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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울림이다
  • 편집부
  • 등록 2007-05-17 16: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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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자 비엔날레에 고한다

문화는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울림이다
글 윤태운_사단법인 이천도예협회장

원고마감이 임박하면서 원고청탁을 거절하지 못한 경솔함을 뉘우쳤다. 아마도 도자기조합을 맡았던 경험이나 엑스포 이사 등의 허명을 붙들고 보낸 세월들이 있어 허튼소리라도 해보라는 뜻일 게다. 우리는 한때 인류문명사 최고의 도자기술을 보유했던 나라였으며, 토기, 청자, 백자, 분청, 옹기라는 다섯 가지 장르를 지금도 만들고 있는 세계 유일한 국가이다. 이쯤 되면 세계도자의 한 자락쯤은 우리가 움켜쥐고 있어야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세계 여기저기에 전단지를 뿌리며 우리도 도자기 만드는 나라라고 홍보하기 바쁜 게 요즘 현실이다.

천년을 낭비한 세월
필자는 도자엑스포와 비엔날레를 치루면서 향후 한·중·일 관계에서 우리의 역할론은 무엇이며 10년 후의 우리는 어디쯤 가 있을까를 생각하며 한편, 2004년 경덕진 도자 천년전을 치루는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궁금하여 행사관련 내용을 브리핑 받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고 경덕진을 방문하였다. 당시 허애민 시장은 만찬자리에서 “10세기의 한국 청자는 세계 최고였다”라는 극찬을 하며 환영사를 하였다.
종주국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도자기술을 보유했던 국가! 이 기술을 국가적인 자부심으로 연결하여 발전시켜 왔더라면... 한편 10세기에 최고였다는 말은 “천년동안 너희 나라는 무얼 했느냐”는 쓴소리이기도 하다. 경덕진은 공산화된 50년의 피폐해진 도자를 중흥시켜 과거 종주국으로서의 부활을 꿈꾸며 무려 5000억 원을 투입하여 3년 만에 경덕진을 국제도자도시로 탈바꿈 시켰다.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다
2001 세계도자 엑스포는 제1회 세계도자 비엔날레를 겸한 행사로 건국이후 최대의 도자 이벤트이자 근대도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국가 경제논리에 밀려 방치됐던 각종 공예, 예술분야에서 도자기만을 주제로 경기도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은 도예인들조차 어리둥절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였다.
한국근대도자 50년사의 언저리에서 어려웠던 한시기, 선배들의 이야기와 좀 나아진 환경에서 작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세월을 보냈던 도예인들에게, 세계라는 주제의 보따리를 갖다 놓았으니­이 행사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이며,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 행사와 나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할 겨를도 없이 엑스포는 치러졌고, 2·3회 비엔날레를 거치면서 지역의 많은 도예인들이 변화의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전승도자중심의 지역적 사고에서 현대도자와의 갈등▶학부출신 현대도자의 대거유입▶전통과 현대의 만남▶축제를 통해 서로 인정하고 어우러지는 환경조성▶전통의 깊이와 현대의 변화성이 어우러진 다양성 도출▶비엔날레라는 국제행사를 통한 인식의 변화▶국제적 안목축적▶세계무대진입의 자신감▶미래가능성 제시 등 지난 몇 년간의 이러한 변화는 과거 수십 년간 정체됐던 도예인들의 사고와 의식에 큰 변화와 새바람을 일으키게 되었고, 미래 우리의 발전된 모습을 가늠케 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비로소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멀리 보고 길게 투자해야
선진국은 문화와 경제를 국가운용기조의 두 축으로 생각하고, 수세기 전부터 자국문화를 소중하게 관리하고 키워왔다. 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고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뛰어 넘어 문화는 곧 경제라는 상업적 사고가 이 시대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축적된 문화유산으로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자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며 그 문화에 길들여진 세계인을 대상으로 자국 상품판매에 열을 올린다. 우리는 이제 앞서가는 여러 나라들 뒤에서 신발 끈을 매고 한발 짝 내딛는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치루면서 지난 몇 년간의 우리의 변화는 다른 나라의 도자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올바른 정책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젓가락문화로 발달된 우리의 손재주는 머지않아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가! 외국인이 혐오식품이라고 했던 김치, 고추장을 세계인에게 먹이는 민족아닌가?

