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자의 재조명
자료제공 _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01 건축도자의 역사와 전개
건축도자는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통해 발생되는 새로운 영역을 말한다. 이는 실용적인 분야와 예술적인 분야로 크게 나뉜다. 실용적인 분야란 건축에 쓰이는 도자 자재를 말하며 예술적인 분야는 건축적 조형성을 표현한 도자 예술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건축도자는 인류 건축의 시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흙은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였고 가장 풍부한 재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흙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 도자로 성장하였고, 기술의 발달로 도자의 표현 범위는 훨씬 넓어지게 되었다. 도자의 아름다운 표현과 앞선 기술은 시대마다 발전을 더욱 거듭하였다. 따라서 도자건축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문화와 예술이 발전한 여러 모습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게 된다.
흙 집 Adobe House건축도자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흙집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집짓기 방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전역에서 흙집은 기후와 토양을 바탕으로 다른 모습을 띠며 발달해 왔다. 인간에게 가장 풍부한 최초의 재료였던 흙은 주거생활에 널리 사용될 수 있었다. 또한 집을 짓는데 있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며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서의 장점을 갖고 있다.
자연의 돌을 이용하던 관습에서 필요에 따른 형태의 제작이 요구되자 인간은 심벽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발라 집을 지었다. 아프리카의 전역에서는 아직도 여러 형태의 흙 집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는데 지역과 부족마다 형태와 색상 등을 달리한다. 모로코나 튀니지아 등의 북 아프리카 흙집은 자연 그대로의 소박한 흙의 색상을 갖추나 화려하고 복잡한 형태의 이슬람 사원들이 주로 발견된다. 그에 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흙집은 형태는 단순하나 강렬한 원색들로 부족을 상징하거나 개인의 염원, 풍부한 자연을 묘사한 그림들이 벽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와 더불어 아프리카 전역의 해안가의 집들은 대체로 공통적인 모양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주로 흰색의 벽에 파스텔 톤의 밝은 색상의 문과 창틀을 하고 있다.
<사진설명>
1 남아공의 흙집
2 튀니지아의 흙집
3 말리의 왕고 사원Wango사진 - 세바스티앙슈티제
벽 돌 Brick흙을 빚어 말린 토기에 견고성을 더하고 자연의 풍화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불에 굽고 유약을 입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와와 벽돌 등에서도 유약을 입혀 구운 형태가 나타났다. 벽돌의 세밀한 틈새의 맞물림은 돌을 절단하여 만드는 작업보다 훨씬 수월했으며 풍부한 미적 표현이 가능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 중 하나인 기원전 7세기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유약을 입힌 테라코타 벽돌이 개발되어 궁전, 성전, 요새 등에 대량 사용되었다. 벽돌을 하나의 큰 형태를 이루는 작은 요소로 바라본 서양의 벽돌 건축 양식은 벽돌의 사이사이에 다른 형태의 벽돌을 끼워 넣어 입체적이고 자유로운 형상을 이루기 시작하였고, 큰 규모의 건축물로 발달했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건축도
자 문화는 1900년대에 풍부한 장식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대중적인 건축 양식으로 벽돌 건물이 성행하면서 더불어 시작된 아르누보의 움직임은 기하학적 격자와 유기적 곡선의 대비적 건축양식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기류 중 하나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건축도자가 형태와 선적인 미를 넘어, 색의 한계를 극복해 가자 1910년경부터 건축도자는 기능과 사회성을 보다 중요시하는 풍조가 강해지면서 아르누보는 소멸해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000년 전부터 벽돌이 사용되었다. 탑재, 바닥재, 담장재로 흔히 사용되었고 특히 백제시대에는 무덤의 내부를 지탱하는 묘재로서 부장품과 함께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부장품으로 주로 쓰인 가옥형 토기와 중층의 누각, 기와집이 조각된 문방구류는 당시 생활상과 도자의 쓰임새, 건축양식 등을 알 수 있는 건축과 관계된 도자 작품이다.
삼국시대의 벽돌은 아름다운 문양을 부조로 장식하였으며, 이후 통일신라시대의 부조 점토 벽돌은 그 화려함의 전성기를 맞는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정원의 담과 굴뚝, 지붕 밑 합각 등의 외면장식에 벽돌과 전이 활발히 사용되었다. 임진왜란 이전까지 새 수도로의 천도와 그에 따른 한양성의 건설 등으로 장중한 꽃담이 축조되었으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 사정의 악화로 그 사용은 현저하게 감소하다가 구한말 양옥 건축 기술의 등장으로 다시 널리 쓰이게 되었다.
