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59]
조선 후기 민초들의 꿈과 감성이 깃들여진 작품
백자 동화 모란무늬 각병
白磁銅畵牡丹紋角甁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백자동화모란무늬각병」 조선시대⎜높이 24cm, 입지름 4cm, 굽 지름 8.3cm
조선시대 도자기의 대부분은 관요에서 제작된 유물이 예술성과 희소성, 학술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례가 많다. 따라서 민요에서 제작된 도자기들은 상대적으로 가치 평가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서 산화동 안료 만을 사용하여 제작한 ‘동화백자銅畵白磁’는 예외적으로 관요 백자 못지않게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비록 근대 일본의 미술사학자들에 의해 예술성이 처음으로 부각 되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현상이었다.
18세기는 조선 후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국가 주도의 관요가 경기도 지역의 광주 분원을 중심으로 정비되었고 지방에는 충청, 전라, 경상 내륙의 민영 요가 활발히 운영되었다. 이 시기 민영 요는 관요 백자를 모방하면서도 재료와 소성기술의 차이로 유약의 색이 탁하거나 태토에 잡물이 섞여 있기도 하고 문양도 자유분방한 특색을 띠게 된다. 민요의 동화백자는 이런 지방 민요의 창의성과 실험성의 결과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동화백자는 백토 위에 산화동 안료를 사용해서 붉거나 갈색빛 무늬를 그린 도자기로 흰 바탕 위에 적갈색 내지는 자적색 계열의 무늬를 구현한 것이다. 1250~1300℃에서 소성하는데 산화도가 균일하지 못해서 도자기 표면의 무늬가 일정하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생산된 기형은 항아리, 병, 사발, 합, 연적 등 소형 생활용기가 주류를 이루며 표면의 무늬는 모란, 연꽃, 대나무, 국화, 학, 용, 호랑이, 까치 등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가 주류를 이루는데 붓의 운필이 거칠고 즉흥적이며 농담의 변화가 뚜렷하다. 때로는 붓질이 격식에 구속되지 않고 분원의 청화보다 더 회화적이고 생동감 있는 경우도 있다. 조선 후기에 동화백자의 생산지는 중부지방 아래로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었는데 대략 충청도(진천, 청주), 전라도(부안, 순창), 경상도(상주, 문경), 강원도(원주, 횡성) 일대로 추정된다.
「백자 동화 모란무늬 각병」은 18세기 대표적인 민요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몸통은 풍만하게 둥글고 굽은 낮으며 각이 진 형태로 입구에서 바닥 굽까지 8등분하여 모를 깎아서 만든 각병이다. 사진1)
일반적인 병보다 각병은 모깎기의 난해함 때문에 수량이 적고 희소하다. 둥그런 몸통에 곧게 선 목 줄기가 시원스러우며 입 주변에는 얕은 턱이 있다. 몸통의 무늬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 넝쿨무늬인데 조선 후기 대표적인 길상무늬이다.
커다란 모란꽃 한 송이를 약간 오른쪽 아래에 비켜서 배치하고 꽃 위로 뻗어 나온 한줄기 넝쿨이 목 아랫부분까지 감아서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왼쪽의 여백이 답답함을 풀어주는 공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붓놀림의 농담이 깊고 유려하여 지방 민요답지 않은 회화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관요의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농담의 변주를 시도하여 민화적 회화성으로 연결되는 고리 역할도 하게 된다.
몸통의 정선된 태토 위에는 투명한 유약 속으로 붉은 동화무늬가 스며드는 듯한 효과를 내며 시각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게 해 준다. 바닥 굽의 모래 받침은 소성 후에 곱게 갈아내고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조선시대 동화백자는 청화백자나 철화백자보다 안정적인 소성이 어려워서 현존하는 수량이 적고 희귀하며 회화적 감성이 강한 표현기법으로 예술성이 높게 평가된다.
이 유물은 조선 후기 18세기 민요에서 만들어진 동화백자 중에서도 회화성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청화백자 일변도의 상황에서 유색 도자기의 다양성과 장식미를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을만하다. 엄격한 신분제도 아래서도 부귀를 꿈꾸는 것은 귀천의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바랄 수 있는 것으로 모란 넝쿨무늬를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민초들의 감성이 잘 나타나 있는 유물이다.
<본 기사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6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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