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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작가/ 도자판화가 심연보
  • 편집부
  • 등록 2006-07-14 1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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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작가

도자판화가 심연보

도예적 회화 탐구라는 표현의지로 판화기법을 도예작업에 접목,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는 도예가 심연보(42)를 만났다. 삶의 편린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판화기법의 도판은 그 만의 독특한 작업세계다. 도자판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명칭이지만 그의 작가적 여정과 작업과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학창시절 남다른 회화 소질로 판화실기실 드나들며 도자판화연구
심연보는 서울대학교 공예과 재학시절 도자공예의 표현적 한계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됐다. 남다른 회화적 소질로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드로잉기법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흙작업보다 판화작업의 매력에 빠져 판화실기실을 더 자주 드나들었다. 그리고 도자재료를 이용한 회화적 표현을 시도했다. 학부 졸업전시에 출품한 도판작업「달동네 연작」은 도자판화 작업 연구의 시작이었다. 대학원 진학 후에는 단순히 도자 평판에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형식을 넘어, 도자판화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그는 “당시 한 잡지에 실린 ‘도자의 판화성’에 대한 특집기사가 저에게 ‘도자판화’에 대한 연구 과제를 안겨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은 도판작업과 판화작업에 공히 관심이 있었던 저에게 두 장르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단서로 제공된 것입니다”고 말한다.
그는 1997년 석사학위 논문연구의 결과로 판화형식으로 복제 작업한 도판을 발표하고 이듬해, 경기도 분당의 삼성플라자갤러리 기획으로 열린 <가을 집 꾸밈 생활도예전>에 참여해 작품 「집지키는 호랑이」를 선보였다. 요철 이미지를 새긴 석고판에 마치 동판화의 잉킹작업과 흡사한 방식으로 화장토 채색을 하고, 백토이장을 부어 부조적 이미지와 색면을 동시에 떠낸 작업이었다. (사진 1)

도판 위 판화기법으로 생활 속 단상표현
2003년 한국공예문화진흥원에서 가진 그의 첫 번째 도자판화 개인전 <집, 나무, 들꽃 그리고 하늘>은 그간 연구해온 도자판화 기법의 성과를 선보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작품에는 이천에 터를 잡고 살아온 3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프레스캐스팅Press Casting 기법으로 제작된 「우리마을 - 한성부」를 비롯해 「나무-나무」, 「지붕과 지붕사이」, 「우리집-가꾸기」와 슬립캐스팅Slip Casting 기법의 작품 「해질녘」과 「신둔철물」 등은 그간 작업과 생활공간을 가꾸고 꾸리면서 경험한 단상을 회화적 화면으로 도판위에 표현한 것이다. 당시 미술비평가 장동광은 “거친 선으로 처리된 집의 형상과 비어있는 하늘의 스산한 풍경은 대비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긴장과 한숨을 동시에 유발하는 이중적 관계성을 띠고 있다. 그에게 있어 하늘은 여백이나 공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정황을 대변하는 기표들이다. 생활 속 주변상황과 계절을 암시하는 시간성의 무대인 것이다”라고 평했다. (사진 2,3)

