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
진행+정리 김태완 본지 편집장
재단법인세계도자기엑스포(대표 권두현)는 지난 1월 18일 2007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천호선(64)씨를 임명했다. 총감독 지난 세 번의 비엔날레를 치르며 처음 시도됐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이번 제4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지난 비엔날레 행사를 재점검하고 향후 세계도자비엔날레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변화라고 한다. 천호선 총감독은 지난 1968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시작으로 주뉴욕한국문화원 문정관('79), 주덴마크대사관 공보관('83),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장('85), 주캐나다대사관공보관('86), 국회사무처 공보국장 ('91~'97),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전문위원·수석전문위원('97~'03) 등을 두루 거치며 25년간 국내외에서 문화예술전문행정가로 활동해 왔다. 또한 지난 2003년부터는 서울 인사동 공예전문쇼핑몰인 쌈지길의 대표로 활동해 온 공예유통회사의 CEO로서 단시일 내에 쌈지길을 인사동의 명물로 만들어 놓았다.
천 총감독은 지난 1월 18일 오전 경기도청 현관에서 김문수 도지사와 함께 비엔날레 개막전 D-100일 기념 홍보스티커 부착식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 수행에 들어갔으며, 오는 6월 30일까지 총감독으로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이끌 예정이다.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총감독직을 맡아 우리 도자문화의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선 그의 생각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 임명에 대한 소감은?
“예술분야 중 도예를 포함한 공예는 다양한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과거,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누가 잘 만드느냐를 경쟁해왔고, 최근에는 오래 쓰는 것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수요 축소로 생산자의 현상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이 됐습니다. 따라서 현시대는 공예산업이 아닌 예술자체가 생명력을 지닌 시기가 된 것입니다. 이시대의 문화예술은 디자인과 마케팅이 중심입니다. 일반 대중의 눈을 높이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예품을 통해 삶의 질과 안목, 품위를 높이는 일입니다. 20여 년 전 뉴욕총영사관의 문정관 시절부터 한국문화의 정체성은 공예에 있고 그중 도자기는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시대만의 도자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는 시점이 된 것이죠. 비엔날레 개막일까지 남은 기간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진행해 온 비엔날레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다시 한 번 주어진 도자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회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사명감을 갖고 성공적인 행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공예유통 CEO로서 바라본 도예계에 대한 시각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인사동 쌈지길을 운영해오면서 공예문화의 문제는 국가적인 과제라고 고민해 왔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밀려드는 저가 공예품으로 인해 우리 공예품이 설자리가 없어지는 문제를 현장에서 느껴왔습니다. 또한 우리 소비자들의 선진국 공예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성향도 문제입니다. 내부의 문제점이라면 작가와 구매자간의 직거래가 성행하는 것입니다. 유통자의 역할이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물론 직거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단시일에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고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모두 단시안적인 생각이죠. 유통구조의 확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예계의 경제구조 생명력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문화예술전문행정가와 공예유통회사CEO로 활동 해오면서 가져왔던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어릴 적부터 문화적 감수성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누님 두 분이 계신데 한분은 미술을 하는 화가이고, 한분은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가입니다. 이러한 예술가적 집안 분위기의 형성으로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책을 많이 읽은 편이었습니다. 지난 35년간의 공직생활 중 외교정책 일을 했던 11년을 제외하면 24년인데 그 당시 문화예술 전문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당시는 미술이라 하면 동양화 내지는 서양화, 음악은 오페라를 최고로 여기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시대를 앞선 예술형태에 관심이 많았죠.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장르, 팝아트와 비디오아트 백남준 등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과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공직생활을 마치고 2000년에 들어서 쌈지길을 준비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인사동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인사동은 우리문화의 역사를 창조하고 변화시켜온 중심지였습니다. 이같은 배경으로 인사동은 이제 전통문화를 보존하기보다 새로운 한국문화를 생산해 내는 곳이라 판단했고 또 하나의 명소를 만들고자 공예골목 프로젝트를 내세운 것입니다. 이시대의 문화는 적극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으로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이루고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총감독으로 임용된 후 지난 한 달, 앞으로의 70일은 짧은 기간입니다. 