와 주전자의 실용성을 통해 흙만의 질감과 조형미를 한껏 느끼게 한다.
문지영의 백자 작업은 단아함과 세련됨의 절제된 형태감으로 그릇에 무엇인가를 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면을 치고, 깍고, 두드리며 변형시키는 작업을 최소한의 동작으로 표현함으로서 전통백자의 형태에서 비롯된 단순함과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보여준다.
이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과 상품의
경계선을 찾으려 했다고 전한다. 크게 변화하지 않고,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작업으로 순수미와 조형미를 조화롭게 표현하고 절제하였다. 또한 작품만을 통해서 조화를 이뤘다기보다는 서로 한길을 걷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도예가로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조화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로움에서 진정한 조화를 느끼게 하는 전시였다. 다른 듯 닮은 작품 속에서 부부만이 가지는 향이 영원하길 바라며…
『우리 부부가 그리고 싶은 것이 있다.
서로의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더해주고
욕심을 떼어내고…
그래서 가장 맛있는 그릇을 만들고 싶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것이 그릇만이 아닌 그 이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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