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온가스로용 원자력급 흑연 현황
김응선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1. 서 론
일반적으로 열중성자 원자로는 핵반응에 의해 방출된 고속중성자를 열중성자로 감속시키기 위해 감속재를 필요로 한다. 흑연은 중수 다음으로 감속능이 크고 중성자 흡수단면적이 작을 뿐만 아니라 냉각 기체와의 양립성, 고온강도가 우수하여 주로 가스냉각 원자로로의 감속재, 반사체 및 지지구조물 등의 재료로서 이용되고 있다 [1].
흑연은 1942년 12월 페르미가 핵 연쇄반응을 시험을 수행한 Chicago Pile No-1 원자로에서 감속재로 최초로 사용되었고 이후 1950년대까지 강대국들이 핵무기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건설한 원자로에도 사용되었다.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1950년 후반부터 상업 운전되기 시작한 영국의 MAGNOX 그리고 프랑스의 NUGG 등의 가스냉각흑연감속로는 출구온도가 약 400℃이며 이산화탄소를 냉각재로 사용하였고 노심은 흑연 블록의 적층으로 구성되었다. 감속재, 반사체의 역할 뿐만 아니라 비로소 핵연료봉 및 냉각재의 채널 역할 등 노심 구조재료서 사용되기 시작한다.
가스냉각흑연감속로와 달리 불활성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800℃ 이상에서 운전되는 고효율의 고온가스로가 1964년부터 연구로 형태로 개발되었으며 현재는 일본의 HTTR 그리고 중국의 HTR-10 만이 운전되고 있다. 고온가스로는 0.5mm 지름의 핵연료 입자를 삼중 코팅하기 때문에 핵분열 생성물이 방출되지 않으며 사용 후 재가공이 어려워 핵 비확산성이 우수하고 1600℃까지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 코팅된 핵연료 입자를 카본 메트릭스에 컴팩트 형태로 성형된 연료를 사용하는 노형을 블록형이라고 하며 페블형태로 가공된 연료를 사용하는 노형을 페블형이라고 한다. 표 1에 현재까지 건설, 운영되었던 고온가스로의 주요 특성을 정리하였다 [2].
초고온가스로는 지속가능성, 안전성,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가진 혁신 개념의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중의 하나로서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2006년부터 국제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초고온가스로는 흑연 감속, 헬륨 냉각형 원자로로서 비순환 핵연료주기를 채택하여 노심의 출구온도는 800℃ 이상으로 수소생산이나 석유화학 산업 등의 공정열 제공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국과 일본은 열화학 반응을 이용한 수소생산용으로 초고온가스로를 개발 중이며 미국은 차세대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체의 공정열 제공용으로 개발 중이다. 초고온가스로 노형은 블록형과 페블형 2가지 개념이 있다. 두 노형 모두 감속재, 반사체 그리고 지지구조물 등 주요한 노내 구조부품은 대부분 흑연으로 제조된다. 그림 1은 블록형 원자로의 내부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노심 내부 대부분이 흑연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과거 가스냉각흑연감속로나 연구용 고온가스로에 사용되었던 흑연들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초고온가스로에 사용될 상용 후보 흑연재료에 대한 비교평가, 중성자 조사에 의한 물성변화, 체적변형 그리고 조사크립 등에 대한 연구가 제4세대 원자로시스템 공동연구와 국제원자력기구의 중성자 조사 원자력급 흑연 데이터베이스 및 조사 크립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 중에 있다. 본고에서는 초고온가스로용 원자력급 흑연의 요건과 제조공정을 소개하고 상용 원자력급 흑연 현황과 시장성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2. 본 론
가. 원자력급 흑연의 요건
일반 공업용 흑연과의 큰 차이점은 원자력급 흑연은 노심의 부피를 감소시키고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고밀도이어야 하며 중성자 조사에 의한 체적변형 및 조사크립 관점에서 등방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중성자 흡수 단면적과 조사 후 흑연의 방사화를 고려하여 Boron과 불순물의 함량을 낮춘 고순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자력급 흑연의 요건은 2005년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에 최초 등재되고 2008년 개정되었다. 핵연료 및 반사체 블록용 등방성 및 준등방성 원자력급 흑연의 분류를 표 2에 그리고 중성자 조사량이 낮은 영역에서 반사체 블록과 노심지지 구조물용으로 사용되는 흑연의 분류를 표 3에 각각 정리하였다.
필러 코크의 원료는 석유 혹은 콜타르 피치 2종이며 열팽창계수는 3.5-5.5×10-6 범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코크 입자 크기는 표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5가지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바인더는 피치이며 필러 코크를 제조한 동일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현재 상용 흑연재료 중 가장 조대한 코크 입자 크기는 1.68mm이다(SGL사, NBG-18).
