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젊은 작가 차명승
차명승(31)의 그릇들은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럽다. 순백인 듯 푸른 그의 그릇들은 예쁜 그릇이라는 느낌이 먼저든다. 정형적인 원이나 사각의 형태가 아니라 살짝 이지러진 듯한 자연스러움이 이파리나 꽃의 느낌에 가깝다. 다양한 크기의 접시와 뚜껑이 있는 메인접시 꽃모양 보울 등은 모양새만 좋을 뿐 아니라 실용적이다.
우리 전통도자기의 멋 담은 연꽃 식기 연구
연꽃과 연잎을 모티브로 한 백자 그릇을 선보여온 차명승은 상명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양평에 작업공간을 마련했다. 대학원재학시절부터 우리 전통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됐고, 백자의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멋의 깊이를 알게 됐다. 특히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를 막론하고 우리 옛 도자기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을 자신의 식기에 담고싶어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대학원 졸업 논문은 <연꽃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도자 접시 디자인 연구>로 연꽃의 요소들, 꽃과 잎줄기 연밥 등의 조형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논문당시 캐스팅기법과 함께 태토로 사용한 고려도토의 맑은 백색에 어울리는 푸른빛이 도는 맑은 유약연구에 몰두했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이중접시들은 그의 캐스팅기법과 유약색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이었다.
대형 페어 참여는 새 디자인과 아이템개발의 원동력
졸업 직후인 2002년, 작업실을 열고 다양한 그룹전 등에 참여했는데, 갤러리에서 열리는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이 판매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리빙디자인페어와 토야테이블웨어 페스티벌 참여를 시작했다. “봄가을로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바쁘게 지냈어요. 행사준비하고, 행사 끝나면 주문 들어온 상품들을 납품하고… 그러다 보니, 일하는 요령은 많이 늘었는데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 좀 뜸한 편이에요.” 그동안 작업실을 열고 이만큼 자리 잡기까지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과 발전이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그동안 미뤄뒀던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다. 돌을 원형으로 캐스팅해 만든 화병은 그의 다른 그릇들과 잘 어울리는 새로운 아이템이다.
그가 만드는 그릇은 현대적인 백자다. 전통도자기의 멋에 반해 백자작업을 시작했지만, 그의 작업은 그것을 답습하기보다 현대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푸른빛이 도는 유약은 음각한 부분의 맑은 깊이감을 준다. 전통 청자의 음각에 고인 맑은 비취색의 느낌을 내고 싶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찾아낸 성과다. 처음엔 석고틀 제형으로 성형기법을 제한했었는데, 더욱 다양한 디자인과 형태에 따라 물레와 판상성형을 하기도 한다. “석고캐스팅이 대량생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손이 더 많이 가고, 형태에 따라 성형 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중접시도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실생활에서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은 탓에 점차 사용이 편한 그릇 쪽으로 변화했다.
페어행사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그릇의 크기나 실용성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요리연구가는 물론이고 다양한 연령층의 주부들이 그의 그릇을 구매한다. 한번 구매로 끝나지 않고 다시 주문과 재구매로 이어지는게 페어행사의 매력이다. 지난 3월 리빙디자인페어에는 <싱글을 위한 식기>를 컨셉으로 마련했다. 칸이 나눠져 있는 접시나 거름망과 세트를 이룬 찻잔세트, 어떤 꽃과도 어울릴 법한 시원한 백자화병 등은 싱글라이프를 업그레이드 할 법한 그릇들이다.
젊은 작가의 다양한 경험은 재산연꽃을 모티브로 하는 것에 종교적인 의미를 많이들 묻는데, 종교적 의미보다는 연꽃의 자연스러운 조형적 요소를 담고 싶을 뿐이에요. 상품 작업을 주로 하다보니, 때로 여러 사람들의 요구사항에 맞추게 되는데, 아직 저만의 작업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직 도예가로서 갈길이 창창하기에 어떤 작업에든 가능성을 두고 현재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되도록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3년째 상명대학교 요업디자인과에 출강하고 있는 데 강의 역시 젊은 도예가인 그에게는 큰 공부다.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이 젊은 작가에게 있어, 자신이 말하듯 다양한 경험은 좋은 재산이 될 것이다. 캐스팅작업에서 물레와 판작업으로 확장한 것은 가능성의 진보인 반면, 그의 캐스팅 이중접시가 보여줬던 새로운 조형의 가능성이 주춤한 상황이기도 하다. 만드는 과정도 까다롭고 그다지 실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이중접시가 보여줬던 가능성을 잘 풀어내길 기대해 본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1 싱글을 위한 식기 - 칸이 나뉜 접시
2 꽃잎모양 접시
3 연잎모양 접시와 보울
4 돌을 원형으로 캐스팅한 화기
5 연잎이중접시
6 2006년 월간도예 도자기가 있는 풍경
7 작업실 전시공간
젊은 작가 김미자
전통백자의 소박함과 단아함을
일상의 편한 그릇으로 완성하는 도예가
우일요와 명지도자제품연구회서 백자연구 시작
도예가 김미자(35)는 조선 백자의 전통에 충실한 젊은 작가이다. 94년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우일요에서 5년 동안 도자 작업을 배우며 백자에 대한 정을 쌓아갔다. 우일요에서 나와 모교 도자제품연구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백자에 대한 애정을 이어왔다. 현재는 경기도 파주에 개인 작업장을 운영하며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조선 백자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우일요에 몸담고 있던 기간만큼 백자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전통조선백자를 접한 그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식하게 됐다. 조선 백자의 형태와 느낌을 재현하기보다는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조선 백자의 모태에 충실하고자 함이었다. 성리학을 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사욕없이 무심하고 소박하며 근검하고 절제된 것을 추구했다. 이런 의식과 생활 철학이 백자에 투영된 것이다. 유교 사상이 강했던 당대의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과 단아함을 쓰임새있는 숙련미로 현대화해 실생활에 어울릴 수 있는 양식으로 통찰한 것이다. 일상의 편안한 그릇, 라면을 담는 사발, 커피타임을 위한 커피잔, 디저트 그릇 등의 생활용기부터 여가문화용의 폭넓은 쓰임으로까지 나타났다.
