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eramic Art - Issue
2006 제30회 미국공예협회 볼티모어 윈터쇼
글+사진 전신연 _ 도예가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미국 공예협회ACC : American Craft Council가 주관하는 볼티모어 크래프트 윈터쇼가 미국 이너하버Inner Harbor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2월 21부터 26일까지 엿새간 열렸다. 앞의 사흘은 사업자 등록을 한 갤러리 소유주나 콜렉터, 기자 등만이 입장할 수 있는 홀세일쇼wholesale show : 도매로 주로 대량구매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었고, 뒤의 사흘은 리테일쇼retail show : 소매로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었다. ACC의 크래프트 쇼는 작가들에게는 1년간 만들어 온 작품을 판매하고, 자신의 작품을 대중과 구매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장으로 대중들에게는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수백 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접함으로써 미국 공예의 경향과 큰 흐름, 분위기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은 특히 30주년을 맞이하여 생활도예를 비롯 조각, 의복, 섬유, 가구, 유리, 금속, 가죽, 장신구 등 공예전분야를 망라하는 720여명의 작가와 공방들이 대표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하는 대규모의 행사였다.
필자는 올해로 세 번째 전시회를 참관했다. 작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계속 다시 보게되는 작가들의 기본 흐름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매년 새로운 시도로서 자신의 세계를 선보이고,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워낙 엄정한 심사를 거쳐서 작가들을 선정하고 작가들도 일단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자신감이 없으면 참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떤 부스에 가더라도 예술적으로나 실용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사흘간 쇼를 참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역시 그 규모였다. 참여 작가의 수가 많을 뿐 아니라, 메릴랜드를 중심으로 인접 주인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등에서도 관심을 가진 수많은 일반인들과 뉴욕 등지에서 도예계에 얼굴이 알려진 뮤지엄과 학교 관계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볼티모어 컨벤션 센터는 이번 쇼가 열리는 전시장만 약 215,000평방피트(약 20,000 평방미터)로 그 넓은 전시장이 작가와 관객들로 연일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홀 세일쇼가 진행되는 것을 보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소매정가의 50%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졌고 대신 $500~$600 이상 구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홀세일쇼에 입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상당한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작가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소개하고 박리다매(예술품에 이러한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지만)의 기회를 먼저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필자는 친분이 있는 작가의 전시를 도와주기 위해서 홀세일 기간인 23일부터 쇼에 참가하여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여러 작가들을 만나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그 중에서 독특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세명의 도예작가를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과 나누었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우선 첫 번째 작가는 마티 필딩Marty Fielding인데 필자는 몇 년 전(2003년) 클레이 타임즈Clay Times 잡지에 나왔던 그의 작품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큰 키에 수더분한 말씨의 마티는 수줍어하는 태도로 자신의 작품세계와 작업 과정을 설명해 나갔다. 그는 핸드빌딩과 전통적인 물레작업을 적절히 분배하여 부드러운 흙의 성질을 살려 기능성 있는 접시, 컵, 병, 티팟 등을 만든다. 물레로 작업하여 만든 슬랩을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재구성하여 형태를 만들고, 일단 콘06으로 초벌구이를 한다. 초벌된 작품 위에 말콤 시노 콘10 유약으로 여러 겹을 입힌 후 소다애쉬soda ash를 그 위에 바르고 왁스로 표면을 덮어 시노의 오렌지 색상을 보존하며 남은 부분에는 보색에 가까운 청녹색 유약을 씌워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대조Contrast, 깊이Depth, 그리고 운동성Motion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가스 가마를 이용해 환원 소성으로 온도가 콘010 되었을 때 시작한 환원을 집중적으로 한시간 반 유지하고 약하게 소성이 끝날 때까지 계속 댐퍼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 Greensboro Campus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면서 흙을 접한 그는 점차 도예 쪽으로 관심을 돌려 핀란드 공예학교에서 학생, 조교로서 공부를 계속해 나갔다. 그는 최근에 오하이오에서 뉴욕의 포츠담Potsdam, New York으로 이사와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강의하며 자신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두 번째 소개할 작가인 바바라 하내크Barbara Harnack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1/2 인치 정도의 아주 얇은 슬랩을 이용한다. 온몸을 이용하여 슬랩을 들어 올려 그 강도를 확인한 뒤,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최대한 높이로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대부분의 작품은 우아한 곡선을 기본으로 조각과 표현들이 더해진다. 콘05의 온도에서 초벌구이를 한 뒤 라쿠 소성을 이용하는데, 그 형태와 규모적인 면에서 그녀만한 작품을 라쿠작업으로 제작하는 작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보다 효과적인 작품 제작을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28m3의 라쿠가마를 직접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클레이를 드로잉을 위한 완벽한 재료이면서도 풍부한 질감과 화려한 컬러를 지닌 재로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은 조각, 부조, 드로잉, 그림이면서 동시에 도예예술 작품의 면모를 모두 지니고 있다. 실물 크기의 작품들은 일상에서의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내성적 성찰을 반영한다. 그녀는 또한 작품의 제작과정을 클레이 자체, 그리고 그 표면과 형태와의 대화라고 얘기했는데, 그 일례로서 작품을 구울 때 가마의 온도계를 읽기 보다는 계속적으로 직접 작품의 소성과정을 주시함으로써 적절한 번조를 유도한다고 한다.