4 brick albi cath
5 벽돌축조건물
6 벽돌축조건물
7 점토벽돌
8 조선시대의 꽃담
9 통일신라시대의 점토벽돌
기 와 Roof Tile
기와는 건물의 지붕을 덮기 위해 흙으로 만들어 구워낸 것으로 나라마다 모양과 배열방식, 색상을 달리한다. 기와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로마시대에도 존재했다. 로마시대의 유적에서는 돌이나 청동소재의 기와가, 그리스 신전에는 대리석 기와가 사용되었으나 무게나 실용성 면에서 흙으로 만든 기와의 사용이 용이하여 점차 도자 기와로 통일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기와가 중국의 하夏나라 시대에 등장하여 전국시대를 거쳐 진秦, 한漢에 이르러 크게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에 기와가 유입된 시기는 중국 한 무제가 위만 조선을 멸망시키고(B.C.108) 한사군을 설치한 기원전 2~1세기경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기와의 제작과 사용은 삼국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낙랑시대樂浪時代에 처음으로 건물에 사용되었다. 기와의 수막새와 처마 장식은 각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 상징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각 시대별 구분이 뚜렷하다. 백제는 간소한 연화무늬로 남조南朝의 강한 영향을 보인다. 특히 고구려, 백제의 유적에서 평 기와의 처마 끝에 손끝으로 누른 지압指壓무늬가 발견된 것은 처마 평 기와와 와당으로서의 원초적 형태를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북방적 기질을 받은 고구려의 기와에서 점차 부드럽고 우아한 형태로 발전하여 신라시대에는 더욱 화려하게 변하며 일본에까지 그 섬세한 화려함이 전파되었다. 이후 고려 시대의 기와는 정통성을 살린 소용돌이
꼴 무늬의 특색 있는 다양성을 보인다.
<사진설명>
10, 11 조선시대의 기와
12 통일신라시대의 수막새
13 통일신라시대의 기와
14 Mus. Applied Arts,
프랑스
15 clock in factory, 미국
16 Sea View Hosp,미국
타 일 Tile타일Tile이라는 말은 라틴어인 ‘Tugela’ 즉 ‘덮다’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기원전 1500년경 세계 최초로 고대 이집트의 3 왕조 시대 건축물인 계단형 피라미드 내에 타일이 시공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제 18왕조 시대의 것으로 짐작되는 텔엘아마르마에서 출토된 노란 바탕에 흰 데이지를 상감한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타일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유약을 입히지 않고 채색하지 않은 테라코타 타일이 벽과 지붕을 덮는데 많이 사용되었다. 한편, 중세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녹색이나 노란색 바탕에 납 유약을 입힌 타일이 교회와 궁전 건축 등에 사용되었다. 9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에서는 타일이 칼리프 궁전 건축 등에 쓰였으며, 유럽 근세 타일의 탄생도 8세기 이래 스페인에서 살았던 이슬람교도가 제작한 도기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화려한 문양과 패턴을 담은 타일들이 성행하고 타일의 문양장식을 위한 다채로운 색상의 유약의 개발 또한 한층 발달하게 되어 이슬람 문화는 그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14세기 이탈리아의 마욜리카 타일, 16세기 유럽의 파이안스 타일 등이 등장하였으며, 17세기에 이르러 타일 생산은 최고도에 이르렀다. 가우디Gaudi와 훈데르트바써Hudertwasser같은 예술가이자 건축가들은 작은 타일이나 조각난 파편들을 이용하여 건축물과 공공장소들을 화려한 색채의 공간들로 탈바꿈 시키는 작업을 한동안 성행 시켰고 작은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 기술은 유럽 전역의 광장의 바닥이나 건축물의 외관에 이용되어 발달하였다. 19세기에는 철근 콘크리트 건축의 유행에 병행하여 건물의 내 외장을 위해 공업적인 과정으로 무장식 타일이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내구성, 내화성, 미관성 및 청결성 등에서 그 성능과 기능의 우수함을 인정받은 타일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에서 애용되고 있다.
