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방 창업자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자신이 만든 작업물을 판매하는 건 작가든 사업자든
도예를 지속하려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판매자가 되는 것은 곧 사업자가
된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되는 과정이 때로 작가가 되는 과정에 모순이 되는 것도
같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 작업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그들도 큰 용기를 내어 시작한 일이거나 대단한 한걸음이라
여기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한 한걸음으로
공방을 열고 다음과정을 맞이한다
김별희 공방
김별희 공방을 운영하는 김별희씨는 지난 7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2019년부터 전통공예원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작품과 상품작업을 병행하던 그는 청년창업지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세라믹기술원과 인연이 되었다.
중소기업벤처센터와 세라믹기술원에서 창업자를 위한교육을 받으며 사업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김별희씨는 막연하던 창업과 관련해서 이런 기회가 생겨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의 소반의 형태와 미감을 식기에 접목해 전통적인 미감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은 정갈함이 돋보인다. 김별희씨는 2015년 학부 졸업전시에서 소반을 모티브로 한 다기세트를 선보였다. 학부시절부터 도예를경제활동과 연결시키도록 교육하던 교수님들의 영향으
로 더욱 완성도 있는 작업에 욕심을 낼 수 있었고 학부졸업전시작품이 판매로 이어졌다. 작업하는 걸 좋아하지만 직업이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하던 무렵 알음알음으로 그의 작업을 구입해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전업작가의 길을 걷도록 격려하는 힘이 되었다. “제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한 작업을 하는게 맞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후 2019년 성신여대 도예대학원을 수료하고 전통공예원 입주작가에 선정되어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김별희씨의 백자소반은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인의 삶에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현대의 생활에 맞춰 쓰임을 잃어 가는 백자소반을 현대생활에 어울리는 그릇으로 재탄생시켰다. 소반뿐 아니라 전통 백자가 갖고 있는 선의 아름다움은 그의 작업의 모태가 되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전통적인 사물들을 식기에 접목시킬 계획이라 전한다.
창업보육센터 내 그의 공간은 20여평의 작업실로 가마실을 별도로 하고, 물레와 캐스팅 등 성형공간, 건조장으로 구획을 나눠 사용한다. 창업보육센터로 이주해 오며 개인가마를 구비할 수 있게 된것도 뿌듯하다. 전기가마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곳 센터에는 충분한 용량의 산업전력이 개설되어 있어 별도의 설치비가 들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이천에서 작업하게 되니 재료수급이나 주변 도예계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더 좋다.
미니어처 같은 작은 소반은 현대의 식탁위에서, 다과상위에서 특별한 오브제가 된다. 접시나 찻잔받침으로서의쓰임도 훌륭해 인기가 많다. 다도구를 위주로 작업하다가 센터 입주후 식기작업이 많아졌다. 모든 과정을 혼자하는 일이 결코쉽지 만은 않지만, 그가 생활을 위해 시도했던 다른 일보다 오히려 잘한 선택이라 후회없이 매진하고 있다. 김별희 씨는 경기도자박물관 전통공예원 입주작가 전을 비롯해 리빙페어 등 오프라인 판매도 하지만 주로 온라인매장을 통한 판매가 많다. 때문에 코로나시국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요소갤러리와 서울번드, KCDF 등의 온라인 갤러리를 통해주로 판매되고 있다. 자신의 온라인스토어를 갖고 있으나 잘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력이 된다면 이또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전한다.
이해정 세라믹스튜디오
이해정 세라믹스튜디오는 백자 테이블웨어를 생산하는 공방이다. 2018년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 창업보육센터에 작업공간을 갖게 되었다. 이해정 세라믹스튜디오의 식기들은 점선면의 기하학적인 형태의 백자그릇들로 동시대의 감성을 대변한다. 쓰임에 집중하며 불필요한 요소들을 빼내다 보니 직선과 둥근그릇의 기본형태만 남았다. 운영자 이해정씨는 경희대학교 대학원 재학시절 스페인 아요르카섬에서 열린 마라치 국제 도자비엔날레에서 2등 상을 수상했다. 이또한 기하학적인 단순한 형태의 다기로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모전에 참여해 이곳에 입주하고, 공예문화진흥원 우수공예품에도 지정되었다.
그는 대학원 시절부터 단순하지만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음식이나 공간에 어우러지는 그릇에 집중해 왔다. 단순하고 싶지만 뭔가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던 대학원 당시엔 모스부호로 메시지를 담은 점을 디자인에 이용하기도 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영화대사를 모스부호로 문양화한 식기를 석사학위 청구전에 선보였다. 그는빼고 빼다가 지금의 형태가 남았다고 말한다. 반복되는 석고캐스팅 작업을 4년 가량 하다보니 종종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 최근 개발한 새로운 디자인의 1인식기세트가 주문이 많아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완만한 보울의 형태가 아닌 사선으로 처리한 옆라인의 식기세트는 점점
커지는 5개의 식기가 한세트로 포개 놓았을 때 흔들림없이 맞아떨어지
는 하나의 조형물이 된다.
대학원 졸업 후 늘 혼자 해오다 보니 더 배우고 싶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그는 해외워크샵과 레시던시에도 관심이 많
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창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교육 받
을 수 있었고, 세무나 사업계획처럼 도예 전공자가 전혀 모르던 분야의
창업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으면 어느정도 상품성과 예술성이 검증되는 거라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백자작업을 하는 그로서는 공용가스가마를 사용하는걸 어려움으로 꼽는다. 완전무결해야 되는 백자의 특성상 가마안에서 다른 소재의 티끌이 소성에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페어 판매가 주를 이루던 이해정씨는 코로나 시국에 타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온라인 갤러리 서울번드 메이스테이블 프린트베이커리 등을 통해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이해정세라믹스튜디오는 오는12월 홈테이블데코페어에 참여한다
글. 서희영 객원기자 사진. 이은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