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이어가는 요장
석요石窯-제주전통도예원 남제주시 대정읍 소재·원장 강창언
옛가마 복원해 제주옹기 재현하는 유일한 돌가마요장
흙과 나무 불만으로 만드는 완전한 그릇 제주옹기
토기는 세계 각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고, 발전했다. 이후 지역의 토질이나 번조 기술에 따라 경질 토기, 도기, 자기로 발전하다가 자기기술에 선두였던 중국의 도자기술이 유입되어 토착 발전하게 된다. 제주도 옹기는 이런 외부와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섬 안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발전해왔다. 1500여년전 처음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도 경질토기, 즉 제주도 옹기는 근대까지 널리 사용됐다. 뭍의 옹기와 달리 잿물을 바르지 않은 순수 무유경질토기로 철분과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제주도 흙을 사용해 붉은 갈색을 띤다. 거기에 재가 앉거나 불길이 닿아 노란빛의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제주도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남제주의 한적한 시골마을은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이들 외엔 관광객조차 보이질 않는다. 일주도로를 따라 남제주군 대정리에 도착 일주도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석요’라고 쓰인 입간판을 찾았다. 바람 여자 그리고 돌이 흔한 제주도에서는 옹기를 굽던 가마도 돌로 쌓았다. 이곳 전통도예원 석요의 가마도 옛가마를 복원한 가마로 봉통 쪽에 검은 제주도 현무암으로 둘러놓은 바람막이 담장이 있고, 가마몸통은 돌사이를 흙으로 메운 형태다. 겉에서 보는 것에 비하면 내부가 협소한 편이다. 이곳에 있는 두개의 가마(연을 먹여 검은 옹기를 만드는 검은굴, 무유번조로 자연유약을 입히는 노랑굴) 중 크기가 작은 검은굴은 굴뚝 없이 뒤로 재임하는 형태인데 그 내부 크기가 1.5루베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였다. 이보다 더 크고 중간중간 옆면에 문이 나 있는 노랑굴은 3~4루베정도 크기의 통가마다.
강창언 원장을 중심으로 8명의 도공이 제주옹기 재현현재 제주전통도예원은 원장 강창언(47)씨를 비롯해 7명의 대장이 작업하고 있다. 처음엔 16명이 시작했으나 연로한 나이의 대장들은 매해 세상을 뜨곤 한다. 현재 남은 8명도 70~ 80대다. 강창언씨는 “사명감을 갖고 전수할 젊은 후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을 여러번 이야기했다. 강창언씨가 제주도 옹기에 애정을 갖고 이곳 가마를 복원 작업을 시작한지는 12년이 됐다. 옹기와 도자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의 옹기에 대한 마음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번성했을 때 이 일대(남제주군 대정읍)에는 300~400여명의 도공들이 있었습니다. 가마도
40~50개에 달했죠, 50년대 들어 많이 사라졌지만, 80년대만 해도 20여개의 가마가 있었기 때문에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강창언씨가 제주대학 박물관에 재직하던 80년대, 그 당시만 해도 자신이 직접 전승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가마터를 답사하며, 제주옹기에 대한 자료연구에 열중했다. 올림픽이 열리던 88년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가마를 헐고 길을 내고 가마터들이 사라져버렸다. 강창언씨가 80년대 말에 찾은 대정읍의 옹기막들은 모두 사라지고 발길이 뜸한 곳에 버려진 가마들이 몇 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때서야 이미 맥이 끊겨버린 제주도 옹기를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90년대 들어서 복원을 하려니 남아있는 도공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옹기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4개 분야의 대장이 필요한데, 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어 자신의 일이 아니면 자세히 알기 어렵다. 가능한 한 많은 대장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집해 94년 어렵사리 나이든 도공 16명을 모아 다시 가마를 열고, 직접 체험하며 제주옹기 복원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70여종의 옹기 집중적으로 제작
완성률 높이기가 관권
일년에 두 번 워크숍 개최 제주도에서는 옹기가 집밖에서만 사용하는 그릇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을 길어 나르던 물허벅이지만, 그 외에도 200여종의 그릇이 만들어지고 사용됐다. 현재 제주도예원에서는 120가지 가량을 만들고 있으며 집중적으로 만드는 것은 70여종이다. “예전 제주옹기를 그대로 만들어도 현재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밥사발, 옴팍기, 버럭지, 종재기 등의 그릇이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그릇들이고, 최근에 찻잔이나 장식용 화병 같은 것들도 만들고 있습니다. 찻잔이나 작은 접시들은 3~4천원 정도에 판매하기도 하지만, 전통그대로 작업하는 방식이 까다롭고 실패율도 높은 편이라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한번 번조에 완벽한 기물이 30%정도 밖에 나오질 않아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가격대로 낮출 만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40~60만원대의 옹기를 많은 사람이 구입하지는 못하지만, 이곳 제주전통도예원은 일년에 한번씩 워크숍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작업과정을 공개하고 아이들에게 옹기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년 12월 하순경에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는 7월 중순에도 열어 호응을 얻었다. 올해 6월경에 하계 워크숍을 개최할 계획이다.
