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연 Kang.Kyoung.Youn
상상꾸러기, 욕심꾸러기 작가가 되고픈 그녀
글 조현주_한국공예문화진흥원 마케팅팀장
우리 사회의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다는 보도내용을 종종 접하게 된다. 사법연수원의 과반수가 넘는 여자연수생들과 종합병원에 새로이 임용된 의사의 절반이 넘는 여의사들, 그 동안 남성위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그들의 활동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세상은 알파걸1)을 요구한다.
도예가들이 몸담고 있는 예술사회는 어떨까? 특히 도예분야에서 여성들은 현대사회에서 요구받고 있는 적극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흙의 예술인 도예는 인류의 발생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 해왔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분야 중 하나이다. 문명이 발전해가며 인간은 무엇을 보관하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고 이를 도예가들이 흙과 불을 이용한 그들의 기술로써 해결해 주었다. 이것은 도예가들이 사회를 위해 공헌한 가장 큰 역할이자 공로였다. 그러나 도예의 긴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도예를 떠나 예술계에서 조차도 남성위주의 세계였으며, 여류예술가가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일부에 국한되어 발전해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1, 2차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시민운동을 통해 여성들의 의식도 깨어져 왔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류예술가가 적극적으로 출현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도예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지난 연말 강경연의 전시를 보았다. 아담해 보이는 전시장에 디스플레이된 작품들을 보면서, 조용하지만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한 여류도예가의 당당한 모습을 보게 되어 기뻤다. 우리주변의 많은 전시 중 수없이 개최되는 단체전의 경우 많은 여류작가들의 모습을 접하나 개인전의 경우에는 그들의 활동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느껴왔다. 작가들의 활동에 있어 굳이 성의 비율로 그들의 예술적 성과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전의 예와 같이 여성들이 본격적인 작가의 활동에서는 적극적이지 못하였던 것 같다. 예술가 지망생 중 많은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멋진 예술가를 상상한다. 낭만적인 모습을 쫓아 예술에 입문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회 못지않게 치열한 세계가 미술계 특히 도예계이다. 또한 도예는 만만치 않은 많은 양의 노동을 필요로 한다. 오죽하면 여자들은 무수리, 남자들은 마당쇠라고 할까?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감내하고 그것을 통한 희열을 즐기는 여성도예가들을 응원한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강경연은 유년시절부터 예술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주변의 환경에 빨리 눈을 떴으며 이러한 영향은 알게 모르게 그녀의 작품 속에서도 반영되었다. 강경연은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속 추억의 향기’ 전시 등 개인전 5회와 수많은 단체전 및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일본 시가라키 도예의 숲 미술관, 타이베이 Yingge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고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동화를 읽으며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즐겼다고 한다. 이는 그녀의 작품을 제작하는 커다란 원동력이 되며 끊임없는 그녀만의 작품소재가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만끽하며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즐거움을 작가는 충분히 즐기며 그러한 감성은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져있다. 작품을 보는 이의 심경에 따라 여인의 표정은 기쁘게도, 슬프게도 보여지는 것이며 스스로의 감정이입을 가능케 한다.
그녀는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여성의 인체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제작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초기에 사실적으로 표현되던 그녀의 여인들은 이제는 형상의 과장을 통해 점점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 근작에서 보이는 파란머리의 여인들은 마치 그녀가 꿈꾸는 이상의 세상이 파란세상인 듯 자신의 작품에 푸른 빛깔을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또한 그녀의 작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고양이의 등장은 자신을 대신하는 매개체이다. 이번 작품에서 인물과 더욱 밀접하게 표현된 고양이는 그녀가 가까이 하고자 하는 이 세상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여성작가로서 생존하기위해 치열한 작가의 삶을, 이제는 삶속에서 행복을 찾고자하는 바람을 고양이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 속에 표현되는 세상은 작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가상의 세계로 여겨지고 그녀는 자신만의 형상세계를 구축해간다. 마치 현실이 가상의 세계가 되며 가상의 세계가 마치 그녀에게는 현실이 되는 것처럼. 강경연의 작품을 보면서 프랑스의 철학자 쟝보들리야르의 독창적인 이론인 시물라크르2), 시뮬라시옹3)이 연상되며, 그녀의 작품 하나하나가 시물라크르가 되며 결국 이를 통해 시물라시옹이 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강경연에게 있어서 자신이 표현하는 여성의 형상은 자신이 느끼는 서사적 세상을 서정적으로 전환시켜보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 형상들은 때로는 그녀 자신이 되기도 하며 자신의 주변인들의 인생을 담고 있는 대체물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여자로서의 육체적 한계를 벗어나고자 사이즈가 큰 형상들을 제작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자하는 욕구가 때로는 거대한 형상의 결과물로 보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녀의 욕심은 지금까지 많은 불가능을 가능케 했으며 그녀 자신을 만들어 왔다. 홀홀단신으로 일본 시가라끼 도예의 숲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1년간 체류하며 작품활동에 매진한 일, 지금까지 꾸준하게 여인의 형상을 제작하고 있는 점, 양평 작업장의 거대함에 도전하여 매번 작업환경에 변화를 주는 점, 이런 것들이 모여 그녀의 적극적 작품세계에 반영되며 그녀 역시 그러한 반복을 통하여 정체성을 찾아 나가고 있다. 강경연의 외모에서 풍기는 푸근한 이미지 뒤에는 그의 강직한 예술가로서의 의지가 있다. 그의 큰 의지만큼의 그리고 커다란 파란 머리만큼의 예술적 성공을 빈다.
1)알파걸 α-girl은 엘리트집단 여성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 단어 뜻 자체로 알파α란 그리스어의 첫째 자모입니다. 결국 알파걸이란 첫째가는 여성을 뜻함
2)시뮬라크르simulacres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모든 실제의 인위적인 대체물로써 단순한 복제의 복제물이 아니라, 이전의 모델이나 모델을 복제한 복제물과는 전혀 다른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모델의 진짜 모습을 복제하려 하지만, 복제하면 할수록 모델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단순한 복제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는 모델과 같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의 공간을 창조해 가는 역동성과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흉내나 가짜(복제물)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3)시뮬라시옹simulation은 동사적 의미로 시물라크르하기로 해석된다. (시뮬라시옹, 쟝보들리야르, 하태환 옮김, 민음사)
「Blue Hair Woman」
「Blue Hair Woman」
「Blue Hair Woman」 시리즈
<Blue Hair Woman>전 2006.12.20~12.30 서울 인사동 인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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