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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현지탐방 - 일본 아리타 도자기 축제
  • 편집부
  • 등록 2006-07-12 16: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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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현지탐방

일본 아리타 도자기 축제

일본의 도조 이삼평의 기일을 기해 열리는 아리타 도자기축제가 올해 103회를 맞아 성황리에 행사를 개최했다. 인구 1만4천의 이 작은 도시는 일본도자기의 원류라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700여개의 도자기 가게들이 나서 저마다 손님을 맞는다. 축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부스가 아닌, 이끼낀 기와지붕이 이마를 맡대고 있는 도자기 가게들이 대대적인 판매를 펼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매해 아리타도자기축제가 열리는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는 일본의 ‘골든위크’ 주간으로 일주일간의 연휴다. 아리타도자기축제를 기해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3박4일일정으로 청주한국공예관 도예교실 회원들과 경기도 의왕 모락공방 회원들을 중심으로 20여명이 아리타 도자기문화 탐방길에 올랐다. 아리타는 기차가 지나는 산간마을로 험준한 산세가 위용을 자랑한다. 그들이 우리의 도공을 데려갔든 스스로 일본행을 선택했든, 이국타향 깊은 산중에 있게 된 도공이라면 어떻게든 도자기를 빚을 수 밖에 없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17세기 이삼평을 데려온 봉건영주 나베시마가 인근지역으로 도자기 만드는 법이 알려지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보호하며 발전시켜온 아리타 도자기는 이마리항을 통해 일본전역으로 팔려나가면서 이마리양식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됐다. 일본의 쇄국정책기였던 당시 나가사키의 데지마섬에서만 네델란드와의 교류가 허가됐었다. 이렇게 네델란드를 통해 최초로 일본의 도자기가 유럽에 전해지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까지 전해진다. 1653년부터 에도말기(19세기)까지 유럽으로 수출된 도자기가 2백만 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초기 이마리 양식은 유럽의 왕족과 귀족의 로코코·바로크양식의 궁전과 저택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크게 사랑받았다.

아리타 도자기축제
5월 4일 이삼평을 모신 도산신사에서는 도조제가 열린다. 축제 첫날부터 남들보다 먼저 가서 좋은 도자기를 고르기 위한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판매를 하는가 하면, 축제기간에 맞춰 신작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주최측인 아리타 상공회의소의 발표에 따르면 매해 100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방문, 매출도 30억엔(약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에서 이 일주일간의 매출로 일년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리타의 옛도자기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엷은 채색이 담긴 쇼키마리양식과 코발트와 적색 금색 상회가 화려한 고이마리양식, 적황을 띠는 붉은 색이 특징인 카키에몬양식, 녹색과 적색 금색의 나베시마 양식이다. 현대에 와서는 기존의 양식과는 상관없는 다양한 도자기들을 제작 판매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예전의 화려한 상회도자기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100엔짜리 도자기부터 몇백만엔을 호가하는 도자기까지 이곳의 도자기 종류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본전통 먹거리와 가설매장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했다.
아리타도자기 도매센터는 나란히 줄지어 있는 현대식 도자기상점 타운으로 주행사장에서 20분정도 거리에 위치해있다. 가게의 전면에는 행사기간을 맞아 할인판매하는 도자기들을 주로 내놓고 있으며, 가게 내부 중 입구에서 가까운 쪽에는 중간정도가격대의 도자기들을, 가게 안쪽에 별도로 마련된 전시대에는 고가의 작품도자기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비슷한 구성으로 40여개의 가게 구조 모두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입구에서 가까운 쪽의 다양한 작품들은 주로 젊은 작가나 대중적인 도예가들의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데, 워낙 다양한 도자기들이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이곳 역시 어느 정도의 가격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마리도예마을
마을입구에서부터 도자기조형물과 장식물들이 눈길을 끄는 이마리도예마을은 먼지하나 없을 것 같은 깨끗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아기자기한 화단이 귀엽게 꾸며진 오래된 일본전통가옥들에 도자기로 만든 ‘00窯’라는 현판이 붙어있고, 안쪽에 작업실을 겸하는 집들도 많았다.
목가적인 일본 산촌마을의 풍경과 어우러져 편안하게 산책하며 도자기를 볼 수 있다. 도석을 빻아서 가루로 만드는 물레방아가 실제 모습으로 재현돼 있어 눈길을 끓었다.