흙 수비에서 제작 건조기간만 열 달 거쳐
3박4일의 쉼없는 불때기로 완성되는 천연옹기
흙을 수비해 숙성하고 태림(흙타래를 말한다)을 빚어 물레위에서 돌려쌓는 방식은 타지역 옹기제작과 같지만, 흙에 염분이 있어 아주 천천히 오래 말려야 된다. 때문에 제작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굳어 단단해진 점토로 태림을 뽑는다. 그늘에서 어느 정도 건조된 기물들은 흙움막에 쌓아 입구를 봉하고 천천히 말리는데 건조기간만 열달 정도가 소요된다. 기물이 가득찬 4개의 건조움막은 입구가 봉해져 있다. 지금 제주도 옹기막은 일년치 땔감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소나무가 아닌 잎이 그대로 말라붙어 있는 잔가지들을 다발지어 불을 때는데, 폭발적인 불심을 갖는다. 현무암으로 된 가마 내부가 녹아내릴 만큼 온도가 높아지면, 재로 인한 요변과 가마벽이 녹아 기물에 떨어지는 등의 요변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인위적인 재나 소금의 투척 없이 온전히 불 속에서 재가 날라 옹기에 옷을 입히기 때문에, 불을 때는 도공은 잘 구워지는 데 그치지 않고, 요변을 위해 일부 기물이 불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저 않을 때까지 온도를 높인다. 일년이면 10회 가량 불을 때는데 노랑굴은 한번 번조하는데 3박 4일정도가 소요되고, 1톤트럭 40여대 분량의 나무가 들어간다. 강창언 원장의 글 속에 불때는 도공의 번뇌가 드러난다. “돌가마 속에는 불태풍이 휘몰아친다. 불길은 처음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다시 투명해 보이고 최고조에 달한다. 그때 돌가마는 ‘휘우웅’하는 가쁜 숨소리를 내고 그릇들은 몸부림친다. 최소 1/3가량이 스스로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녹아내리거나 쓰러진다. 불대장은 이를 직감하면서도 불때기는 멈출 수 없다. 제 가슴과 영혼이 녹아 흐르는 듯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절정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최고의 옹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의 관심과 젊은 전수자가 절실강창언 원장은 94년 제주도예원이 문을 연 이후 쉬는 날이 하루도 없었는데, 연구차 다녀간 학생이나 학자들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개탄한다. 오히려 일본의 도예가들이나 학자들이 찾아와 자기들의 무유자기와 비교하며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제 연로한 8명의 도공들이 떠난 후에 정말 맥이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옹기일은 다른 일과 겸해서 배울 수가 없습니다. 전념해도 10년안에 될까싶은 일인데, 간혹 배우고 싶다는 이들인 취미삼아하겠다는 정도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사명감을 갖고 전승할 인재가 가장 절실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일용직노동자를 데려다 노동일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불하며 설득해 보았지만, 차라리 일용직을 선택해 떠나버렸다.
대정읍 일대는 섬 전체가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다소 소외된 지역이다. 전통의 근거도 없는 갖가지 테마파크에 비한다면, 제주도 옹기와 그 유수한 가마터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문화적으로도 충분히 보전할 가치가 있고 관광자원으로도 돋보이는 자원임은 그곳을 다녀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서희영기자 rikkii@naver.com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영락리 1번지
064-792-0052 www.jejuceramic.com
돌하루방과 한라산
판매장
굴뚝이 따로 없는 노랑굴 뒷편
돌담으로 막아놓은 노랑굴 봉통 주변
10개월 동안 밀폐되는 건조실
가마내벽의 돌이 녹아 기물에 떨어진다
허벅은 용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제주허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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