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천소재연구본부 책임연구원
1. 서론
국내의 내화물(Refractories) 산업은 주요 수요자인 제철, 제강산업에 있어서는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 및 설비도입을 통해 일찍부터 기술개발을 추진한 결과, 생산 및 제조능력에 있어서는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였으며, 고로와 정련 설비의 설계, 운전, 보수 기술의 발전은 내화물의 기술발전과 함께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최근 몇 년간 조강 생산량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2008년 기준 세계 시장규모는 약 10조원 규모로 증가하였으며, 국내 시장규모는 약 1조 3천억원/년으로 조선내화(주), 포스렉(주), 한국내화(주), 원진, 동국 R&S(주) 등이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수출정책 변경에 따른 원료 수출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그리고, 일본, 유럽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내화물 공급사간의 통합화 및 M&A에 의한 거대 기업들의 등장, 저급의 점토질 내화물 벽돌을 주로 수출하던 중국에 유럽이나 일본의 기술과 자본이 투자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중국산 범용 내화물의 공급 확대 등으로 국내 내화물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화물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철강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품질의 고급화, 차별화 및 고 기능화와 더불어 가격 우위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전산 모사, 즉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은 기존의 아이디어 구상 및 기초 연구개발, 제품 설계, 생산준비, 생산 등의 순차적인 시행착오적 기술에서 탈피하여 아이디어 구상부터 연구개발, 제품생산까지 동시 공학적 설계를 실현시키는 재료설계-제조공정-제품생산의 연계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및 관리의 최적화가 가능하고, 제품의 품질 및 수명도 연구개발 및 설계단계에서 최종 제품의 목표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화물분야에 전산모사 기술을 활용할 경우, 관련 제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적으로 단축시킴으로써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여 적시에 제품 공급이 가능하게 되리라 판단된다.
본 원고에서는 내화물 분야에서 연구개발 및 설계 단계에서 이용되고 있는 전산 모사 기술의 활용 사례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2. 내화물 분야에서 전산모사 기술의 응용
철강용 내화물은 각종 노체 내부에 시공되어 짧게는 수십 일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1300~1700℃에 달하는 고온의 용융물로부터 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고온에서 구조적 내구성이 장시간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신 강종 생산 등 조업조건의 변동에 의해 노체 내화재료의 손상이 증가하여 조업 안정도가 저하되면, “trouble 발생 확인 → 폐 내화물 분석 및 조업조건 변동 조사 → 시제품 설계 → 실험실적 특성평가 → 현장 적용시험 및 평가 → 노체 내화재로 적용” 등의 순으로 개선활동이 진행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화물은 고온에서 장시간 안정적인 특성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시제품의 현장적용시험 및 평가과정이 반복적으로 장시간 소요된다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개선활동의 적시성이 떨어지고 시행착오적 방식으로 재료 개선이 진행됨에 따라서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저효율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행착오적 방식의 재료개선과 개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① 내화물의 특성, 설비 및 조업조건에 관한 체계적인 Data Base 부족, ② 실험실적 평가법의 한계, ③ 내화물의 특성, 설비 및 조업조건 특성간의 상관성 데이터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즉, 설비 및 조업조건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사용자와 내화물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공급자간의 체계적인 interface가 결여되어 있고, 이를 이용하여 조업조건 변경에 선행하여 내화물 개선을 검토하고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일반적으로 내화물 특성평가에 사용되고 있는 실험실적인 평가 법들은 내화물이 사용되는 환경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기에는 시간, 공간,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예측되는 사용성능과 실제로 구현되는 성능 간에는 gap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최근, thermal-mechanical, thermodynamic, flow dynamic 등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전으로, 내화물이 노출되는 다양한 사용 환경 (Gas/Melt, Slag/Flux, Equipment)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으며, 그림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기존의 실험실적 평가와 연동하여 사용할 경우 사용 환경의 구현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로서는, 조업 trouble에 후행적으로 진행되는 내화물 개발 프로세스를 선행 혹은 동시 진행형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선 순환적 개발 프로세스에서는 신 강종 개발 및 조업변동에 대한 적시 대응력을 확보함으로써, 사용자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조업 운영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공급사로서는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적 과정을 가상공간에서 단시간 내에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관련 기술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내화물 개선 활동에 투입되는 시간, 인력, 비용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조업조건과 설비특성에 최적화된 내화물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노체 사용 수명의 안정화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3. 전산모사 기술의 활용 사례
가. 전산 유동 해석을 이용한 내화물 사용 환경 구현
