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세라믹스 역할
한치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미래원천기술연구본부 선임연구원
1. 서론
최근 수급 불균형에 의해서 유가가 치솟고, 화석에너지의 사용에 의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태양전지 시장은 현재까지도 벌크형 실리콘 태양전지가 주도하고 있지만 생산단가가 비싸고 폴리실리콘의 수급에 차질이 있어 최근에는 박막 태양전지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유리나 유연성이 있는 기판에 태양전지 물질을 박막으로 증착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원재료가 적게 들어가 태양전지 제조비용이 낮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박막형 태양전지도 여전히 고진공의 증착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비용을 낮추는데 한계를 가진다. 증착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단순공정에 의해서 태양전지의 제조가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에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고분자 태양전지 등이 있는데, 스크린 프린팅법이나 스핀코팅법 등에 의해서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효율 및 장기 안정성에 문제를 가지고 있어 상용화 되어 시장을 점유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박막 태양전지 및 차세대 태양전지로 분류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고분자 태양전지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세라믹 물질이 있다. 바로 투명전도성기판(transparent conductive oxide; TCO)에 적용되는 전도성 산화물이다. 또한 염료태양전지에서는 메조포러스 구조(2-50 nm의 공극을 가지고 있는 구조)를 가지는 나노세라믹 물질이 전자의 전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논문에서는 세라믹 물질이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2. 나노 세라믹 물질
최근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과학용어 중에 하나가 나노이다. 은나노, 탄소나노튜브, 나노과학 등등의 단어들이 자주 언론에 나오고 있으며, 은나노는 이미 여러 실생활 기기들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란 10-9을 의미하는 접두사이지만 대체로 나노미터의 줄임말로 쓰이므로 10-9m를 의미한다. 수소원자의 크기가 10-10m 이므로 수소 원자가 10개 정도 모이면 1 나노미터가 된다. 나노미터의 크기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그림 1에 여러 가지 물질의 크기를 나타내었다. 나노크기라고 하면 대체로 1~100nm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10nm를 기준으로 할 경우 사람 머리카락의 1/10000배이고, 적혈구 크기의 1/500배이며, DNA 나선 구조 폭의 4배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의 파장 너비가 400~700nm인데, 이보다도 작은 크기인 것이다.
그러면 왜 나노과학에 많은 관심이 집중될까? 나노과학은 나노크기의 입자를 다루는 과학이다. 나노크기가 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와는 다른 현상들이 발생하는데, 대체로 입자의 크기가 10nm 이하가 될 경우 독특한 자기적, 광학적, 전기적, 화학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나노입자가 되면 극단적으로 비표면적이 커지게 되고,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기 때문에 얇게 코팅하면 투명하게 된다. 최근 방송의 상업적 광고에 자주 나오는 은나노 물질은 은의 살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은을 나노입자 크기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게 한 물질이다.
세라믹 물질 중에서 나노입자로 가장 많이 쓰이는 물질은 TiO2이다. 광촉매 분야는 넓은 비표면적과 광투과 특성을 이용하기에 좋은 분야인데 대표적인 광촉매 물질이 TiO2이기 때문이다. 광촉매는 빛을 받아서 화학적 반응을 촉진시키는 물질을 일컫는 말로 TiO2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몸에 해로운(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여러 유기화합물들을 분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기 정화 및 수질 정화에 쓰이는데 나노입자로 만들어 줄 경우 빛의 투과성도 좋아지고, 비표면적도 증가하여 그 효과가 극대화 된다. 또한 화장품의 자외선 차단제로도 쓰일 만큼 인체에 무해한 물질 중의 하나이다.
3. 투명 전도성 산화물
투명전도성 산화물 유리 및 고분자필름은 산업적으로 중요성이 매우 높다. 평판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고체발광소자, 색변환 소자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전자파 차단, 기능성 코팅, 화학센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재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투명전도성 산화물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기전도도와 광투과도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태양전지 모듈의 효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태양전지를 대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전도도가 좋아야 하고, 태양전지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광투과도가 좋아야한다.