원자력급 흑연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물리적, 기계적 특성 요건을 표 5에 정리하였다.
나. 원자력급 흑연 제조 공정
원자력급 흑연의 일반적인 제조공정과 공정변수를 사양요건 및 제품특성과의 상관관계와 함께 그림 2에 도시하였다. 흑연 제조의 시작은 적절한 코크 원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코크는 원유 및 석탄의 부산물 혹은 천연 피치로부터 생성된다. 원자력급 흑연용 코크 원료는 고순도, 등방성이 요구되며 이에 부합하는 원료는 주로 석유 코크의 경우 미국 서부에서 콜타르 피치의 경우 일본에서 생산, 공급되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는 코크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목적으로 West Virginia University에서 용매추출법을 이용하여 미국산 석탄에서 등방성 코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석탄에서 자동차용 연료를 생산하는 남아공의 Sasol 사와 협력하여 남아공산 콜타르 피치에서 등방성 코크를 생산하는 기술을 협력 중에 있다 [6].
코크는 휘발성 물질을 제거하고 이후 공정에서 수축 양을 감소시키기 위해 약 1300℃에서 하소시킨다. 하소된 코크는 분쇄된 후 반죽하며 휘발성 물질을 추가적으로 제거한 후 최종 분쇄 후 특정 크기 이하의 것만 채로 걸러지게 된다.
이러한 코크는 콜타르 피치 바인더와 혼합하여 성형한다. 최종 흑연 제품의 물성은 성형 방법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가장 일반적인 성형법은 압출이다. 압출법은 다양한 크기의 블록과 상당히 긴 길이를 생산할 때 주로 이용되며 품질은 압출 압력과 압축률에 의해 결정된다. 압출을 통하여 제조된 흑연은 필러 코크 입자의 정렬에 의해 이방성을 나타내게 되지만 기술의 발달로 현재는 등방성을 제조할 수도 있다. 등방성 흑연 성형에는 주로 몰딩 혹은 프레싱을 이용한다. 하나 혹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몰딩 및 프레싱하여 블록을 성형한다. 등방 몰딩은 코크와 바인더 혼합체를 가죽 가방에 넣고 압력을 인가하여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압력이 유지된다. 진동 몰딩은 흑연 혼합체를 몰드에 넣고 진동시켜 혼합체를 조밀화한다. 이후, 이 흑연 혼합체를 한 방향으로 압축하고 하중 하에서 다시 진동시킨다.
성형된 green article은 물 속에 급냉을 시킨 후 휘발성 물질을 더 제거하고 바인터를 코크화 하기 위해 800℃ 근방에서 열처리 한다. 산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블록은 구상 코크로 덮는다. 이 과정은 팽창을 허용하고 green article의 형상을 지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과정은 30-70일 정도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휘발성 가스 방출에 의해 블록 내부에 개방기공이 형성된다. 밀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오토크레이브 내 진공분위기에서 피치를 함침시키기도 한다. 개방 기공을 통한 피치의 유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블록 표면을 거친 기계가공 혹은 grit blasting을 하기도 한다. 여기까지의 공정은 단열재 혹은 가열로 라이너로 사용될 수 있는 카본블랙과 같다.
카본블랙은 최소 2700℃ 이상에서 흑연화 처리된다. 고전적인 흑연화 방법은 애치슨 가열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약 폭 7m 그리고 20m 길이의 개방형 가열로에 카본블랙을 적층한 후 전도성 코크를 도포한 후 수냉 전극봉을 이용하여 양단에 큰 전류를 인가하여 약 3000℃ 온도에서 약 15일 동안 유지한다. 보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흑연화 시킬 수 있는 현대적인 방법은 카본블랙을 일렬로 접촉하게 적층한 후에 산화 방지를 위해 코크로 도포한 후 직접 카본블랙에 직접 인가하는 것이다. 단, 이 방법은 동일한 단면적을 갖는 블록에 대해서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흑연화 과정을 통해 흑연 결정이 형성되며 재료는 연해져서 가공성이 좋아진다. 전기 및 열전도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되고 다수의 불순물이 제거되게 된다. 순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흑연 블록은 애치슨 가열로에서 약 2400℃로 재가열 시킨 후 할로겐 가스를 통과시킨다. 이러한 최종 공정은 흑연 가격의 약 30%를 차지하게 된다.