위생도기Sanitary War타일은 서양의 건축문화에서 탄생된 자재로써 견고성과 위생성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위생성의 장점을 가진 타일은 위생도기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수세식 변기를 사용한 역사 적 배경은 BC 500년의 로마 시대였지만 본격적으로는 1847년 영국 런던시에서 최초로 부유계층에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영국의 스톡온트렌드Stoke-on-Trent의 롱톤Longton 소재, 글라드스톤 박물관Gladstone Pottery Museum에서는 물로 씻어 내려 냄새 나지 않게 한 경질도기 변기로부터, 현대식 변기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사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도기 화장실 문화의 더욱 오래된 기원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흙 항아리를 변기로 사용하였으며, 하수를 이용하여 배설물을 이동시킨 화장실도 발견되었다. 기원전 1700년경 크레타 섬의 크놋소스 궁전에서는 도기로 된 변을 받는 접시 형들과 나무로 만든 좌변기가 갖춰진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였다. 그리스 시대(5세기) 시아리스 도시에서는 이동식 요강이 발명되었고, 로마시대(10세기)에는 흐르는 물에 오물을 씻어 내리는 수세식 공중변소가 설치되었다. 중세말기(13세기)에 들어서면서 배설물을 모아서 버리는 초보적인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고 16세기에 와서 요강과 변기 의자가 일반화되기에 이른다. 18세기는 요강을 내구성을 가지는 흰색 도자기로 제조하기 시작하였고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요강에 화려한 장식을 하였으나 요강의 존재를 보이지 않게 가구 내에 설치한 것이 유행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독립된 방으로 화장실이 설치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위생도기의 모양은 나라마다 생활양식과 풍습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쭈그리고 앉는 형식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걸터앉는 형식은 유럽에서 사용되었는데 제조기술의 개발에 따라 걸터앉는 형식이 점차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통하여 위생도기가 사용된 까닭은 세척이 용이해 위생을 유지할 수 있으며, 영구적인 견고성을 갖춘 소재로써 오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박 공 Gables박공이란 뱃집 양편에 八자 모양으로 붙힌 두꺼운 널을 일컫는다. 즉, 지붕 측면에 생기는 삼각형 벽을 말하며, 건물의 구조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다. 서양의 교회 건축에서는 색유리를 끼우거나, 박공 벽의 정부頂部를 지붕으로부터 돌출 시키거나, 복잡한 형태로 만든 것 등이 있다. 그리스, 로마 등의 고전 건축에서는 이것을 페디멘트pediment라고 하는데, 장식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페디멘트는 그리스 신전 건축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색으로, 일반적으로는 조각을 하고 세 꼭지에는 장식적인 벽돌을 붙인 것이 전형적이다. 동양의 기와 지붕의 박공은 목재나 벽돌을 이용하여 마무리 하였고 서양의 경우 그 재료가 매우 다양하다. 목재와 대리석, 벽돌이 주를 이루나 사치스러움을 나타내는 유럽의 건
물 중에 도자기로 제작된 것들도 발견된다.
값싸고 풍부한 재료로서 흙은 건축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널리 사용되어 왔다. 집을 짓고, 장식하고, 성과 담을 쌓는 일에 점토벽돌과 타일 등이 사용되었으며 굴뚝을 만들고 지붕을 덮거나 장식하는 데에도 기와나 타일, 도자소조 등이 이용되었다. 또한 무덤을 장식하기 위한 묘재로써 부장용품으로서 종교 및 시대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
위생도기
서양건축에서 흔히 발견되는 박공 건축 양식들
02 건축도자의 발전 가능성
인간은 집이라는 건축 구조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문화를 만들며 시대를 이어간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공공 문화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됨에 따라 인간의 생활과 문화, 그 밖의 모든 활동들이 집 밖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건축의 범위는 내부에서 외부로까지 그 기능을 더욱 확장 시켜 나가고 있다. 따라서 건축의 내 외부에 쓰이는 재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건축가와 예술가는 신소재가 개발됨에 따라 예술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대중 앞에 내놓는다.
