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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배의 옹기막이야기(5) - 옹기의 기원 I
  • 편집부
  • 등록 2006-05-19 1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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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배의 옹기막이야기(5)
옹기의 기원 I

글 이현배 _ 옹기장

옹기의 기원을 따져보자면 당연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밝혀야겠지만 그 누구도 그 기원을 본 사람이 없을 테니 부득이 상상력의 힘을 빌려야겠다.
그래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묻기보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좋겠다. 그러자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들녘의 곤포다. 가을 추수로 나락을 떼어주고 비닐로 둘둘 말린 지푸라기 말이다. 가축 중에 몸이 가장 큰, 그러면서 초식동물인 소가 이 땅에서 겨울을 나자면 그 지푸라기는 매우 요긴한 생존 요소인 것이다. 그저 밋밋하기만 할 것 같은 지푸라기를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소를 보노라면 우리의 삶 또한 이 땅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기’가 그러했으리라 여겨진다.

옹기는 분명 이 땅, 한반도의 문화현상이다. 결국 땅과 흙과 사람의 관계 속에 형성된 것이다. 땅과 흙에서 옮길 수 없는 게 땅이고, 옮길 수 있는 게 흙이다. 거기에 또 사람이 있다.
이 땅, 한반도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가 매우 독특하다. 북위 30도에서 50도사이의 온대지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차가 크다. 같은 온대지방에 위치한 유럽의 영국과 비교하면 여름에는 4도 정도 높고, 겨울에는 그 반대로 4도 정도가 낮다. 우리는 여름에 고온 다습하고 겨울에 건조한 반면 유럽은 여름에 고온 건조하고 겨울에 상대적으로 다습하다.
그러기에 지중해성 기후에서는 토지를 한번 개간하면 항상 순종하는 토지로서 인간을 따른다. 바람 또한 약하기 때문에 모든 수목은 순리대로 자라 농업에서 목축위주가 되었다. 그래 육류를 주식으로 삼은 반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는 지구의 자전으로 항시적으로 대륙풍이 불어오고, 구릉이 많은 노년기 산악지형이기에 기상의 변화가 유독 잦아 매우 다양한 날씨 속에 최대한 적응하는 양식 속에  발효식품이 우리 식생활의 근간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과 기후는 옹기의 몸을 이루는 2차 퇴적점토의 형성에 최적의 여건이 되었다. 그래 그릇을 빚을 수 있는 흙으로 지층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많으며, 여전히 만들어 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흙이 되었다)

우리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다양한 발효식품을 발달시켜왔으며 그 방법 또한 매우 독특하여 이러저러한 조건만 만들어놓고 대기에서 미생물을 부른다는 것이다. 꼭 당골네가 신무神舞를통해 신내림을 받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진행과정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의 사계가 담겼다. 여름의 그 뜨거움과 겨울의 그 차가움의 모순까지 담아내며 이룬 궁극적으로 입안에 단침이 돌게 하는 발효미학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다. 특히 겹울의 겨울을 지나 다시 보이는 봄이 되는 과정은 가히 부활의 경지라 하겠다. 이는 분명 이 땅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이 땅의 흙으로 몸을 이룬 옹기가 옹기인 이유인 것이다. 또 이것은 이를 획득한 이 땅에 먼저 산 사람들의 놀라운 경지로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인 것이다. 그러기에 비록 다르게 불리웠다 해도 옹기는 옹기인 것이다. 이는 옹기라는 이름으로 옹기인 것이 아니라, 뭔가가 담겨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으면 옹기인 것이다.

사실 우리가 그릇을 빚고 구워보지만 그거 뻔한 일 아닌가? 그리 어려울 게 없는 그 뻔한 일가지고 먼저 산사람들이 서툴렀다고 치부한다면 그건 우리의 오만이다. 우리의 오판이다.

“근현대의 과학이 구사해온 사고의 모든 도구는, 1만 년쯤 전에 시작된 신석기 혁명 시기에 우리의 선조에 해당하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획득한 지적 능력 속에 이미 전부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우리의 과학은 기술이나 사회제도, 신화나 제의 등을 통해 표현되던 그런 능력과 근본적으로 다른 시도를 해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양자역학과 분자생물학마저도 아직 구석기를 사용하던 3만년 전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뇌에 일어났던 혁명적인 변화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그런 사고의 직접적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 ‘대칭성 인류학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식’  
    나카자와 신이치, 동아시아 출판.  

이 땅에서 이루어진 우리의 몸이 ‘뜨거운 맛을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카오스적인 상황에 이미 우리의 몸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나는 옹기를 그렇게 이해해도 좋다고 본다.


필자 이현배 옹기장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손내옹기’를 운영한다
jilb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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