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권은 신소재, 대경권은 나노융합소재
정책의 이해도 급상승, 지역별 협의회도 숨은 주역
“요즘 세라믹이 대세라며…?” 일면식이 조금 있는 소재분야의 한 인사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최근 들어 세라믹에 대한 정책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세라는 표현은 어색한 것이 업계 정서. 하지만 WPM에 이어 내년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에서도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세라믹의 위상은 분명 달라졌다. 도대체 세라믹계에 무슨 변화가 있었기에 정책에 대한 오랜 소외감에 시달려온 세라믹이 대세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을까?
지난 2010년 12월31일. 대통령은 지식경제부와 그 소속기관의 조직과 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경제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개정했다. 이 조치로 인해 세라믹을 담당하던 주무과는 바이오나노과에서 나노융합팀으로 바뀌게 된다. 바이오나노과 시절, 과장포함 10명의 인원 중 세라믹을 담당하는 인원은 단 0.5명. 바이오관련 업무와 병행으로 세라믹관련 업무를 맡는 구조였다. 하지만 5명으로 구성된 나노융합팀에서는 1.5명이 세라믹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더욱이 담당과장의 직무범위는 1/10에서 1/2로 그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R&D주도권 싸움에 철저히 감춰졌던 세라믹
그리고 이같은 변화는 최종 공표를 앞두고 있는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선정에서 또 한번 세라믹이 이변을 일으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 지난 7월 확정된 광역연계권협력사업에 강원, 전남, 대구가 AlN소재로 공동 기획한 과제가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는 나노융합소재 분야에서 세라믹금속기반으로 이름을 올린 것. 신소재와 나노소재의 일부로 거론됐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기존의 신소재, 나노소재에서 세라믹이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보여 왔는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선정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을 터. 특히, 화학소재기반과 세라믹금속기반으로 역할 조정이 된 나노융합소재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무과 이해도 급상승에 세라믹 주가 급등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에서 세라믹은 철저히 감춰지고 그 의미가 축소되어온 것이 사실. 이는 R&D주도권을 놓고 학문간, 또는 연구주체간의 힘겨루기에서 기인한바가 적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이번에는 이 같은 구분이 가능해 졌을까? 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지경부의 직제변화와 무관치 않을 터. 그만큼 세라믹에 대한 주무과의 이해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융합기술이 화두인 시대에 세라믹, 금속, 고분자 간의 경계는 더 이상 무의미할지 모른다. 더욱이 화학합성을 통해 생산되는 나노소재는 금속, 고분자, 세라믹으로 그 원료의 형질이 단계별로 변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특정소재만의 울타리를 치고 타 분야의 진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라믹이라는 영역을 구분 지으려는 의도는 단순하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바로 알아야 효과적인 처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광역권 선도산업 선정에서 감춰져 있던 세라믹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나노소재의 산업화에서 가장 큰 취약점을 정부가 인식하기 시작했음이 아닐까?
신성장포럼, 관련기관 역할 크지만
지역별 협의회도 숨은 주역
그렇다면 정부의 이같은 인식변화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일까? 아마도 지난해 발족한 KOREA세라믹신성장포럼과 이 포럼의 모태가 된 세라믹특별법 추진위원회의 대정부 활동에 기인했을 터. 뿐만 아니다. 이 두 조직이 있기까지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세라믹학회,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 그리고 강원TP KFCC, 전남TP JACC, 대구TP NPAC 등등 세라믹관련기관의 노고 덕분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조직이 있다. 바로 지난 2009년 2월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 3월 전남, 그리고 2011년 1월 강원에서 결성된 지역별 세라믹산업협의회. 각각 명칭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특징은 바로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결성된 세라믹관련 기업들의 협의체라는 점. 무엇보다 대경권이 충청권과의 경쟁에서 나노소재 중 세라믹금속기반 분야를 전담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대구경북파인세라믹협의회. 이는 충청권 해당기관의 관계자의 불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충청권, 특히 대전TP 나노소재 관련 협의회에도 역량있는 세라믹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음에도 화학소재기반으로만 역할이 국한된 것. 무엇보다 대전지역은 KAIST, 화학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세라믹관련 R&D인프라가 적지 않은 곳이다. 그나마 대경권이 충청권에 비해 세라믹 분야에서 공식적인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요인은 전문 기업들의 협의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지역협의회, TP는 귀 기울여야
물론 아직까지는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으며, 또한 대경권이 세라믹금속기반 나노융합소재를 주도하게 된데 대구경북파인세라믹협의회의 기여도 역시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일부 언론에 공개된 내용과 관련 인사의 비공식적인 발언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별 협의회와 해당 TP간의 미묘한 온도차이가 차츰 깊어지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 협의회가 발족하고 운영되기까지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TP가 언제부터인가 규정에 얽매인 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는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차츰 그 빈도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