그녀는 일찌기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대학Parsons School of Design을 졸업하고 70년대 중반부터 역시 도예가인 남편 마이클 랭캐스터Michael Lancaster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의 주제는 대부분은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 꼭두각시 인형제작자인 마담 소렐Madame Sorrell에게서 사사했던 때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밖에 샤갈과 미국의 전통적인 장난감과 향토미술, 아동미술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그녀는 밝혔다.
마지막 작가는 로라 피어리Laura Peery이다. 로라의 작품은 그 질감에서 다른 작품들과 큰 차이가 있다. 포슬린을 사용하였는데도 언뜻 보면 양모로 만든 펠트작품이나 천 조각으로 만든 퀼트작품과 같은 느낌이 난다. 필자는 독특한 스타일에 이끌려 그녀에게 어떻게 그런 방식의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물어보았다.
로라는 자신의 작품의 뿌리를 어렸을 때의 경험과 기억에서 찾는다고 했다. 뉴올리언즈에서 살던 어린 시절 그녀의 할머니는 <College Flocks>라는 작은 옷가게를 하셨는데, 그 가게의 다락방은 온갖 옷을수선하기 위한 장소였다. 그 곳에는 어린 시절 로라의 눈에는 신기하기만 했던 재봉틀, 가위, 다양한 색의 천 조각들, 옷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소품들로 가득했다. 그녀는 지금도 그녀의 작업실에 들어갈 때마다 <College Flocks>의 다락방에서 다양한 소재로부터 한 벌의 멋진 가운이 만들어지는 경이로운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녀는 핀치와 슬랩 성형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그녀에게는 클레이 작업도 천을 이용하여 옷을 만드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포슬린 위에 캔버스 천을 이용해 천의 질감을 내어서 재단하듯 그것들을 잘라 작품을 완성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클레이 작업과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가장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작업방식이라고 한다. 때때로 폴리머 클레이로 꽃이나 미세한 디테일을 표현하기도 하고, 미드 레인지 커머셜 포슬린과 언더 글레이즈를 이용한다. 그녀는 또한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품으로 물려받은 여러 도구들이 자신의 작품에 때때로 사용된다고 하면서(사진: The Seamstress), ‘자신의 현재-현재의 작품-는 항상 과거의 추억과 함께한다’라고 언급했다.
로라는 대학에서 스페인어와 세계 문학을 전공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도예 대학원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디자인과 드로잉 등을 공부하는 중에 예술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후배 도예가들, 예술가들에게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계속적인 관찰을 통해서 아무리 작은 요소라도 너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너의 작품에 그것을 넣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너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ACC Show와 같은 규모의 높은 수준의 행사를 매년 가까이서 참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느낀 점은 금속 공예 부문의 경우 한국 작가들이 간혹 있었지만, 도예가로 참가한 한국인 작가들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NCECA에서 한국 작가들이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견주어 본다면 조금 특이한 일이다. 학계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한국 분들이 꽤 계신데 반해 미국 내 전업도예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마티 필딩과 그의 작품
바바라 하내크 작
로라 피어리의 전시공간과 작품
필자약력
이화여대 미술대학 BFA
미국 메릴랜드 프레데릭 후드 대학원 도예과 CE
미국 메릴랜드 그린벨트 시티 커뮤니티센터 레지던트 아티스트 (2001~2004)
현, 메릴랜드 타우슨 대학 도예 전공 MF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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