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삼아 그릇을 빚는
도예가 김지영의 아틀리에
아틀리에Atelier란 화가에게는 화실, 공예가에게는 공방工房, 사진가에게는 스튜디오 등으로도 불리는 작업장을 말한다. 작가의 아틀리에는 그 작풍作風을 뒷받침 해주는 작가의 개성이나 작업의 비밀을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럴싸한 이상적인 공간인 아틀리에가 있는 집. 취재를 위해 낯선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묘한 설렘이 있다.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에 아틀리에 겸 집을 갖고 있는 도예가 김지영. 서울시의 경계에 위치해 다소 도심과는 동떨어진 한적한 풍경을 담고 100가구 남짓 모여 살아, 오고가는 이웃을 모를 수 없을 듯 싶다. 오래되고 낡은 집이었던 이곳을 내집으로 마련하면서 데크에서부터 페인트마감에 이르기까지 직접 작가 김지영과 그의 남편이 발로 뛰어 함께 만들었다는 그곳에는 따뜻함이 배어 있다. 가족의 합심으로 완성한 이 집은 위 두개층은 살림집, 맨 아래층은 아틀리에로 이뤄져있다.
아기자기한 그릇이 가득 있는 부엌에서부터 미술서적이 가득한 서재 겸 거실 등 살림집 구석구석에는 시간을 품지 않은 것이 없고 손때 묻지 않은 것이 없다. 공간이 담긴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도예가 김지영은 위층에서는 네식구의 살림꾼으로 아래층에서는 도예가로 행복한 이중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정원에서 작업실로 이어지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선 그녀의 공방은 반지층답지 않은 햇살이 잘 드는, 그녀를 꼭 닮은 공간이다. 적당히 넓은 그녀의 작업실을 공유하는 백자도예가 이택민의 작업실로 들어가는 문도 보인다. 이곳은 작업의 특성 때문인지 비교적 깔끔한 모습이다. 작업별 공간역할이 자연스레 이어져있는 듯 하지만 구분되어 있다. 김지영은 작업 전, 자신이 작업하고자 하는 형태와 수량을 보드 위에 풀어낸 뒤 물레를 돌리고, 작은 공간에서 발견한 소소한 일상을 반건조상태의 기물위로 집중시킨다. 초벌과 재벌 번조 후 그릇들은 작은 방에 놓여지는 일련의 모습들이 스크랩된다.
김지영은 섬세한 붓터치로 매력적인 모란이 깃든 현대적 감각의 청자 그릇에 담아 선보이는 작가다. 거창한 개념의 추상화도, 시대의식을 담은 역사적 그림도 아닌, 그저 일상적인 공간, 평범하고 정겨운 공간을 담은 그릇. 가까운 산책길에서 만나는 나무나 길가의 꽃과 잎들이 그릇 속에 문양으로 나타난다. 그녀의 그릇에서 보여지는 사물과 공간은 모두 그녀 자신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가장 친숙한 일상을 그릇에 담는 일이 더 힘들다는 그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는 정원에서, 길에서, 산에서 보았던 자연의 모습이 살포시 들어앉아 있다. 그녀의 청자작업은 유동적인 사물에 대한 깊은 철학을 펼쳐내기에 좋다.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고 지나치게 정돈된 모습도 아니다. 인위적이지 않아 편안하고 인공적이지 않아 친근하다.
“오늘 보았던 사물이나 공간이 어제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과 모습인거예요.”
김지영의 그릇에서 보여지는 사물과 공간은 매일 다른 색감, 다른 형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1 한구석에 쌓여있는 도구들 2 대학교 재학당시 만든 조형물과 소박한 상차림 3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나뭇잎전사 타일 4 작가 김지영의 소소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 5 건조상태의 기물
< 더 많은 사진은 월간도예 2007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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