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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서정옥
  • 편집부
  • 등록 2006-04-22 11: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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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서정옥

클레이 패치워크 장식 개발로 독특한 조형세계 추구
당당한 순수조형의지로 진정한 작가의 길 걷고 싶어

모던한 기하학적 패턴의 조형과 실용미 갖춘 감각적인 작품 제작
지난해 봄, 서울 청담동의 토마도갤러리에서 열린 부산지역 젊은 도예가 모임 ‘클레이버스ClayBus’ 정기전에서 간결하게 세팅된 독특한 기법과 장식의 작품을 기억한다. 작가 서정옥(33)의 점토를 꿰매 짜깁기한 천처럼 보이게 한 작품이었다. 마치 퀼트아트의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수예기법인 패치워크와 흡사했다. 일명 ‘클레이 패치워크Clay Patchwork’였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퀼트아트가 가진 역사적 주술성이나 화려한 양식을 지니고 있진 않다. 차라리 평면의 모던하고 기하학적 패턴이 공간상의 도자조형으로 표현돼 독특한 미적효과를 가득 발산하고 있다. 주전자, 컵, 화기, 합의 형태로 완성돼 실용성도 갖추었다. 그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패턴화된 미적 감각과 기교는 가감 없는 점토 특유의 마티에르를 지닌 정형화되지 않은 실용기로 완성되고 있다.

점토에 바느질 한 듯 꼼꼼한 손재주에 매니아도 생겨
그는 스스로 화려하거나 예쁜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털털한 성격이라고 한다. 작품의 성향도 꾸밈이나 거짓 없이 소박한 느낌이다. 그러나 성격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꼼꼼한가보다. 작품의 표면에 촘촘하게 찍힌 ×표시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조각도를 이용해 일일이 점토와 점토를 붙여 짜깁기한 것은 마치 천을 엮은 촘촘한 바느질 같다.
4~5종류의 점토를 5mm정도의 두께로 얇은 도판을 만들고 그 판을 임의대로 자른다. 재단된 얇은 도판 조각을 서로 연결해 붙여 계획된 형태로 성형한 후 이음부분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자 표시로 눌러 장식한다.
초벌번조 후 작품 전체에 흑유를 시유하고 스폰지를 이용해 깨끗하게 닦아 내면 ×자로 새겨진 부분에는 흑유가 스며들어 꿰맨 듯 한 장식효과가 더 잘 드러난다. 또한 간혹 각 도판의 수축율이 서로 달라 번조 시 틀어지는 요변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최근에는 ×자 짜깁기 장식을 응용해 접시 안에 동물, 식물 문양을 만들어 넣기도 한다. 그의 작품을 보는 일반 관람객들의 “꼭 가죽 같은 느낌이 나네요. 흙으로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니 신기합니다”라는 나름의 평가도 재밌다. 그의 작품은 부산과 서울에서 열렸던 몇 차례의 전시에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작품을 주문하는 매니아도 생겨 판매도 쏠쏠치 않게 성사되고 있다.
 
실습조교 연구소에서 6년간 쌓은 경험으로 도예교육과 창작활동 병행
서정옥은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작가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부산여자대학 응용미술학과 96학번으로 입학해 도자를 전공했다. 대학시절 도자기 실습실 조교와 졸업 후 학교 부설 도예연구소(혜화문화회관 도예실)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흙을 만지게 됐다. 학교와 연구소에서 6년간 매일같이 흙을 만졌지만 실질적인 작업 활동은 만 4년째다. 현재는 부산시 교육청 부설기관인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의 도예 전임강사로 근무 중이다.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은 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곳이다. 오전시간은 교육자로서 초·중·고교생들의 도예실습을 지도하고, 수업이 없는 오후시간은 넓은 실습공간과 기자재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자신의 작업세계에 한없이 빠져들 수 있다. 그간 실습 조교와 연구소, 실습지도 등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유약제조와 번조방법 등은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활동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지난 99년부터 부산지역 미술공모전 공예부문에 출품해 수차례 입상한 그는 2004년부터 <클레이버스> 회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클레이버스>는 부산지역 젊은도예가 모임으로 참신한 기획과 작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늘 새로운 흙 작업이 좋아 가족 반대불구 작가의 길 선택
작가는 지난해 말 사랑하던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요업관련 업체에서 근무하셨다. 흙 작업의 고역을 절실히 아셔서인지 생전에 유난히 도예가라는 딸의 직업을 인정해주시 않으셨다. 그것은 작가에게 항상 마음의 그늘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자극은 더 열심히 도예가의 삶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었던 정신적인 힘의 원천이었던것 같아요. 흙이 너무나 좋아 작업을 손에서 놓기 싫어 극심한 반대에서 불구하고 더 열심히 했죠.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애정 어린 근심마저도 마음으로 밖에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조금만 더 함께 계셨더라면 이 인터뷰 기사도 보실 수 있으셨을 텐데, 그럼 조금이나마 인정과 격려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하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작가는 가마문을 열 때마다 사방이 막혀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 손을 넣는 기분 좋은 기대감과 설레임을 느낀다고 한다. 무한하기만 한 흙의 재료와 기법으로 완성되는 작업의 결과물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그에게 자극을 준다. “흙 작업은 늘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그 무한함을 탐구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어요. 보여주기 위해하는 작업보다는 제 내면의 세계를 더욱 충실히 파악하는 것에 열중하고 싶어요. 작가로서 스스로를 위한 작품과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진정한 작가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한다.
작가로서 갖는 개인의 순수조형 의지가 유난히 강한 젊은 작가 서정옥. 그의 조형의지가 새로운 현대도자 예술의 한 분야를 당당히 차지해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1 화기. 1999년 작
2 합. 2001년 작
3 동물을 그려넣은 그릇과 도판받침
4 다양한 문양과 형태의 컵들
5 장식용 도자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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