RH (진공 탈가스)는 2차 정련설비로서 용강 온도와 성분의 조정, 균일화를 통한 청정강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며, 용강 중으로 장입되는 침적관, 용강이 환류되는 환류관, 각종 부원료 투입과 산소 취입을 통해 정련과 탈가스 반응이 이루어지는 하부조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RH에서의 정련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환류속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 경우 노체 내화물에 대한 손상 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그림 2는 서로 다른 환류속도에 대해 RH 하부조 내화물에 인가되는 용강 유동에 의한 shear stress 분포를 도시한 결과로서, (b)는 (a)에 비해 용강의 환류속도가 빠른 경우에 해당된다. 용강의 환류속도가 빨라지면 하강관 주변의 하부조 내화물에 작용하는 stress 집중 현상은 해소되지만 전체적인 stress 수준은 상승하게 되며, 또한 상승관 내벽에 작용하는 stress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
그림 3은 환류속도 변화에 따른 하부조에 존재하는 슬래그의 분포를 모사한 결과이다. 환류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a)의 경우 하강관 측으로 슬래그가 집중되어 몰려있으나, (b)의 경우는 슬래그가 비교적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하강하는 용강류에 의해 일부는 하강관 측으로 빨려 들어간 상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a)와 같은 조업환경에서는 정련 과정 중 생성되는 슬래그가 하부조 내화물과 대부분 접촉하고 있을 것으로, (b)의 경우는 환류관과 침적관 내화물 표면에 슬래그가 접촉하는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유동 해석 결과로부터, 용강의 환류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내화물에 작용하는 shear stress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특히 침적관 내화물에 stress가 집중되며, 조업 중 정련 슬래그가 환류관과 침적관 내화물 표면에 접촉한다는 사용 환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를 일반적인 내화물 평가방법과 연계하여 해석함으로써 조업 맞춤식의 내화물 설계와 개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나. 열역학 해석을 이용한 내화물 설계
조업 중 생성되는 다양한 조성의 용강이나 슬래그에 의한 내화물의 화학적 손상(corrosion)은 사용수명을 좌우하는 주요 인자로서, 이를 전산 모사하는 방법으로서는 FACTSage, Thermo-Calc, SGTE 등과 같은 열역학 수치해석 프로그램이 활용된다. 최근에는 용강이나 슬래그의 유동에 의한 손상을 화학적인 손상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flow dynamic을 thermodynamic과 연동하여 해석하는 기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RH 조업 중 용강 온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하부조에 산소를 취입하면서 부원료로서 Al pellet을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때 마그네시아-크롬질 내화물의 손상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4는 승온 조업 중 RH 하부조의 용강 온도와 슬래그 성분 변화를 FACTSage를 이용하여 모사한 결과이다. 반응 #1은 하부조 내에 존재하는 용강의 온도 변화로서 산소 취입 후, Al pellet이 투입되는 시점(7분경)에서 peak 값을 나타내고 있으며, 슬래그의 조성은 초기 CaO-FeO-Al2O3-SiO2계에서 CaO-Al2O3계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용강 온도나 슬래그 조성 변화와 같은 사용 환경에 대한 정보는 조업 데이터나 잔존 내화물의 분석을 통해 확인하기 어려우며, 내화물의 재질 설계 방향 설정이나 개발된 내화물의 실험실적 평가과정을 실제 사용 환경에 가깝게 보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 유한요소법을 이용한 내화물 평가
내화물은 사용 중 고온과 저온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외부 철피나 manipulator 등에 의해 일부 혹은 전체가 구속된 상태이므로 다양한 조건의 열적·구조적 stress를 받게 되며, 이로부터 내화물의 손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stress에 의한 내화물의 파괴 혹은 피로(fatigue) 현상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렵지만, 유한요소법(FEM) 등과 같은 구조해석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실제 환경과 가깝게 모사가 가능하다. 그림 5는 연주 설비에 사용되는 쉬라우드(shroud) 노즐을 대상으로, 조업 사용 중 노즐에 인가되는 stress 분포를 모사한 결과이다. 쉬라우드 노즐은 manipulator에 의해 상부가 고정된 상태로 제강 레이들의 하부에 부착되어 레이들로부터 턴디쉬로 용강을 공급하는 내화물이다. 노즐 내부로는 고온의 용강이 흐르고 외부는 대기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용강 흐름에 의한 진동 stress와 노즐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에 의한 열적 stress가 인가된다. FEM을 이용한 전산모사 결과, 진동 stress에 비하여 열적 stress가 3배 이상 크며, manipulator에 의해 구속되는 상부 측에서 가장 높은 stress를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stress 해석결과를 바탕으로 고온 피로 시험을 병행함으로써 실제 사용 환경에서 내화물의 파괴 확률을 근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4. 맺음말
내화물 소재 평가에 전산모사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시행오차를 줄여 신소재 개발 가능성 향상, 신제품 개발기간 단축, 생산성 증가 등을 통해 산업기술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유망한 수단중 하나이다.
RIST 원천소재연구본부에서는 ① 내화물과 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Data Base 구축, ② 내화물의 사용 환경 구현력 보완을 위한 thermal- mechanical, thermodynamic, flow dynamic 등의 전산모델 개발, ③ 각종 Data Base, 실험실적 평가를 통한 통계 데이터, 그리고 전산모델의 연계 화를 통해 내화물의 사용 환경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조업맞춤식 노체 내화물 설계와 사용수명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노체 내화물의 설계·관리 기술력과 사용수명의 Jump-up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1. 전산모델링을 통한 노체 내화물 평가방법의 보완
그림 2. RH 하부조 내화물에 인가되는 용강유동에 의한 shear stress 분포
그림 3. RH 하부조에 존재하는 슬래그 분포
그림 4. 산소취입과 Al 투입에 따른 (a) 용강온도 변화, (b) 반응 1에서 슬래그 성분 변화
그림 5. 쉬라우드 노즐에서 열 및 진동에 의한 stress 분포
그림 6. 노체 내화물 설계 및 수명 관리를 위한 전산 솔루션 개념도
조문규
한양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학사
포항공과대학교 재료금속공학과 석사
현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현재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천소재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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