어떠한 변화를 시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보완은 가능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세 가지의 보완점을 해결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도예인과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의 만남을 주선해 그들이 함께 작업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의식전환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반복되는 행사로 인해 타성적으로 생기는 문제점 해결입니다. 국내외를 통틀어 도예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비엔날레 임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지역축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구멍이 보입니다. 최고 수준의 행사로 재도약하기 위해 지역작가들과 연계한 세심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앞으로의 방향설정입니다. 과거 우리 도자문화의 발자취를 명확히 평가받을 수 있는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고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공예유통CEO의 총감독 임명에 대한 지역 도예인들의 기대가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행사기간동안 지역도자판매관(판매부스) 운영에 대한 각 지역 조합 측과 연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지역도자판매관 운영에 대한 지역 도예인들과의 연계는 현재로썬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다만 지역도자판매관 활성화에 대한 해결책은 지역요장과 공방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현장 노하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능력개발을 통해 도예인 스스로의 눈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역 도예인 뿐만 아니라 재단이 함께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재단 측은 이와 관련한 더욱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 중 특별히 주목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단순한 서양 문화의 수용자 입장에서 벗어나 아시아 고유의 독자적인 문화양식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아시아 도자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해보자는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그중 《한국-터키 수교 50주년 특별전-동서도자유물의 보고》는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진 세계 도자문명사 흐름의 중심에 위치한 터키의 오스만투르크제국 시대의 국보급 전통도자유물 80점이 공개되는 전시입니다. 또한 세계 66개국 1,436명의 도예가가 참여하고, 2,444점이 출품된 《국제공모전》에서는 현대도예작품의 경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 아시아를 테마로 한 《세계현대도예전》과 새롭게 재구성된 《세라믹하우스Ⅲ》, 이천행사장 앞마당에 설치될 전시 「2007개의 도자풍경」 등도 주목해야할 전시입니다.”
국내 도예계 발전을 위해 선행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도예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소지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얇고 강도가 높은 소지가 개발돼야 선진국의 생활도자제품을 능가할 수 있고 우리 대중과 일반 음식점에서 사용을 쉽게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책적인 역할의 뒷받침이 돼야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예로 일본의 경우 과거 해외에서 운영되는 일본식당에 혜택을 부여해 일본식 도자식기와 실내장식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한 일입니다. 우리도 그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역별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 실린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에 대한 기사에서 ‘전 세계의 도자문화가 앞으로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도자문화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앞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한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그간 세계미술계에서 갓길을 가고 있던 사진분야가 최근 새로운 콜렉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며 미술계의 한축으로 들어선 것을 보며 도예분야에도 곧 이 같은 변화의 길에 접어들게 될 것을 예감하게 됩니다.”
제4회 세계도자비엔날레 이후 활동계획과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임기는 세계도자비엔날레가 끝나는 올 6월말까지로 계약되어 있습니다. 임기 후에는 쌈지길 대표직으로 복귀해 이곳에서의 경험을 활용, 더욱 참신하고 흥미로운 전시와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기획에 전념할 것입니다. 문화예술은 창의력입니다. 현재와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새문화 창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있을 대선 주자 중 아직까지 문화예술과 창의력에 대한 발언을 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정부 정책에서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천호선 총감독 약력
학력 |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논문, 〈믿으려는 의지〉)·국방대학원 안보과정 수료·George Town Univ. George Washington Univ. 수학·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 정책과정 수료·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석사(논문, <디자인산업진흥방안연구>)·중앙대학교 첨단영상전문대학원 영상예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경력 | 1968 대통령비서실 외무담당 행정관·1979 주뉴욕총영사관 한국문화원 문정관·1983 주덴마크대사관 공보관·1985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장·1986 주캐나다대사관 공보관·1994 국회사무처 공보국장·1999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현재 인사동 쌈지길 대표·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 수상 | 대통령비서실장 표창(1970)·녹조근정훈장(1976)·국회의장 표창(2002)·황조근정훈장(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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