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유리
模尾俊信 공학박사 / 경도대학 화학연구소 교수
1. 첫머리에
인류와 유리의 관계는 상당히 역사가 깊어, 석기시대에는 천연유리인 흑요석이 조리기구, 무기 등에 사용되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인류가 자기 손으로 유리를 만들어낸 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기원전 3000년) 또는 중대 지중해에서 발전한 상업, 항해민족인 페니키아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것이 전리품으로 이집트에 전해지며 용기, 장식품으로 귀하게 쓰였다.(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마스크에도 유리 장식에 있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에서는 유리에 그 가장 중요한 성질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투명성을 줄 수는 없었다.
유리가 크게 발전을 본 것은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제국에 의해서이다. 불기 공법의 발명으로 일반 서민도 유리 그릇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소위 ‘로만글래스’의 출현이다. 또 79년 베스비오 화산 폭발로 매몰된 이탈리아 남부의 고대도시에서는 현대의 창유리와 거의 같은 조성(표 1)의 거의 투명한 유리(100㎝×70㎝×1.3㎝)가 대 목욕탕의 창에 부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근대유리의 기원은 로마시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12세기에 고딕건축의 발달과 함께 창이 큰 면적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특히 교회의 스탠드 글라스로서 발달하여 14세기 이후에는 북이탈리아의 상업도시 베네치아에서 유리 공업으로서 개화하게 된다. 무색투명한 유리(크리스탈로)의 발명으로 청량감 있는 호화스런 고블레드 등이 만들어져 ‘베네치안 글라스’로서 일세를 풍미했다. 주석 아마르검법으로 거울이 만들어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때는 마침 르네상스가 막이 열리는 시기이다.
이후, 유리공업은 북유럽으로 그 중심이 옮겨져 16세기에는 소다 대신에 목초재(칼륨을 포함)를 원료로 사용하여 보헤미아 지방에서 ‘보헤미아 유리’가 발달했다. 무색투명화 기술의 확립과 맞물려 칼리 성분이 큰 굴절률을 주기 때문에 투명감과 빛이 증가하여 ‘크리스탈 글라스’로 불리었다. 컷트 등 가공기술도 크게 진보하여 현대유리공업의 기초가 되었다. 와인 병도 이 때 유통되기 시작했다. 17세기가 되자 독일의 작크센 지방, 북유럽, 프랑스, 영국으로 확대되어 갔다. 영국에서는 철분이 적은 플린트라고 불리는 규사에 산화연을 섞은 투명도가 높은, 현대에서 말하는 ‘크리스탈 글래스’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19세기까지의 유리는 와인 병 등을 제외하면 장식품 등 사치품으로서의 용도가 주였다. 그만큼 귀중했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오자 과학기술은 폭발적 전개를 이루어, 우리들의 생활 스타일을 크게 바꿔 풍부하고 윤택한 생활을 제공해 주었다. 다음과 같은 인류의 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주는 큰 발명이 유리 분야에서도 차례차례 일어나게 된다.
① 에디슨의 발명에 의한 전구(조명)
② 텔레비전용 브라운관(매스미디어)
③ 플로트법에 의한 평면유리의 연속 제조
④ 광유리 화이버에 의한 광통신(정보화 시대)
이들 모두 빛과 관계되어 있어 유리의 투광성이 키워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리의 광학특성은 21세기에 들어서면 점점 더 중요한 성질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특히 고도정보화 사회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가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21세기에 완수해야 할 혹은 기대되는 유리의 역할에 대해 색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에콜로지의 패자
인류가 쾌적하고 풍요로우며 윤택한 생활을 앞으로도 계속 향수하기 위해서는 지구환경과의 공생, 즉 에콜로지적 생활양식의 확립이 초미지급의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한 유리의 공헌은 적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깨지지 않는 또는 잘 깨지지 않는(저취성 고인성) 유리의 실현일 것이다. 실리카 글라스의 이론 강도는 4.4×103㎏/㎟으로 극히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통상의 강도는 그 백분의 1이하이다. 유리는 3차원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고, 입계가 없기 때문에 표면의 상처(Griffith flaw)가 응력 하에서 응력집중에 의해 성장하여 파괴에 이르는 것이다. 문제해결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고, 그 하나는 표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표면에의 코팅 혹은 표면에 압축응력을 갖게 하는 일은 자주 실시되는 방법인데, 모든 것에 적용하기에는 기술적으로나 원가면에서나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응력집중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형태로 응력완화기구를 유리 자체에 갖게 하는 일이다. 이것은 유리의 무름을 해결하는 본질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그 완전한 이해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토(伊藤)등은 Na2O-MgO-CaO-Al2O3-SiO2계 유리의 경우 밀도 2.4g/㎠ 부근에서 크랙의 발생이 현저하게 억제되기 때문에 실마리를 주는 중요한 결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현상의 이해를 위해서는 유리의 단거리 구조, 중거리 구조 및 화학결합의 성질을 전자 레벨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1원리분자동력학 계산 등의 계산과학 이용이 필수라고 생각된다.