작가는 매사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다작을 통한 숙련미보다 양질의 성실함을 추구하는 작업 성향은 많지 않은 결과물들에서 보여진다. 기능과 실용을 염두하며 시간의 여백을 적절히 가지는 것이다. 작업과 생활의 영역을 구분시키지 않고 자연스러운 소박함을 작품에 표출하고자 함이다. 작가는 백자의 묘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더해 가는 포도주와 같다고 말한다. “시작을 백자로 시작했듯이 백자로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아마 시작이 백자가 아니었더라도 하나만을 고집했을 거예요. 다양한 맛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가지 맛을 음미하게 되면 더욱 깊게 빠지게 되는 중독성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라면사발전> <커피전> 통해 생활 속 친근한 백자그릇 제안
작가는 백자에 표현되는 그림은 물론이고 기형에 있어서도 조선백자의 전통을 추구하듯 실용성과 기능의 역할에 중점을 둔다. 실용적이면서 간결한 차림의 형태와 소박하고 친근감 있는 자연에서 문양을 연구하여,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쓰이고 좋은 친구처럼 친근한 표정을 느낄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다. 이것을 모란문과 수수문으로 이입하여 청화와 철화백자에 담아낸다. 명지전문대 도자제품연구회의 정기전인 <2005라면사발전>과 <2006커피전>에서는 두 개의 잎이 어우러져 마주자라는 수수의 특성을 사람의 이야기로 이입해 선보였다. 구체적인 명시만큼 기존의 사발전과는 다른 차별성을 추구한 <2005라면사발전>은 관념적 사발의 형태와 기능을 오늘날의 생활형태와 소비문화에 수용되도록 새롭게 모색한 전시였다. 쓰일 수 있는 기능성을 추구한 그의 성향과 잘 부합됐다. 그가 선보인 「철화백자수수문사발」은 늘 매만지며 눈으로 관찰한 수수문의 여유와 사용자의 쓰임을 배려한 기능적 형태를 함께 담고 있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는 그릇의 기본역할에 중점을 둔 그의 성향이기도하다. (사진 4) <커피전>에서는 참외외관의 굴곡있는 선을 이용한 「참외형 백자 커피셋트」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커피잔이 대중적인 것임에 비해 다양한 디자인이 부재한 여건에서 조선백자 전통의 뿌리를 현실에 내리고자 한 작가의 소박한 열정이 담긴 작품이었다. (사진 6)
젊은 백자도예가 모임 ‘MJ ART CERAMIC’에서 활발한 활동
작가가 소속돼 활동 중인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 도자제품연구회는 정연택 교수와 여러 제자들이 함께 모여 우리 전통 백자의 전승과 현대화를 시도, 지난 1997년 조선백자의 현대화를 위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했다. 이들은 다양한 도자 제품을 개발하여 실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04년에는 학교기업 ‘MJ ART CERAMIC’으로 새롭게 발족해 반상기에서 인테리어 소품 및 문방구류 등 주로 백자를 생산 및 판매하며 브랜드 ‘1260’을 선보였다. 번조온도를 의미하는 1260은 MJ ART CERAMIC 제품 전문 컬렉션 샵인 ‘1260#’을 인사동 쌈지길에 운영 중이다.
다양한 쓰임 지닌 백자 만들기 시도는 계속될 것작가 김미자가 작업에 임하는 태도와 방식은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쓰임이 있는 정서의 감지에서 시작된다. 그가 도예를 시작한 계기 또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직접적으로 쓰임이 크다고 생각된 도자였다. 그는 항상 도자기에 대해 직접 쓰고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주로 물레로 성형을 하되 도판작업과 슬립 캐스팅과정을 더하고 빼기도 한다. 생활도자로의 쓰임이 용이하도록 유백유와 투명백유를 중심으로 사용한다. 쓰이는 환경에 의해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조화를 받아들기도 하는 백자의 포용성을 닮고자 한 것이다. 백자의 강도를 높이고 정직한 깊이감을 위해 1260도에서 환원 번조한다. “흙 작업은 디자인을 비롯해 성형, 회화, 조각을 두루 다뤄야하는 종합미술이라고 생각해요. 예측할 수 없는 가마 속 불의 변화를 겪는 과정까지 쉽지만은 않지만 작업에 집중하게 되면 작품이 완성되듯, 작업에 더욱 몰두하면 언젠가 작업과 생활이 하나가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연적, 벼루, 필통, 지통 등 문방구류 작업을 다양하게 늘릴 계획이다. 일상생활에 늘 함께하는 정서를 담고 닮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1 청화백자주전자와 컵
2 철화백자수수문사발
3 작업실 한켠의 모습
4 매화백자 잔받침
5 참외형 백자 커피 셋트
6 청화 주전자 셋트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를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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