어느 시대나 그래왔듯이 문화와 경제의 발달은 과학과 예술을 상승시키며, 그런 노력들로 인해 사회는 빠르게 발전한다. 그러나 삶에서 인간을 위한 진정한 이상이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며 모든 분야에서 그 이상향에 어울리는 재료를 찾으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해 진다. 흙은 그런 면에서 신소재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재료라고 할 수 있다. 흙은 인간 삶의 가장 많은 요소들을 포함하는 건축과 그 시작을 함께 해 왔고 늘 우리 곁에서 그 역할을 다 해 왔지만 인식되지 않았던 소재이기도 했다. 현 시대는 이제 건축도자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에 건축도자가 나아갈 방향을 점쳐보는 시점에 서있다.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은 어느 시대에나 부각되어 왔으나 현 시대의 문화와 예술은 약간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정 계층이 누리던 문화적 사치의 개념이 잠식되면서 참다운 문화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이며 사회 안에서의 필수 요소로써 자리를 잡은 것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는 개발과 발전에 치우친 성장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 구조에서 산업구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현대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자면 수도권 집중적인 사회 구조에서 지방 자치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방의 특색 있는 모습으로 제각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방의 도시들이 성장하기 위한 밑바탕에 고정 시켜야 할 자세는 우선 첫째, 문화와 예술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화와 예술은 주변 환경을 가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은 이제 더 이상 특정인들의 사치 품목이 아닌 대중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그런 대중을 위한 문화, 예술의 터전은 바로 다름 아닌 공공장소의 예술과 문화이다.
인간은 집을 짓고 주거 환경을 설계하여 생활하고 그런 환경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룬다. 도시는 인간이 만든 환경인 것이다. 인간은 외부 활동에 대응하고 생존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을 도시 안에서 한다. 또한 생산과 소비, 휴식, 건강, 문화 활동을 포함한 일상의 모든 생활이 도시 안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도시 안에 인간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과 공간이란 집과 일터,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공간과 다양한 시설을 말한다. 최근 들어 도시 안의 공공장소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도시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소중한 삶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공장소를 어떠한 컨셉으로 꾸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의 색을 정하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시대적인 변화를 빨리 읽어내어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건축가들과 도시 설계자들은 문화의 공간을 도시의 중심에 세웠다.
현대의 문화공간은 단순한 오락이나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과학과 기술이 함께 발전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많은 분야의 발전을 함께 도모한다. 예술과 과학이 함께 발전하면 인간은 첨단 과학으로 이루어진 삶에서 수준 높은 문화를 영위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의 삶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건축과 과학, 그리고 순수미술과의 만남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많은 분야의 순수 미술은 건축과 어우러지는 공공 미술로 발전하기에 적지 않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 우선 건축적인 재료를 제외한 타 재료의 미술 분야는 건축의 외부에 설치될 수 있는 견고성을 갖추지 못한 관계로 여러 사람들을 위한 공공장소의 설치물로 적합하지 못한 문제를 갖고 있다. 흙이라는 소재는 인간의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표현이 가능한 소재로 이미 검증되었다. 견고성과 자유로운 표현의 가능은 건축과 도자의 만남에 있어 이상적인 가능성을 예시한다. 우선은 도시 안에서의 건축물들의 다양화가 이루어 질 것이며 순수 미술의 범위가 확대 될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이윤을 창출 할 수 있는 커다란 근거가 된다. 작가와 대중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그로 인해 문화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건축도자가 산업과 연계하여 창출되는 다양한 가능성의 계기를 통해 예술가는 더욱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을 작품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건축과 연계된 도자에서는 그 상상력이 더욱 더 극대화 될 수 있다. 새로운 규격과 형식의 타일은 도자가 그 동안 건축의 일부분이라는 부수적인 요소의 인식에서 벗어나 건축 의도 자체가 도자에 초점이 되어 기획되는 중심적인 역할로 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예술성보다는 대규모의 생산성을 요구하면서 현대 사회의 건축 양식의 정체성과 고유성의 유무가 그다지 큰 의미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던 현재까지의 사회 구조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개인성을 생각지 않은 아파트의 네모난 공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은 수많은 미래 주거 형태의 방향에 대한 의문점과 한계점을 드러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적이며 예술적인 재료, ‘지속 가능한 이용’의 재료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생겨나자 흙에 대한 관심이 언제부터인가 곳곳에서 조용히 일기 시작했다. 흙이 가진 본질에 대한 연구는 그 동안 많은 문명과 도예가들에 의해서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세라믹의 범위는 그릇의 형태를 넘어 과거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범위에까지 발전해 왔다. 지금 사람들은 흙이 어떻게 또 다른 놀라운 발전을 통해 우리의 문명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점과 더불어 제안을 내 놓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도자와 건축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건축도자를 탄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현재 시점의 건축과 도자가 어떠한 행보를 하고 있는지를 관철하고 두 분야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주거 환경과 문화, 사회생활에 우수한 건축도자를 보급하여 예술적 미학을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가능성들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한국 사회는 성장 중심의 구조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가치에 무게를 둠으로써 예술이 실생활에서 어떠한 필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재건축의 붐은 근대화 과정에서 생산된 수많은 건축물의 수명과 관련되어 제2의 근대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 도시 안에서 외면 받았던 예술의 참여와 역할이 도시의 새로운 계획에 적극 반영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축도자는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건축도자는 인간과 환경의 절대적 관계를 유지하며 아름다운 삶의 창조적인 역할과 주거환경 및 도시 환경을 새롭게 바꾸어 줄 수 있는 대안이며, 동시에 실용적인 동기를 만족시키고 숨쉬는 공간으로 연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스튜디오 밖의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료주의적인 태도에 젖어 있던 행정가들도 예술가와 그들의 세계를 통해 보다 창의적인 도시 계획을 수행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인력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눈부신 성장을 이룬 과학기술, 건축과의 만남을 통해서 표현성과 실용성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흙이 건축도자로 거듭남으로 발생 가능한 밝은 미래의 범위 또한 무궁무진하다. 현대에 일컬어지는 예술과 건축의 개념이 변화하고 과학의 올바른 목적이 재검토되며 인간의 문화 활동의 영역이 넓어지는 이 시점에서 건축도자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할 것이다.