유리의 무름에 관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되면, 그 효과는 이루 다 계산할 수 없다. 우선 제조공정에서 갈라지는 일이 없어짐으로써 생산효율이 향상될 것이다. 두께를 얇게 할 수 있음으로써 자원절약이 되고 또한 경량화로 이어진다. 이것은 수송비의 가격을 삭감하고, 리터너블 병의 보급에도 크게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에콜로지에 관한 또 하나 중요한 유리의 역할은 건물 창유리의 고기능화에 의한 에너지 절약이다. 고기능화란 기본적으로 복층화에 의한 단열성의 부여와 코팅에 의한 열선의 제어를 의미한다. 여름은 냉방효율을, 겨울은 난방효율을 높여서 에너지 소비를 철저하게 감소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미 기술 문제라고 하기보다 원가, 나아가서는 정책의 문제인데, 건물 창유리의 단열화를 조속한 시일 내에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3. 액티브 광학소자로의 응용
21세기에 유리가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광제어 기술 분야라고 하는 데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IT(Information Technology) 사회의 근간을 지지하는 것은 유리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IT시대의 도래는 각 가정에까지 초고속 대용량 통신망이 들어가야 비로소 완결된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에 충분한 기능을 갖게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표 2에 나타나 있듯이 하이비전 동영상 1시간 분량을 일반 전화회선으로 보내면 20일이나 걸린다. ISDN(Intergrated Service Digital Network)나 ADSL(Asymmetric Service Digital Network)의 고속회선으로도 충분치 않다. 즉, 기가비트급의 초고속 전송용량인 FTTH(Fiber-To-The-Home)의 달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기간전송망에는 테라비트(Tb)/s (T:1012)는 말할 것도 없고, 페타비트(Pb)/s(P:1015)라는 터무니없는 전송능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실리카 글라스제 브로드밴드 광파이버이다.
당초 전송용량의 고밀도화는 시분할(TDM) 전송방식으로 행해졌으나 1990년대에 Er3+를 도프한 광파이버앰프(EDFA)가 실용화되자 WDM(파장분할다중) 전송방식이 주류가 되어, 최초 4파에서 출발했으나, 현재의 다중도는 10Gb/s에서 105파 정도, 40Gb/s에서 273파 다중한 10.9Tb/s의 전송 시스템도 개발되었다. 또한 고밀도화를 꾀하여 수Pb/s의 초고밀도 전송을 달성하려면 여기광원의 파장을 선택함으로써 증폭 가능한 파장은 임의가 되는 라만앰프의 개발이 주목되고 있다.
DWDM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많은 주요 주변기기가 필요한데, 거기에서는 빛⇔전기신호(O/E)처리는 필요치 않고, 오로지 빛⇔광신호(O/O)처리를 실행하게 되기 때문에 유리 재료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몇몇 예를 들어보겠다. ①광앰프 : 산화비스머스를 첨가함으로써 고농도로 Er3+의 도프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또한 광대역에서 고효율의 앰프 개발이 필요하다. ②광합파기/분파기 : 복수 파장의 빛을 합파 또는 분파하는 기기. 앞으로 다파장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소형화, 집적화, 파장가변형 등이 요망된다. ③전광평 애드·드롭(OADM) 및 광 넥트(OXC) : 현재는 장거리 전송에만 DWDM전송이 이용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도시간(메트로계 DWDM)에도 도입될 전망이어서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소위 포토닉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이러한 요구들은 질풍노도의 감이 있는데, 현재에도 합파기·분파기에 사용되고 있는 셀포크렌즈, 레이저 광원에 사용되는 비구면 유리렌즈, 광파이버 접속용 결정화 유리 페룰 등 중요한 파트를 공급하고 있는데, 또한 지금까지 없었던 파트의 개발을 촉진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예를 들면 그림 1에서와 같은 분파기에 사용되는 파장분할필터를 마하첸더형 평면도파로 구조의 유리 박막으로 실현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도파로 암에 포트리플랙티브 효과를 이용하여 블랙 그레이팅 λ4를 써 넣음으로써 그 파장의 신호를 분리할 수 있다. 이 암 부분에 전극을 가해 전압으로 블랙 파장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아주 매력적인 디바이스가 된다. 이것은 광화이버를 이용해도 되는데, 플레너 도파로로 실현하는 편이 소형·고집적화 면에서 유리하다.