삶을 관조하는 창틀 구조 속 심상 표현
모노타입 슬립캐스팅 등장
2004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서울파인아트페스티발SFAF에서는 <창으로 - 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마음의 창을 통해 자연 속, 삶을 관조하고 탐미한 작품 「잠깐동안」과 「4월 훈풍」 등은 창틀의 구조를 연상시키는 프레임과 자연의 이미지가 반영된 것으로 창문의 면들이 중층으로 구성되면서 복합적 심상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4 )
2005년에는 일본 동경의 Chuwa中和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제는 <꿈>이었다. 이 전시에는 보다 내밀한 잠재의식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오는 일련의 작품이 선보였다. 모노타입 슬립캐스팅 작품 「동상이몽」과 「꿈 - 씨앗」, 「꿈 - 욕망」, 「꿈 - 열정」 등은 인간의 욕망과 사랑 자연회귀에의 희망 등이 민들레 홀씨의 여정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사진 5)
꿈 속 열린 창으로 보이는 민들레 홀씨 담은 도자판화 설치전
올해 3월, 서울 인사동의 공갤러리에서 가진 개인전의 주제는 <꿈으로 열린 창>이었다. 주제로 짐작할 수 있듯 2004년과 2005년 전시를 통합하는 의미로 마음의 창을 통해 희망적인 꿈의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의미의 전시였다. 작품군은 <꿈의 정원>과 <꿈꾸는 도시>, <꿈꾸는 씨앗> 시리즈로 구분됐다. 전시장 2층은 <꿈의 정원>과 <꿈꾸는 도시> 시리즈로 구성돼 도시민들이 갈망하는 작은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1층 벽면에 설치된 <꿈꾸는 씨앗> 시리즈는 민들레 홀씨의 비상과 여정을 많은 수의 도판을 동원해 인스톨레이션 방식으로 벽면에 흩트려 붙였다. 민들레 홀씨에 응축돼 있는 생명의 잉태를 향한 욕망과 사랑 열정의 에너지를 표현한 듯 했다. 미술비평가 안인기는 “그의 민들레는 현대인의 내적 욕망을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바람으로 일깨우며 자극함으로써 의식의 심연에 감추어진 본성으로서 꿈을 환기시킨다. 이 꿈은 작가의 현대인에 대한 작고도 편안한 사랑의 표현이다.”라고 평했다. (사진 6, 7, 8)
프레스캐스팅 · 슬립캐스팅 · 모노타입 슬립캐스팅
작가는 도자판화 연구 초기, 이미지의 복제성 실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은 <프레스캐스팅>과 <슬립캐스팅> 기법으로 응용됐다. <프레스캐스팅> 기법은 원형을 종이릴리프 형식으로 만들고, 석고를 떠서 흙 판을 가압 성형하는 것으로 부조형태는 복제가 되지만 채색은 일일이 해야 한다. <슬립캐스팅> 기법은 석고 평판에 이미지를 조각해 색화장토를 바르고 닦아 음각부분에 색이 스며들게한 후 이장을 부어 떠내는 방법으로 색면과 요철을 동시에 복제하는 방식이다. 1차 잉킹작업 후 부분적으로 채색을 가하면 2가지 이상의 색 면을 얻을 수 있게 된다. 4회 개인전부터 등장한 <모노타입 슬립캐스팅> 기법은 석고 평판에 화장토로 그림을 그려서 이장으로 떠내는 방식인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송곳 등으로 화장토 긁어내기와 칠하기를 반복하면서 다채로운 색 면의 병치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이미지 복제가 불가능한 한 장의 그림만 찍어내는 모노타입 평판화와 같은 방법이다.

순수작업과 생활도예 병행은 풍부한 아이디어와 경제력 해결에 도움
심연보의 작업실은 경기도 이천에 있다. 그는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후 틈틈이 만들어온 분청양각생활자기를 들고 매년 지역 도자기축제에 참가한다. 축제에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문화수요층을 접하는 기회를 경험하기 위함이다. 그곳에서 생활도예 수요층과 순수미술 수요층이 본인의 작업 안에서 통합되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는 “실제로 제 그릇이 좋아져, 제 도자판화까지 좋아하게 된 분도 있습니다. 전업도예가로 생활해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순수조형과 생활도예를 병행하는 일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 경우는 이 두 영역을 병행하면서 오히려 순수조형작업에 대한 표현영역이 더욱 풍부해 졌고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라는 말을 이제 도예가의 길을 걷고자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단다.
그는 지난 개인전에 발표한 작품 중 「꿈-여행」에 애착을 갖고 있다. 작업 당시 주변에 민들레 홀씨도 풍성했고, 흩날리는 홀씨도 선명했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번조를 하고난 후 이 작품의 왼쪽화면 홀씨들이 너무 흐려 잘 보이지 않아 전시하지 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희망의 씨앗으로 뿌린 민들레 홀씨는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희망은 있다.’라고 말하는 듯. (사진 9)

새로운 표현방식과 재료탐구로 도자판화 연구는 아직 진행형
심연보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적어도 40대 중반까지는 매년 새로운 작업으로 개인전을 열겠다고 공언한다. 그것은 자신의 도자판화 연구가 아직 진행형이란 의미이며 지금이 한참 에너지를 쏟아 부을 때라는 의미다. 공예에서 기술은 조형을 결정지을 만큼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기법과 기술이 작품의 특징 모두를 규정짓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기술력에만 의존한 작업은 깊이 있는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자연과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적당한 표현방식과 재료에 대한 탐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또한 보다 확장된 공간에서의 시각효과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싶다.”고 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1 「집지키는 호랑이」, 1998년 작, Slip Casting
2 「지붕과 지붕사이」, 2003년 작, Press Casting
3 「신둔철물」, 2003년 작, Slip Casting
4 「잠깐동안」, 2004년 작, 도판작업
5 「동상이몽」, 2005년 작, Slip Casting

6 6회 개인전 전시장 전경, 공화랑(2006.3)
7 「꿈 - 뿌리깊은 나무」, 2006년 작, Monotype Slip Casting
8 「꿈꾸는 씨앗 - 환희」, 2006년 작, Monotype Slip Casting
9 「꿈 - 여행」, 2006년 작, Monotype Slip 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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