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정과 유사, 세라믹부품소재 시장 확대
대기업 진출 러시, 연구인력 수급 비상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가 바로 태양광산업. 하루가 다르게 태양광산업 진출을 발표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태양광열풍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처럼 태양광산업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게 하는 것일까? 물론 끝을 알 수 없이 치솟고 있는 석유와 석탄 가격이 근본 원인. 화력발전의 단가는 원료가 급등으로 치솟고 있는 반면 태양광발전의 효율향상과 생산단가 하락은 충분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화력발전에 비해 높은 발전단가로 정부 보조금에 따라 시장이 형성되어 왔지만 머지않아 화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가격 경쟁력은 역전될 전망. 특히 고유가 시대에 돌입한 2003년 이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외 태양광발전의 시장 규모가 2004년 70억불에서 2010년 300억불, 2020년에는 800억불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 시장 역시 2004년 3억8천만불에서 2010년에는 21억불, 2020년에는 130억불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제철화학, 장기공급 계약 4조원
태양광만 붙으면 주가 폭등
추상적인 수치가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에서 태양광테마주들이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태양광산업에 대한 시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양산에 돌입한 동양제철화학은 양산 돌입 한 달 만에 4조원에 달하는 장기공급 물량을 계약하며 세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KCC는 유기실리콘 생산라인에 이어 1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파일롯 공정에서 600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자체 구축하기 위한 시험데이터를 축척하고 있다. LG그룹은 아예 폴리실리콘에서 웨이퍼, 솔라셀, 모듈, 태양광발전소까지 일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석유화학, 미리넷솔라, 웅진에너지 등등 하루가 다르게 대기업과 기존 태양전지 업체에서 태양광산업 진출과 사업부문다각화를 선언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전 자료가 의미 없는 수치가 되어버릴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은 태양광으로 달아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양열은 돋보기, 태양광은 반도체
산업화는 다결정이 90%, 연구개발은 박막계열 강세
그렇다면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산업은 국내 세라믹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 태양광산업은 크게 소재, 태양전지, 모듈, 시스템 및 설치 산업으로 구분된다. 이중 셀, 즉 태양전지를 기점으로 소재 쪽으로 올수록 연관성은 깊어지고 반대로 설치산업으로 갈수록 세라믹계의 관점에서 관심도는 떨어진다.
연구파트에 종사하는 독자들에게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이제 막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태양광발전의 기본 상식을 정리해보자.
우선 흔히들 혼동하는 부분이 태양열과 태양광의 차이. 태양열은 돋보기로 빛을 모아 물을 데우는 방식이면, 태양광은 압전소자가 압력을 전기로 바꾸듯 열에너지를 반도체 자체에서 전기로 바꾸는 방식. 효율성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태양열과 태양광은 확연히 구분되는 분야. 아직도 일부에서는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태양광발전 역시 여러 가지 기술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소재를 사용한 태양전지인가로 확연히 구분된다. 주로 단결정실리콘, 다결정실리콘, 박막(실리콘, 화합물, 염료감응, 유기)으로 크게 구분되며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는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에 사용되며 효율성은 가장 높지만 생산단가가 비싸 보급성이 떨어진다. 박막계열은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투명하고 휘어지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발전 효율성이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양산을 통한 산업화는 미비한 수준. 즉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다결정실리콘이 주도하고 연구 분야는 박막계열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태양전지 생산공정,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유사
유해가스와 열에 강한 세라믹부품소재 시장 확대
굳이 다결정이 아니더라도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라믹소재는 대부분의 전자산업이 그러하듯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다결정 태양전지의 생산라인은 반도체라인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할 만큼 유해가스나 열에 대한 노출이 심하다. 그만큼 생산라인의 국산화가 진행될수록 세라믹부품 시장도 확대됨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세라믹 부품인 실리콘 잉곳은 물론 이를 성장시키는 도가니, 웨이퍼로 절단하기 위한 슬러리 등의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태양광분야가 산업화되면서 세라믹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역시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 자체가 세라믹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폴리실리콘은 세라믹의 핵심원소인 규소를 이용해 대표적인 세라믹제품인 실리콘잉곳을 만드는 세라믹원료산업. 물론 알루미나나 지르코니아의 원료생산 공정이 그러하듯 정밀화학 산업의 범주로도 분류할 수 있다.
폴리실리콘, 고순도 Si원료 공정의 한 분야
흄드실리카, 광섬유용 사염화실란 부산물로 생성
규석에서 99.5%순도의 금속규소를 만들고 여기서 다시 가스형태의 모노실란이 되어 공정에 따라 바로 폴리실리콘이 되거나 삼염화실란(SiHCL3), 사염화실란(SiCl4), 또는 염화실란 혼합물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때 초기 금속규소에 CH3Cl을 첨가하면 유기염화실란으로 실리콘 수지 등의 유기실리콘이 되고, 이 유기염화실란이나 사염화실란에서 발생되는 가스를 태우면 고순도 흄드실리카를 얻을 수 있다. 이 흄드실리카는 세라믹코팅제, 반도체연마제, 난연제, 유기실리콘의 보강제 등의 기본원료. 또 액체상태의 사염화실란은 광섬유를 만들기 위한 기본 모제로 사용된다. 대한전선 자회사로 광섬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옵토매직의 한 관계자는 “99.9999순도의 사염화실란을 연간 700톤 정도 사용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물량과 품질만 보장된다면 수입금액과 비슷한 수준에라도 국내에서 조달할 의향이 있다”며 폴리실리콘 산업의 등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업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 연구 인력은 턱없이 부족
세라믹 소재기술이 태양전지 효율향상의 핵심
산업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태양광발전 분야는 세라믹전공자들에게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전망. 태양전지용 잉곳을 생산하는 웅진에너지 왕종희 개발부장은 “태양광산업은 원소재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공정개발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며 “향후 5년간 6~10배 정도 시장이 확대될 전망인 만큼 세라믹전공자들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에 이어 태양전지 장비의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양두영 부사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이미 많은 세라믹전공자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요업(세라믹)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태양광분야는 더더욱 세라미스트들이 기여할 요소가 많다”며 동료, 후배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요기원과 학회, 태양광/실리콘 연구 확대되길
그렇다면 세라믹업계가 태양광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방법은 없을까? 폴리실리콘이 세라믹이냐, 아니냐를 논할 것이 아니라 세라믹산업의 발전과 태양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접근이 더 효과적이냐를 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정창현 과장은 “태양광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며 “폴리실리콘 산업은 파인세라믹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만큼 바이오나노과와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경부 산하 태양광사업단 김동환단장 역시 “폴리실리콘 생산공정에서 흄드실리카 등 고순도 세라믹원료가 생산되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CC 중앙연구소에서 실리콘/신소재 분야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변종오 상무는 “유기, 무기 실리콘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고 생산해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며 “연구개발을 통해 보다 다양한 세라믹원료를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즉, 유기냐 무기냐, 금속이냐 비금속이냐의 의미 없는 논쟁을 하기에 앞서 Si를 누가 가장 잘 다룰 수 있고, 또 산업화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또 태양광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이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요업(세라믹)기술원이나 세라믹학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실리콘 관련 전담부서나 분회를 만들어 관련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것도 한번은 고민해볼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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