이밖에도 비선형 광학효과를 이용한 초고속 광스위치 등 많은 액티브 광디바이스의 개발이 불가결하며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4. 신종 유리의 창제
가. 특정 원소의 첨가
16세기 영국에서의 납유리 개발, 코닝에 의한 파이렉스 유리의 개발, 서던프톤 대학에 의한 Er도프 광 앰프(EDA)의 개발 등, 어느 특정한 원소의 도입으로 획기적인 신기능을 가진 유리가 출현한다. 이러한 발명·발견은 데이터베이스로는 쉽게 연역이 불가능하다. 연구자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그러한 신종 유리의 발견에 의한 플레이크 스루를 크게 기대해 본다.
나. 특수처리
구성성분의 수식 이외에도 여러 가지 후처리를 함으로써 획기적인 기능을 유리에 부여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다공성 유리 : 열처리로 스피노달 상분리를 일으켜 한쪽의 상을 제거함으로서 3차원적으로 관통한 구멍이 있는 다공체를 얻을 수 있다.
결정화 유리 : 유리를 결정화 처리하여 얻을 수 있다. 유리에 세라믹스의 특징을 부가한 것으로 유리만으로는 갖기 어려운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고강도·내열유리세라믹스, 생체재료 등이 개발되어 있는데 앞으로도 중요한 재료의 창출이 예상된다.
광조사 유리 : 강력한 자외광, 펨트초 레이저 광조사에 의해 유리 속에 광화학 반응으로 결함구조가 유기되어 조사 부분에 이종구조가 생성된다. 포트리플랙티브 효과가 이러한 결함구조의 생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상세한 반응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치 않은 점이 많다. 유리 내부에 글레이딩, 1~3 차원 도파로, 포토닉 결정 등을 형성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앞으로 광집적회로 디바이스의 제작에 눈부신 발전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다. 유기 - 무기 하이브리드 유리
유리는 일반적으로 용융온도가 높으므로 유기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와 유기물의 하이브리드화는 유기물의 다양한 기능성을 고려하면 지극히 매력적이다. 유기물이 분해되지 않는 온도에서 용융가능하며 유기물에 대한 용해도가 큰 저온용융 유리의 개발이 전망된다. Tick는 유리 전이온도가 120℃ 부근의 화학내구성이 있는 PbF2-SnF2-SnO-P2O2계 유리를 개발했다. 이 유리는 유기물을 용해하는데, 용해도는 별로 크지 않고 또한 문제인 것은 환경오염물질인 납을 대량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할 때 사용이 불가능하다.
필자 등의 연구실에서는 저융점성 발현의 필요조건을 생각하여, 납원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유기치환기 R을 가진 규소 유니트 RηSiO(4-η)/2를 유리 속에 도입할 것을 고안, SnO-R2SiO-P2O5계 유리를 무수산 염기 반응으로 합성했다. R의 종류(알킬기, 페닐기 등 유기관능기) 및 η을 바꿈으로써 유리 전이온도(혹은 연화온도) 등의 유기 물성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실제 Sn양의 증가에 따라 유리 전이온도는 -25℃에서 50℃까지의 범위에서 변화했다. 그림 2에 29SiMA
SNMR, IR분광법에 기초하여 제안한 유리 구조 모델을 제시했다. 이런 유리는 그 자체가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글래스)라고 부를 수 있다. 또 유기관능기가 네트워크 속에 존재함으로써 유기물에 대한 용해도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레이저 색소 등을 비롯한 각종 기능성 유기분자를 균일하게 분산시킬 수 있고, 동시에 그 첨가량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새로운 기능이나 특성을 가진 신규 유리 재료로서의 응용분야를 개척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5. 맺으며
유리는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해 주었는데, 21세기에도 에콜로지와 기능 두 관점에서 계속해서 아주 중요한 재료가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포토닉스 시대인 21세기에는 유리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유리는 투광성이 있고, 자유자재로 형상을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물질을 용해하는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공기 속에서는 불안정해도 뛰어난 기능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유기에 녹여 주면 갑자기 어떤 특정한 기능을 보이는 기능성 재료가 된다. 실로 변화무쌍한 재료이다.
(Ceramics JAPAN 2002. 7)
표 1. 로마제국시대의 창유리의 조성
성 분 함 유 율(wt %)
실리카(SiO2) 69.45
석회(CaO) 7.24
소다(Na2O) 17.51
알루미나(Al203) 5.55
기타 0.25
합계 100.00
표2. 기가비트 네트워크의 전송능력
일반전화회선 고속회선 기가비트네트워크
신문(조간 1년분) 13.5시간 35분 3초
음악CD(1장:74분) 5시간 13분 1초
비디오영상(1권:2시간분) 47시간 2시간 11초
하이비전영상(1시간분) 20일 20시간 2분
레트겐사진(10장) 3.5시간 9분 1초
그림 1. 플레너도파로에 의한 파장분할 필터 그림 2. Me2SiO2/2-SnO-P2O5 유리의 구조모델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