겐에몽가마 고이마리 자료관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겐에몽가마는 이마리양식을 현대 생활자기로 발전시켜 보급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곳 겐에몽가마 고이마리자료관은 겐에몽가마의 대표적인 상품들을 전시 판매하며 시연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겐에몽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량제작으로 약소화해 보여주고 있다. 실제 공장과 규모는 다르겠지만 먼지하나 없는 작업장 분위기나 굽을 깎거나 굽부분의 유약면을 다듬을 때 집진기를 이용해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3D라고 비하되기도 하는 도예작업장의 느낌이 전혀 없었다. 도안과 먹지를 이용해 기물에 도안을 옮기고, 선을 그리고, 면을 채우는 등 세밀히 분화된 작업환경이 핸드페인팅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을 거라 여겨졌다.
자료관 앞에는 축제를 맞아 천막을 설치하고 겐에몽 도자기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할인판매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고가였다. 먼지가 날리지 않는 정갈한 작업장은 고부가가치의 도자기를 생산할 만하다.  

사가현립 큐슈도자박물관
5개의 전시실 중 1실은 일본 전통 다실로 이곳에서는 개인전과 그룹전 및 소규모 도예전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2실은 현대 큐슈 도자기를 전시해 놓았는데 참관단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큐슈 야마구치 공모 수상작전>이 열리고 있었다. 올해의 공모전에는 178명의 작가가 198점을 출품해 101점의 입선작을 선정, 16점을 수상했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발이나 항아리 등의 현대적인 작품들이 수상작의 주를 이뤘다.
이 박물관의 진가는 옛도자기를 전시해 놓은 제3전시실부터 나오는데 큐슈지방 유명가마에서 나온 모든 고도자기와 명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제4전시실은 큐슈 도자기의 역사에 대해 학습실의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중 특히 간바라 콜렉션의 수출용 이마리 도자기는 왜 유럽귀족들이 열광했는지 느낄 수 있을 만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지막 5전시실은 시바타 부처가 기증한 에도시대의 아리타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1300여점에 달하는 이들의 기증작만으로 구성된 전시실이다. 과거 자국에서 수출한 도자기에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콜렉션해 다시 기증한 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박물관 로비의 가라쿠시계는 도자기 톱니와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아리타지역 각 요장에서 만든 도자기시계부속 하나하나를 모아 조립한 것으로 매시 30분에 문이 열려 시계 내부가 공개된다. 모든 부속에 각 요장의 특징적인 문양을 사용했다.

이즈미야마 자석장
아리타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도석채굴장으로 1616년 이참평이 발견해 아리타도자기를 빚을 수 있는 재료를 제공했다. 현재는 채굴을 멈춘 상태이나 거대한 도석이 절벽을 이루고 있다. 아리타 도자기는 이곳에서 카오린 성분의 도석을 채취해 물레방아로 찧고 숙성시켜 사용했다. 순도가 높은 백색의 카오린은 일본 백자발전의 밑천이 되었다. 

아리타정 역사 민속자료관 아리타도자기 참고관
이곳에서는 실물의 10분의 1 크기의 등요모형과 옛가마터의 도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아리타 지역의 민속품들이나 요장의 옛 도구들과 고문서들도 전시되고 있다.
도산신사
이삼평을 모시는 신사 1888년에 봉납된 백자로 만들어진 자기제의 대형 도리이(일본신사 입구의 문)와 고마이누(‘고려에서 온 개’라는 의미로 신성한 동물로 전해진다)상 대형물독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중턱에 위치한 아담한 신사로 아리타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매년 5월 4일 도조제가 열리는데 참관단이 이곳을 방문한 4월 30일은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일본의 천황과 아리타 영주를 함께 모시는 산사로 도자기축제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이곳에 들러 참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삼평의 14대손 가나가에 쇼페이
참관일행들은 자유롭게 축제장을 보고 싶어했으나, 먼저 도조 이삼평의 14대 손인 가나가에 쇼헤이씨의 판매장에 잠시 함께 들렀다. 아리타의 메인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이 작은 매장 안의 도자기들은 간단한 선과 양각으로 간소하게 장식됐다. 빼곡히 들어찬 화려한 상회의 아리타도자기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온 참관단을 반기는 14대손 가나가에 쇼페이의 소박한 미소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으며, 도조 이삼평의 자손임에도 카키에몬가나 겐에몬 등의 여타 요장에 비해 여의치 않은 환경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했다.