다. 주요 흑연 제조업체 및 상용 원자력급 흑연 현황
원자력급 흑연 시장은 주로 미국의 Graftech, 독일의 SGL 그리고 일본의 Toyo Tanso 등 3개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Toyo Tanso는 일본 HTTR, 중국의 HTR-10에 IG-110을 공급하고 있으며 SGL은 남아공의 PBMR에 NBG-18, -10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취소된 상태다. Graftech는 미국의 차세대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에 흑연을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HTR-PM의 경우 반사체 소재는 자국 흑연 제조업체가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생산되는 주요 상용 원자력급 흑연을 표 6에 정리하였다. 일반적으로 핵연료 블록의 경우 코크 입자가 미세한 흑연을 사용하게 되며 산화 저항성 관점에서는 고밀도의 흑연을 그리고 파괴 및 균열저항성 관점에서는 입도가 큰 흑연이 우수하다. 미국 재료시험협회에서 제시하는 물성 요건 외에도 중성자 조사에 의한 체적변형, 조사크립 등의 특성 자료가 확보되어야 초고온가스로용 흑연으로 선정, 설계 그리고 수명예측이 가능하다. 현재 EU Innograph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Petten에서 미국 차세대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는 INL과 ORNL에서 조사특성을 평가 중에 있다. 중성자 조사 특성 평가 대상 흑연은 주로 표 6에 제시된 재료들이다.
라. 원자력급 흑연 시장성
일반적으로 출구온도 950℃인 초고온가스로의의 수소생산량 용량은 연간 약 80톤/MWth/이다. 그림 3과 같이 2020년 국내 수소 수요량은 약 2,357천톤으로 예측되며 초고온가스로의 수소 생산 분담율을 약 30%로 가정하면 필요한 초고온가스로의 총 출력은 8,840MWth이다. 따라서 600MWth 급 초고온가스로가 15기 정도 필요하게 된다. 최근 기사에서 포스코가 2020년까지 수소환원 제철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 그림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포스코에서 100% 수소 환원 제철을 한다면 600MWth 급 초고온가스로가 33기 정도 필요한 것으로 예측된다.
650MWth 급 블록형 초고온가스로의 경우 건설시 약 700톤의 흑연이 소요되며 중성자 조사에 의한 체적변형을 고려하여 가동 중 3년 주기로 핵연료 블록 89톤, 6년 주기로 교체형 반사체 353톤이 교체되기 때문에 연간 약 90톤이 소요된다. 가공, 운송, 설치 등의 비용을 제외한 순수 흑연 블록 제조비용은 IG-110의 경우 약 2,500~3,000엔/Kg이고 PCEA의 경우 약 $27.5/Kg이다. 따라서, 650MWth 급 초고온가스로 1기당 흑연에 소요되는 비용은 건설에 약 19.3 M$ 그리고 교체에 2.4 M$/year일 것으로 추정된다.
3. 결 론
현재까지 국내에서 흑연은 생산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제철소의 코크스를 이용하여 전극봉용 침상흑연 및 반도체용 등방 흑연을 생산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최근 접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 산업용 흑연 분야 못지 않게 초고온가스로용 원자력급 흑연 분야도 잠재적 시장성을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개발 초기 단계부터 코크의 원료 및 공정상 고순도화를 고려하여 연구한다면 원자력급 흑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탄소소재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의 활발한 기술교류와 의견 교환을 토대로한 장기적 개발 계획 수립이 절실하다 하겠다.
참고문헌
[1] Timothy D. Burchell, Carbon Materials for Advanced Technologies (Pergamon, London, 1999) pp. 429-433
[2] B. Marsden, Graphite for High-Temperature Reactors (EPRI, Palo Alto, CA: 2001) pp. 2-1
[3] Next Generation Nuclear Plant Pre-Conceptual Design Report, INL/EXT-07-12967, November, 2007
[4] ASTM D7219-08 Standard Specification for Isotropic and Near-isotropic Nuclear Graphites, ASTM International, U.S.A. (2008)
[5] ASTM D7301-08 Standard Specification for Nuclear Graphite Suitable for Components Subjected to Low Neutron Irradiation Dose, ASTM International, U.S.A. (2008)
[6] T. Burchell, R. Bratton and W. Windes, NGNP Graphite Selection and Acquisition Strategy, ORNL/TM-2007/153, September, 2007
표 1. 고온가스로 주요 특성
표 2. 핵연료 및 반사체 블록용 등방성 및 준등방성 원자력급 흑연 분류 [4]
표 3. 반사체 블록 및 노심지지 구조물용 원자력급 흑연 분류 [5]
표 4. 원자력급 흑연 코크 입자 크기의 정의 [4, 5]
표 5. 원자력급 흑연의 물리적, 기계적 특성 [4, 5]
표 6. 주요 상용 원자력급 흑연
그림 1. 블록형 초고온가스로 노심 내부 및 핵연료 블록 구조
그림 2. 원자력급 흑연 제조공정
그림 3. 수소 이용 분야 및 전망
그림 4. 원자력 수소 환원 제철 개념도
공동기획 :
김응선
-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학사
-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석사
-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박사
- University of Manchester, Nuclear Graphite Research Group 방문연구원
-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수소생산원자로기술개발부 선임연구원
< 본 사이트는 일부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201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