문화의 인식이 문화적 사고를 낳고
문화의 열정이 문화의 꽃을 피운다
선진국 문화 행사는 예산과 행정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또한 예산을 지원하되 이익을 요구하지 않는다. 문화는 미래를 생각하고 오랜 세월 기다림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 대중가요, 영화 등의 대중문화가 아시아에서 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문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처음 경험해본 우리는 오랜 세월 할리우드 영화에 압도 되어 자신감을 갖지 못했었다. 
하지만 문화의 열정을 가진 예술인들과 민간기획사가 활동하면서 짧은 시간에 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은 예산과 행정을 맡은 공무원 중심의 행사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문화는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큰 뜻을 갖고 서울시 초대로 고국을 찾았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시와의 불협화음으로 한국을 떠날 때 일본은 환호하며 그에게 모든 권한을 주었다.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작곡의 윤이상, 피아노 백건우, 바이올린 정경화, 첼로의 장한나 등 서양문화 속에 그들을 압도하는 우리의 예술가들 김덕수 사물놀이, 점프 등의 역동적인 예인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 타계한 백남준 선생은 새로운 예술의 장르를 개척한 세계의 별이다. 이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개인의 역할을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는가.

허상을 벗어 던질 때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지자체 축제가 천여 개가 넘는 축제공화국이다. 문화가 무엇인지 인식도 갖추지 못한 채 앞 다투어 축제행사를 치루다 보니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이 거의 비슷하다. 축제의 성공여부는 우선 관람객 숫자가 많아야 되고, 몇 개의 공연을 끼워 넣고, 먹거리가 판을 치고, 관이 나서서 사람을 동원하고 혈세 갖고 만드는 축제보고서는 성공한 축제로 꾸며야 하는, 전국이 대부분 붕어빵 같은 판을 벌이고 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경험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지자체 장의 인식과 수준에 따라 예산이 좌우되고, 행사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들과 뺏기지 않으려는 이전투구, 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를 치러낸 후 성공의 보고서를 만들기에 바쁜 공무원들의 후진적 행태들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축제에서 감동을 느끼고, 작가들과 소통하며, 축제 참가자들이 즐거워하며, 지역인이 마음을 보태는 이 시대의 문화의 진정성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아시아 문화 세계의 문화
도자의 공예적인 측면과 예술적인 측면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산업이냐 예술이냐는 이분법적 사고로 가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어떤 정신을 갖고, 무슨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당사자들의 몫으로 남겨야 할 문제이다. 우리의 남겨진 유산은 그것만으로도 미래의 예술적 가치를 창출해 낼 훌륭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한 동안 논리적인 서양철학이 우주적인 동양철학의 우위로 인식되어 현대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으나, 이제 물질을 중심으로 한 서양문명사조는 서서히 동양으로 그 무게가 옮겨지고 있으며, 문화역시 동양문화가 서양문화의 우위를 점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영원한 절대논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을 품에 안고, 우주적 사고로 예술혼을 불태웠던 우리 선조들은 이제 그 숙제를 우리에게 넘겼다. 세계는 지금 문화경쟁에서 문화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도자비엔날레는 한국도자의 미래희망
엑스포 재단에서는 비전 2020이라는 중장기 도자 발전전략을 준비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지가 필요하다.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장의 역사의식과 문화인식▶지금까지 많은 도자인력을 배출해낸 학계 원로 및 교수▶후진들을 양성해 기술의 전수에 한 몫을 해주신 도예계 원로 및 도예인▶국제 행사를 수차례 경험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재단의 인재들▶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우리 후진들이 세계 곳곳에 초대작가로 바쁘게 다니며, 비엔날레를 통해 한점, 두점 모여지는 재단의 세계적인 작품들이 훗날 수조원의 가치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문화는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울림입니다.
공기를 품은 풍선을 만지듯 부드러워야 합니다.
먼 산을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듯 자연을 품어야 합니다.
어깨춤이 들썩이는 흥겨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를 껴안고 싶은 감동이여야 합니다.
여기에 사람냄새가 더해지는
문화의 소고 중


필자 윤태운은 경기도 이천에서 도예가와 세라믹 램프 전문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다기 명품전 2회, 이천도예협회전 6회, 프랑스 파리 문화원 초대전, 캐나다 갤러리 초대전, 서울시 후원전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이천도예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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