<사진설명>
1.독특한 건축 양식의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미술관은 모든 문화의 중심이며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2.Place Vendome 파리의 방돔광장. 도시는 빠른 속도로 문화를 발전시키는 인간 삶의 터전이다
3.<타일-Dream Series> 신상호 작 fired Painting. 현대타일은 실용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라 할 수있다.
4.버려진 건축물을 재건축하고 도자로 장식한 훈데르트 바써Hudert Wasser의 작품.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는 ‘건물의 치료사’라 불리워져 왔다.
03 국내외 건축도자 프로젝트 현황
산업화와 도시화의 바람으로 새롭게 등장한 건축소재인 콘크리트는 사용의 편리함과 단단함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건축에서 흙이 가졌던 큰 비중을 대신 차지해 버렸다. 그러나 편리함만을 생각한 사고는 환경 친화적이지 못한 재료가 낳은 문제점들에 위기감을 감지하였다. 이후 대체 재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현대는 알루미늄과 유리 나무 등의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건축들로 가득한 세상으로 성장해 갔다. 사회와 문화가 변화할수록 인간의 삶은 보다 좋은 것에 대한 탐색을 하기 마련이다. 환경 친화적인 소재이자 건축자재로의 견고성을 갖춘 재료가 필요하게 되자 건축가들은 다시 흙이라는 재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콘크리트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했던 흙이 도자로써 급격하게 기술과 예술성이 성장하여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건축에서 갈망하는 그 이상의 것들까지도 해소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몇몇 건축가들과 아티스트들에 의해 건축과 흙은 다시 한번 만나 새로운 변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유럽의 현대 건축에 흙을 다시 등장하게 한 장본인은 프랑스의 건축가 장 드티에Jean Dethier와 그르노블 흙 건축 연구소의 빠트리스 도아뜨Patrice Doat와 휴고 후벤Hugo Huben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1982년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에서 ‘세계 흙 건축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많은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의 관심으로 인해 이후 12개국에서 2년 여 동안 전시는 계속 되었다. 성공적인 전시의 성과로 프랑스 정부는 흙집을 짓는 일다보Ile d’Abeau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일다보Ile d’Abeau에 12동 64가구의 흙 임대 주택단지 조성 사업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수많은 건축가들이 지원했으며 그 결과 다양한 축조법의 흙집이 탄생되었다. 이를 계기로 일다보라는 작은 마을은 해마다 2만 명의 관광객과 아름다운 흙집 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중인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방문한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흙이라는 재료의 실험에 대한 성공은 한 마을을 유명한 관광지로 탈바꿈 시켰고 신소재에 대한 고민을 하던 유럽의 건축가들 또한 흙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일다보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은 여러 나라들은 흙 건축 연구소를 설립하기 시작하였고 흙의 본질부터 미래의 가능성까지 폭 넓은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흙은 지역마다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충분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각 지역의 흙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여 건축의 새로운 소재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노력은 현재까지도 계속 행해지고 있다. 독일의 클레이텍Clay Tec과 네덜란드의 테라피노Terrafino는 흙미장재료, 집성보드, 벽돌 등 건축에 쓰이는 자재를 순수 흙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그르노블Grenoble 흙 건축 연구소는 유네스코의 주최 하에 아프리카의 저소득층을 위한 흙 집 지어주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흙 집 프로젝트의 영향은 아메리카 지역까지 이어져 흙의 소성과 현대적인 다른 기법을 도입하여 고층 건물에까지 그 범위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는 흙을 생태 건축으로써 연구하여 21세기의 주 건축으로써 건축도자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한편 시실리의 기억, 기둥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고대 건축의 기둥과 장식을 도자로 아름답게 표현한 니노 카루소Nino Caruso, 베르시카Versica라는 작품 시리즈를 통해 건축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선과 형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윌리엄 데일리William Daley, 노르웨이 오슬로의 코트 빌딩Oslo Court Building과 올슨의 퍼포밍 아트센터걄esund