투명전도성 산화물의 전도도는 n-형 전도도와 p-형 전도도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투명전도성 산화물로 쓰이는 대부분의 물질은 n-형 전도도를 가진다. 산화물의 내부에 산소결핍에 의해서 자유전자가 생성되고, 자유전자가 전도대 근처의 금속결함에너지 준위에 존재하면 전도대로 여기 되어 n-형 전도도를 나타낸다. 단원자, 이원자, 삼원자, 사원자 세라믹 물질에서 전도도가 보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전도도가 낮은 편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p-형 전도도를 나타내는 세라믹 물질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결함에너지가 산화물의 가전자대 근처에 놓여 결함준위로 전자가 여기 되면 가전자대에 정공이 생성되어 전도도를 나타낸다. n-형 전도도를 나타내는 물질과 마찬가지로 가시광선에서 우수한 투명도를 보이지만 고체산화물 내에서의 정공이 이동에 크게 제약을 받기 때문에 n-형 전도도 물질에 비해서 전도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대표적인 투명전도성 산화물로는 indium tin oxide (ITO), fluorine doped tin oxide (FTO), molybdenum doped indium oxide, aluminum doped zinc oxide 등이 있다. 이중에서 단연 많이 쓰이는 물질은 ITO이다. ITO 유리 및 고분자 필름은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나 인듐의 고갈과 고온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고온안정성이 좋은 FTO 유리는 열처리 공정이 필요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생산단가의 16~24%를 차지하고 있어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투명전도성 산화물에 대한 기초적인 구조 및 물성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여전히 높은 전도도 및 광투과율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적으로 투명전도성 산화물은 제조공정의 영향에 의한 물성저하, 화학적 결함, 또는 필름 결함 등의 원인에 의해 이론적인 전도도 및 광투과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단가가 낮고 전도도가 높으며 광투과율이 좋은 투명전도성 산화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물성이 개선된 투명전도성 산화물이 개발된다면 차세대 태양전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4. 나노세라믹 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
1991년 나노세라믹 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가 스위스 연방공대의 Gratzel 연구팀에 의해서 최초로 소개되었다. 기존의 태양전지가 고체상 p-n junction을 이용한 실리콘이나 화합물인 반면 Gratzel 그룹에서 소개한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나노세라믹 물질인 TiO2가 삼차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여기에 가시광 흡수 능력이 좋은 염료를 흡착시킨 후 액체 전해질을 적용하는 형태로 bulk junction 구조로 되어있다.
나뭇잎이 광합성을 하는 원리와 유사한 원리로 작동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스크린 프린터와 같은 간단한 장비에 의해 제조가 가능해 기존의 증착장비들을 사용하여 제조되는 실리콘 및 화합물 태양전지에 비해 제조단가가 월등히 낮을 것으로 예측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반투명한 유리형태로 제조가 가능하여 창문 등에 적용된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가능한 장점도 가진다. 그림 2에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사진을 나타내었다. 또 다른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장점은 염료의 색에 따라 태양전지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색은 나노세라믹 물질에 흡착되는 염료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흡착된 염료의 색에 따른 다양한 태양전지를 제조할 수 있다. 그림 3에 염료의 색에 따른 태양전지의 색 변화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특징은 전투시 위장이 필요한 군용 태양전지에 적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팬시상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5.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적용 가능한 나노세라믹 물질
염료태양전지에서 전극물질로 사용되는 세라믹 물질은 빛을 흡수하는 염료 분자와 안정적으로 흡착하여야 하고, 많은 양의 염료를 흡착할 수 있도록 표면적이 넓어야 하며, 염료로부터 여기 된 전자를 잘 전달해야 한다. 염료와의 안정적인 흡착 위해서는 산화물이어야 하고, 많은 염료 흡착을 위해서는 입자의 크기가 10~20nm로 작아서 열처리에 의해 메조포러스 구조를 가져야 하며, 전극을 형성하였을 때의 두께는 전자 전달을 고려하여 약 15μm가 적당하다. 특히 빛을 받아 염료에서 여기된 전자가 투명전도성 전극까지 전자-홀 재결합 없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밴드갭이 충분히 커야 한다. 분자의 경우에 분자내 전자의 에너지 준위는 분자궤도함수에 의해서 결정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염료는 분자에 속하므로 염료의 경우를 예로 들면 염료내의 전자들이 채워진 제일 높은 분자궤도를 HOMO(high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라 하고, 전자가 채워지지 않은 가장 낮은 분자궤도를 LUMO(lowest unoccupied molec
ular orbital)라고 한다. 반도체 물질의 경우에는 원자들이 단위격자를 이루어 반복해서 물질을 구성하므로 분자궤도를 적용할 수 없어서 밴드(band) 개념이 도입된다. 반도체 물질의 경우 전자가 채워진 밴드를 가전자대(Valence band)라고 하고, 전자가 채워지지 않은 에너지 준위가 가장 낮은 밴드를 전도대(Conduction band)라고 한다. 전도대라고 칭하는 이유는 전자가 전도대에 채워지면 전도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전도대와 가전자대 사이의 에너지 차가 밴드갭이다.
