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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최선혜
  • 편집부
  • 등록 2006-05-12 16: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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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젊은 작가 최선혜

「브로큰 스모크」 불과 연기가 그리는 그림
깨뜨리고 조합하는 과정은 새롭게 진화하는 과정

깨진 조각들이 불구덩이 속에서 제 각각인양 색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다시 검댕이를 문질러 씻어 퍼즐을 맞추듯이 맞춰나간다. 도예가 최선혜(32), 깨트려 연을 먹이고 다시 조합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이 뚜렷하다. 남다른 비법을 가진 작업은 아니지만, 불과 연기가 만들어내는 다채롭고 조화로운 색감은 하나의 그림이 된다. 기자는 2003년 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했던 손소공방의 최선혜를 만난 기억이 있다. 역시 깨진 조각을 이어붙인 거울과 인테리어용으로 제작한 도벽타일은 초면인 그가 그 최선혜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게 했다. 그리고 2006년 이른 봄 젊은 작가 최선혜를 다시 만났다.

초벌한 기물에 칼선을 넣어 부러트려 라쿠번조
재조합으로 자연스러운 몽환적인 연기의 변화
최선혜는 자신의 작업을 「Broken Smoke」라 이름 붙였다.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그는 대학원시절부터 이러한 작업을 해왔다. 초벌한 도판이나 기물을 깨트리고 라쿠 번조해 연을 먹여 재조합한 작업이다. 초벌한 기물이 무르다고 해도, 유리처럼 매끈하게 잘라질 리도 없고, 매끈하게 다듬은 면이 재미있을 리도 없다. 그의 작품에도 마른 흙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초벌한 기물의 뒷면에 의도적인 칼선을 긋고 부러트리는 식으로 깨고, 라쿠번조 후에 재조합한다.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진 면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부러진 부분의 선을 살려낸다. 흩어져 없어져 버린 작은 조각들로 비워진 틈은 부러진 선들에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변화를 준다.
작가는 조합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깨는 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제짝을 찾아 딱 맞아 떨어질 때는 전율이 느껴져요. 때로 엉뚱한 조각이 그럴싸하게 들어 맞는 것도 재밌고, 제짝이 아니었을 때의 뭔가 어색한 느낌이 다시 제짝을 찾아내 틈 없이 딱 맞아질 때 묘미가 있어요.”

98년 문 연 작업실 손소
도벽 생활자기 캐릭터도자 등 다양한 작업 
대학원을 졸업하고 98년 작업실 <손소>를 열었다. 깨진 도자기그림을 인테리어용으로 주문받아 제작하고 설치하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요구에 맞는 작품을 한다는 게 녹록치 않았다. 이런 작업들 외에도 다양한 식기들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그는 자신의 꿈은 ‘궁극적으로 좋은 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정유를 이용하는 그의 그릇들은 여성적이면서도 강하다. 최근에는 그릇작업은 물론이고, 캐릭터 작업도 하고 있다. 올해는 판매에 더 많이 주력할 계획’이다. 디자인제품판매 사이트와 매장 등에 <피기레드>라는 브랜드의 캐릭터도자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재미있고 귀여운 캐릭터도자인형들은 젊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얼굴에 어리숙한 몸짓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한다. 언제 어느 장소에 있던지 머릿속에 늘 작업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이 아이디어가 된다. 그의 캐릭터 도자 중에는 그의 작업실이 위치해 있는 경기도 광주시 신현리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신현리 사람들>도 있다. 구체적인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겨운 이웃의 모습을 볼트와 휴즈, 하수구망 등의 철물들과 결합해 재미있는 모습을 만들어낸다. 결정유 그릇은 번조과정이 까다롭지만, 처음에 잘 나와서인지, 그 색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7년을 작업하며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게 됐다. 이번 4월엔 온라인쇼핑몰(sonso.co.kr)도 오픈할 계획이다.

태중 아이와 함께 준비한 개인전
타재료 조합과 유기적인 형태 시도
아이를 임신해있던 지난해에는 모교인 서울대학교 우석홀의 개관기념전시에 초대됐다. 여전히 ‘브로큰 스모크’ 작품을 선보였으나, 아이를 가진 당시의 그는 알처럼 생긴 작품을 처음 선보이게 됐다.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형태의 입체작품들은 「자라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설치됐다. 알이 깨짐은 새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더 자라고 성숙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에게 있어서도 깨짐은 자라기 위한 과정이다. 표면에 까칠하게 돋아있는 철사, 나무막대, 못 등은 유기적인 형태와 대조적이지만, 공격적이기보다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듯한 심성이 느껴진다.

“깨졌기 때문에 끝난 것이 아니고 끝이 다시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깨뜨리고 흩고, 다시모으기. 내작업은 하나가 되기 위한, 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우리들의 수많은 몸부림의 상징이다.” (작가노트 중)
졸업후 그다지 길지 않은 작업기간이지만,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해외연수를 준비했던 시간도 있었고, 건강이 안 좋아서 작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던 시간도 있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깨지고 조합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그의 변화들 속에 성숙해가는 도예가 최선혜를 기대해 본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1 「broken」 75×75cm, 2005
2 「자라기 위하여」 2005
3 「두드림」
4 「깨뜨림 거울」
5 「만개연 커피잔」
6 캐릭터 상품 「천사커플」
7  (좌)「broken」 20×53(h)cm, 2001
(우)「broken」 43×20(h)cm,2001
8 캐릭터 상품 「고씨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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