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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손한 선물
  • 편집부
  • 등록 2006-04-22 1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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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손한 선물
- 나카무라 킨페이中村錦平 「동경소東京燒 자작자론自作自論」

글 키타자와 노리아키北澤憲昭 _ 미술평론가
번역 + 사진 박수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나카무라 킨페이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앞질러지더라도 당연한 나이가 되었다. 단, 너희들 젊은이들의 추격이 미온하게 보여지면, 멍청하더라도 멋대로 설치는 목숨을 간직할 생각이다. (「서문」에서)


어딘가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말은 도예에서의 현대를 개척해 왔던 이의 강렬한 자신감과 후진에게 부탁하는 강한 기대와의 싸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은 올해 고희를 맞은 저자가 후진들에게 들이미는 불손한 선물이다.1)
선물의 내용은, 제목이 「자작자론自作自論」인 것처럼 1959년부터 현재까지의 도예작업의 기록과 1967년 이후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사진에 에세이를 첨가하는 취향은 작품집 구성방법으로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자론」이 「자작」과 동등한 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자론」은 결코 「자작」의 부가물이 아니다. 선물에 첨부되는 카드와 같은 것이 아니다. 「자작」과 「자론」은 서로 결합되어 있으면서, 각각 선명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메시지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모두 날카로운 비평정신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모두 도예제작이라는 실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비평정신은 작품에서도 관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취미해제」라는 제목의 시리즈에서 금색과 여러 색채가 대항하는 모습은 일본과 관련된 통상적인 이미지에 거의 파괴적인 힘으로 변경을 강요해야 하는 것이다. 작품이 존재하는 상태, 그 자체로 비평적인 메시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평은 단지 부정만은 아니다. 비평은 대상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존재를 긍정하지 않는다면 그저 무시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나카무라의 경우는 일본에 얽힌 이미지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에서, 그리하여 일본을 자기 자신 안에서 발견하는 것에서야말로 거기에 비평의 칼을 꽂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가. 전통으로서의 전통, 현대로서의 현대 - 그리고 자기자신과 같은 자기자신에 - 이화異和, 부조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음을 느끼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수작업과 공업, 아트와 크래프트, 전통과 현대, 일상과 비일상, 유용과 무용, 일본과 서구라는 좁은 간격. 거기에 탐구의 주제를 두고 전통을 상대화하여 거기에서 무언가를 생성하려고 생각해왔다. (「동시대를 싸우다」에서)

대립하는 두 개의 항목을 나누어 가로 막은 기호인 슬래쉬 위에 자리를 정하는 구조인데, 비평의 탄환으로서의 이화는 이러한 구조에서 방법화되고 있다. 나카무라는 그것을 메타 세라믹스라고 부른다.
메타란 기존의 이항대립을 초월한 것으로, 굳이 양의성을 목표로 하는 구조를 하게 한다. 양의란 대립하는 이항을 통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을 동적으로 「복합」하는 것에 의해 조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변증법이라는 겉치레만으로 귀착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인 것을 드물게 해 왔던 현대사회에 대해 나카무라 킨페이는 손과 촉감을 눈 앞에 들이대는 것과 동시에, 손재주에 집착하는 전통주의에 대해서는 공업적인 것과 과잉의 장식성을 들이댄다. 이렇게 나카무라는 양자의 비평적인 「복합」을 견지하는 것이다. 장식의 과잉이 기능주의를 표방하는 모더니즘에의 대항적 조형이기도 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나카무라는 그 곳에서 일본 민중의-그리고 어쩌면 아시아 민중의-자기표현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출생지 가나자와와 도쿄에서 반반씩 살았던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건축과의 공동작업에서도 간취할 수 있다. 도자기의 전통과는 무관한 도쿄 아오야마의 지하에 가마를 설치한 것도 이와 같은 구조에서 시작된 것이다. 「도쿄야키」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카무라 킨페이의 비평정신을 북돋운 것은, 가나자와라는 전통공예의 지역에서, 더욱이 도자기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출신성분과, 소년기에 겪었던 패전의 체험, 그리고 60년대에 있었던 미국문화의 체험이었다. 이것들을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나카무라 킨페이는 자기형성을 이루었다. 두 개의 항목을 나눈 기호인 슬래쉬 위에 자리한 메타세라믹스의 구상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 책의 메시지도 또한 모두 그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생명을 가진 메시지를 사상이라고 한다면, 나카무라 킨페이를 도예의 사상가라고 불러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희」라는 단어는, 두보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2)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고래희라는 것은 단지 연령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도예가로서의 사는 방법이야말로 고래희인 것이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2001년에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도예심포지움에서 영어로 강연을 했던 기록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함께 실려있는데, 이것은 근년의 제도론적 미술사연구의 식견을 근거로 한 훌륭한 요약이라 할 수 있다. 일본어번역을 게재하지 않은 점에서 글로벌리즘의 현대를 과감히 살아가려 하는 저자의 기골을 간파할 수 있다. (미술수첩, 2005년 11월호)

<사진설명>
1) 나카무라 킨페이는 2005년에 고희를 맞았다.
2) 곡강시(曲江詩)에서 나온 말, ‘옛날부터 드물다’라는 뜻으로 나이 일흔살을 일컫는 말이다.

「도쿄야키 자작자론」 표지
「일본취미해제」 시리즈
/ 뜻밖이 아닌 불경한 처리,
80×80×70cm, 1996
피상체추면문양장치 / 범천지 위태롭다(東京燒 vs Mesh Work 中村一家 錦洋組展)
일본취미해제 / 거울무대(東京燒 vs Mesh Work 中村一家 錦洋組展)
「일본취미해제」 시리즈
/ 닫혀진 미태, 그러는 사이에,
70×80×80cm,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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