N3염료 (cis-RuL2(NCS)2, L=2,2’-bipyridyl-4,4’-dicarboxylic acid)와 TiO2 나노세라믹 물질을 적용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작동원리를 그림 4에 나타내었다. 태양빛의 대부분은 가시광으로 400~700 nm의 파장을 가지며, 그 외에 자외선과 적외선을 포함한다. 가시광 영역을 에너지 준위로 환산하면 1.65~3.15eV의 에너지에 해당하며 N3염료는 HOMO와 LUMO의 에너지 갭이 약 1.5eV로 대부분의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N3 염료의 LUMO는 TiO2의 전도대보다 0.2eV 만큼 에너지 준위가 높아서 TiO2의 전도대로 전자를 잘 전달한다. 그렇다면 TiO2 이외의 세라믹 물질로는 어떤 물질들이 전극물질로 가능한가? 반도체 전극의 전자 전달 특성을 좌우하는 인자를 보면 band 구조 및 전자 주입 효율과 확산 특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염료구조에 대하여 LUMO의 에너지 준위보다 일정 부분 낮은 전도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전자와 홀의 재결합 방지를 위해서 밴드갭이 커야한다. 재결합을 방지하기 위하여 SiOx 혹은 Nb2O5와 같은 전도대 에너지 준위가 높은 물질을 전극물질에 약 5nm 이하의 얇은 두께로 코팅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 5에 다양한 반도체 물질들의 에너지 준위를 나타내었다. 그림에서 빨간색 부분은 전도대를, 초록색 부분은 가전자대를 나타낸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ZnO는 TiO2와 매우 유사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며 그 외에도 비슷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는 반도체 물질로, SnO2, SrTiO3, Fe2O3, WO3 등이 존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극물질은 염료의 에너지 준위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현재 대표적인 염료인 루테늄계열의 염료(N3, N719)를 기준으로 보면, 사용 가능한 산화물은 극히 제한적이다. SnO2, WO3 등과 같이 전도대의 에너지 준위가 지나치게 낮으면 전지의 기전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발생하고, 반대로 전도대의 에너지 준위가 높으면 전자 주입 자체가 불가능한 결과를 낳게 된다. 현재의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최대 효율은 TiO2 반도체 전극과 루테늄 착물 염료의 조합을 최적화하여 얻은 것이며, 새로운 반도체 전극과 이에 적합한 유기염료의 개발을 최적화한다면, 현재의 효율을 뛰어넘는 새로운 나노세라믹 물질과 염료의 조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6. 결론
세라믹 물질은 안정성이 우수하여 실외에서 10년 이상 사용되는 태양전지 물질로 적합하다. 특히 박막형 태양전지 및 차세대 태양전지는 투명전도성 산화물 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투명전도성 기판을 형성하는 전도성 세라믹 물질의 특성에 따라 태양전지의 효율이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생산단가가 낮고 전도도가 높으며 광투과율이 좋은 투명전도성 산화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물성이 개선된 투명전도성 산화물이 개발 된다면 박막형 태양전지 및 차세대 태양전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나노세라믹 물질을 전극물질로 사용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에서는 세라믹 물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전극물질로 사용될 수 있는 세라믹 물질은 TiO2, SnO2, SrTiO3, Fe2O3, WO3 등 다양하지만 염료와의 에너지 준위를 고려해서 선정해야 하며, 현재 최고효율을 나타내는 TiO2와 루테늄착물 염료 외에 새로운 세라믹 물질과 유기 염료를 최적화하여 개발한다면 현재의 효율을 뛰어 넘는 조합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1. 나노크기의 비교
그림 2. 반투명 유리형태의 염료감응 태양전지
그림 3. 염료의 색에 따른 염료태양전지 색변화
출처 : Inorg. Chem. 2005, 44, 6841-6851
그림 4.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작동 원리
그림 5. 다양한 반도체 물질의 에너지 준위
출처 : Nature 414, 2001,338-344
한치환
고려대 화학과 (이학사)
고려대 화학과 (이학석사)
고려대 화학과 (이학박사)
프랑스 보르도 1대학 (박사후과정)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