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현실화한다!
쌍용양회 등 주요 시멘트 업체 강원·경남 등 연안지역 10~15%인상
레미콘 업체와 시멘트 업체 공멸 막기 위한 회생책
시멘트 업체들이 시멘트 가격의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 1월 강원, 호남 등의 연안지역 시멘트 단가를 10%~15% 인상했다. 톤당 5만 2천원 내지 3천원에서 거래되던 시멘트 가격이 4000원~5000원 인상되어 5만 8천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이 시중 거래가보다 가격을 올린 것은 기존 가격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와 아시아시멘트를 제외한 시멘트의 업체들은 2006년 결산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70억의 영업손실을 냈고, 성신양회는 영업손실이 330억원에 달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시멘트 산업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3년 5830만톤을 기록했던 시멘트 내수는 2005년 4600만톤까지 떨어졌다. 2006년에 4839만톤으로 내수가 조금 증가하긴 했지만 이것은 소폭반등에 그친 것으로 2007년 내수 역시 4700만~4800만톤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시멘트 업체들의 기대감이 낮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멘트 업체들은 더 이상 가격부담을 안은 채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톤당 6만 3천원에 거래되던 시멘트 가격이 최근 3~4년 사이 30% 가까이 떨어졌으며 2005년부터는 원가 이하로 공급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수도권 등지에서 거래되는 시멘트 가격은 4만7천원대로 알려져 있다. 시멘트 가격은 물류비, 운송비 등을 감안하여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공시가격에서 팔천원 정도 떨어진 곳도 있고, 만이천원 가량 떨어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을 올리는 것은 결코 ‘인상’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의 가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에 가격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급과잉으로 바이어 시장이 형성되면서 업체 간 과당 경쟁과 저가 수입 시멘트의 대량 유입이 있었고, 이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내려간 것이라고 한다.
양회공업협회 관계자는 “인상이 아니라 ‘현실화’라는 표현을 써야한다”며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료비와 수송비 등의 원가는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운송비까지 부담하고 있는 기존 가격을 고수한다면 시멘트 업계는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업계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가격 인상 단행을 두고 레미콘 업체와 시멘트 업체의 공멸을 막기 위한 ‘회생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하락으로, 건설업체들이 레미콘 업체에게도 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 가격을 제대로 받아야 레미콘 가격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급과잉으로 촉발된 저가 경쟁이 시멘트 업체와 레미콘 업체를 공멸의 위기까지 몰아넣자 시멘트 업체들은 정상가를 회복시키기로 결정했다.
지역별 추가 인상도 검토 중, 수도권 등 경쟁 과열 지역 동종 업계 눈치 보기
일본 및 중국산 수입 시멘트 고려해 가격 조율할 전망
현재 시멘트 업체들은 지역별로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파즈 한라 시멘트는 경기 등 수도권 지방의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동양 시멘트 관계자도 수도권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업체별로 수도권 시멘트 가격의 인상 시기와 가격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기 꺼리는 등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수도권은 시장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동종업계 눈치 보기 작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강원이나 영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기껏해야 서너 곳이지만 수도권은 상황이 다르다”며 “품질이 비슷한 시멘트의 경쟁력은 바로 가격이기 때문에 민감한 사항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멘트 가격을 2003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내 시멘트 공급과잉으로 인해 잉여 물량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은 일본산 시멘트와 경쟁해야 한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시멘트 대외 수출이 예전보다는 줄었다고는 하지만,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시멘트는 여전히 국내 시멘트 업체들에게 위협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멘트 가격이 2005년이나 2006년에 비해 올라가긴 하겠지만 수입 시멘트의 가격 등을 고려해 조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시멘트 가격 회복 측면으로 파악, 정책 조정 등 정부의 개입 여지는 ‘제로’
이번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 역시 ‘시멘트 가격의 현실화’ 측면으로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 바이오나노팀 정부 박기원 사무관은 “이전에는 국가가 수급밸런스 유지를 위해 시멘트 가격을 통제했지만, 90년대 이후 시멘트 가격이 자율화 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정상 가격을 밑도는 시멘트 단가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정부에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기원 사무관은 “시멘트 가격 경쟁에 정부가 개입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시멘트 공급 과잉으로 유발되는 제살 깎아먹기 식 업체 간 과당 경쟁과 건설 경기 침체이후 내수 수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급 밸런스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으로 유발되는 문제점은 철저하게 시장의 원칙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기원 사무관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정부는 시멘트 가격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시멘트 업체의 가격 인상은 건설업체 등 관련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건설업체 및 레미콘 업체, 시멘트 업체를 위한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정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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