Performing Art Center의 내부와 외부에 다양한 재료와 도자를 접목시켜 현대적인 도자건축의 새 지평을 연 올레 리슬레루드Ole Lislerud, 회화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선과 패턴을 여러 도시의 건축물의 벽에 거대하게 장식한 준 가네코Jun Kaneko 등의 작가들은 예술적 접근 방식을 통하여 흙의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문화의 상승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업적과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들은 건축도자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온 장본인들로 실제로 이들의 작품들을 통하여 건축도자에 대한 예술적인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었다.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도자재료는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Gaudi는 예술적인 영감을 건축물에 불어넣어 화려한 색상과 형태의 건축물을 유산으로 남겼고 건축물의 치료사라고 일컬어지는 훈데르트바써Hundertwasser는 변두리의 버려지는 암울한 건물들을 도자기로 재건축하여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만들었다. 시드니의 현대적인 건축물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욘 우촌jorn Utzon은 음향의 조화와 바닷가의 습기와 염기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타일로 그의 작품을 감쌌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그의 크고 작은 건축물에 점토 벽돌을 애용하여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건축물의 선을 창조하였고 점토 벽돌의 우수성을 반복하여 언급하였다.
네덜란드의 유럽도자워크센터European Ceramic Work centre는 2005년을 시작으로 해 건축을 순수 도자조형과 연결시켜 건축도자 예술의 지평을 여는 프로젝트를 위해 전 세계의 도예가들과 함께 많은 가능성, 그 중에서도 예술적인 측면에서 건축도자의 잠재력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건축과 도자의 관계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위해 제 1프로젝트로 벽돌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벽돌은 건축의 기본적인 자재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연구는 좀 더 명확하고 예술적이며 시각적인 결과물을 창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많은 예술가들을 집합시켜 벽돌의 새로운 창조를 도모하고 그 결과물은 국제적인 전시를 통해 대중 앞에 선보이게 된다. 또한 예술의 대중화와 경제적 이윤의 창출을 위해 네덜란드의 유명 벽돌회사인 비네르베르게르Wienerberger와 손을 잡는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벽돌의 형태와 색상, 질감에 대한 왕성한 결과물을 낳았고 벽돌 건축 회사는 예술적인 건축 자재들을 생산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산업적 성장과 기업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실험과 작업은 예술가와 건축가 사이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 교류는 또한 유럽도자워크센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유럽도자워크센터는 레지던시에 체류하는 작가들에게 실험에 필요한 무한대의 재료와 연구 기록, 각 분야의 전문 기술자들을 제공하여 이상과 현실의 상충을 의도했다. 2005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과 비쥬얼 아티스트, 도예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았고 건축도자의 미래를 논하는 장을 또한 마련했다. 이로써 건축도자의 개념의 정리와 새로운 디자인에 어울리는 기술까지 창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아이디어는 서로간의 경계를 뚫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간 주거의 모든 영역을 상징하는 건축과 풍부한 표현 가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흙의 만남을 도모하였고 건축도자의 미래를 밝혔다는 것이다.
현대 건축도자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이 시점에서 흙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현대 과학과 예술의 발전에 박자를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을 통해 상승시키는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인간 삶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건축과 과학적 진보를 더하여 모든 표현이 가능한 흙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사회와 문화를 예측해 볼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삶의 방식을 영위하는 것, 바로 건축 도자의 미래이다.
<사진설명>
1 시실리의 기억 - 니노 카루소 작
2 베르시카 시리즈 - 윌리엄 데일리 작
3 오슬로 월 - 준 가네코 작
4 유럽도자워크센터의 레지던시프로그램 작업실
5 유럽도자워크센터의 레지던시프로그램 설치작품
6 올레 리슬레루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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