아리타 포셀린파크와 독일 츠빙거궁
1990년에 조성된 이곳 아리타 포셀린 파크 중앙에는 독일의 츠빙거궁을 본따 만든 이질적인 건축물이 있다. 아리타 도자산업의 역사를 자랑하고자 지난 90년대 초 ‘도자 공원 pocelain park’을 조성하고, 그 한가운데에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 있는 ‘독일 바로크 양식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츠빙거Zwinger궁전을 본딴 아리타도자기갤러리를 지었다.
독일 동단에 위치한 드레스덴은 17세기 후반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의 영역으로 작센은 특히 동양예술에 심취했다. 18세기 초 자신의 거성居城으로 츠빙거 궁전을 건립한 데 이어 그 안에 다시 바로크 스타일의 정원과 인도궁, 일본궁 등을 들였다. 일본궁에는 1730년 이전 일본과 중국 등에서 제작된 귀한 동양 도자기들을 모아놓고 혼자서 즐기는 갤러리로 삼았고, 지금까지 도자미술관으로 일본도자기들과 드레스덴 인근 마이센 가마에서 구워낸 최근의 작품까지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일본의 도자기는 네덜란드에 이어 독일에 전해졌으며 유럽에서는 독일 마이센에서 최초의 자기가 만들어졌다. 

하우스텐보스 Huis Ten Bosch
1992년 문을 연 이곳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왕궁과 거리를 재현하여 ‘일본 속의 네덜란드’라 불린다. 하우스텐보스란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일본과 유럽의 교류사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쇄국정책당시 네덜란드와 중국만이 국한적으로 일본과 교류했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한 항해체험과 역사관 등이 마련돼 있다.

이밖에 카키에몬 고도자자료관이나 카자이텐만궁 등을 관람했다. 3박 4일의 일정이 지났을 때는 일정내내 보았던 수많은 찻잔과 다관 접시 그릇 내열자기 등의 다양한 도자기들로 머리가 복잡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급조된 느낌이 없는 그들의 도자기축제와 우리나라의 도자기축제를 비교해보게 됐다. 도자기를 만들지 못했던 400년전 당시의 도자기에 대한 애틋한 선망과 숭배가 이어져온 것일까 생활 속에 녹아든 그들의 도자기 문화에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도자기를 구입하기 위해 축제 기간동안 이곳을 찾는 도자기애호가들의 자세가 부럽기까지 했다.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공방을 찾아가면 그림그리기나 물레체험을 할 수 있지만, 체험과 시연 등으로 애써 눈길을 끌려하지 않았다. 조선인 도공을 자신들의 신으로 모시고 있는 이곳, 나와 같은 피를 가진 이참평이 도조라는 이유만으로 괜스레 우쭐해보려해도 맥이 빠지는 건 우리가 갈길이 멀다는 증거일 것이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사진설명>

 아리타 거리
 백자로 만든 이삼평 상
 아리타의 한 판매장
 이마리의 한 도자기 판매점
 이마리에 재현된 도석 분쇄소
 백자현판이 돋보이는 이마리 도예전
 겐에몽 자료관의 작업 모습
 겐에몽 판매장
 사가현립 큐슈도자박물관의 사바타 콜렉션
 역사민속박물관의 축소가마
 자석장 모습
 이삼평의 13, 14대손의 매장
 참관단

<일부 사진이 생략됨. 더 많은 자료를 보실려면 월간도예 2006년 6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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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erazi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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