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 한중일 소재(세라믹)전쟁 실태보고 ②
세라믹강국 일본의 숨은 보석,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를 가다
전 시험분석 장비 1,600℃ 내외의 용광로 내부 재현
세라믹강국 일본!!! 그 실체를 실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던 일본 현지취재의 결론이다. 강했다. 생각 이상으로 일본은 강했다. 그리고 빼앗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400여 년 전 전쟁을 벌이고서라도 조선의 도자기를 빼앗고자 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러했을 터. 불과 흙을 다스리는 힘. 총칼에 빼앗긴 그 힘이 기자는 너무도 탐이 났다.
지난 4월호에서 언급했듯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한중일 소재(세라믹)전쟁 실태보고’라는 기획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한국세라믹기술원 김광진박사의 도움으로 AIST(일본산업기술총합연구소) 큐슈센터, 큐슈대,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 교토대 등을 방문했다. 3박4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번 출장을 통해 한 가지는 얻고 왔다. 그것은 바로 극복해야 할 대상의 실체를 조금은 알게 된 것. 이번 취재를 통해 일본의 속살을 드려다 보기 전까지, 기자는 일본을 만만하게 생각했다. 사실 대한민국 IT산업의 추격에 맥없이 주저앉는 일본의 전자산업, 원전폭발로 인한 전력난,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 반출제한에 맥없이 무릎 꿇는 모습까지 보았으니 그럴 만도 했을 터다. 하지만 첨단소재, 특히 세계 최강이라 평가받는 세라믹 분야에서 만큼은 대한민국이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그 진면목은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비산화물을 산화시켜라???
“비평형성 비산화물이 뭐죠?” “음…. 흔히 비산화물 하면 금속과 산소의 결합인 금속산화물과 대비되는 개념을 말합니다. 이런 비산화물은 고순도의 금속원소를 산소가 철저히 차단된 고온에서 질소, 탄소, 붕소 등과 인위적으로 결합시켜 제조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카야마 세라믹스 센터는 이런 비산화물에 오히려 산소와 산화물을 적당량 첨가시켜 비정상적인 비산화물을 제조하는데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업계 입문 5년차의 기자는 그동안 산화물 기반의 국내 세라믹산업이 비산화물에 집중 투자해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 일본 출장에 동행하게 된 경남대학교 전병세 교수는 뜻밖의 이야기를 기자에게 들려준 것. 비산화물 제조용 설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염려하던 기자에게 오히려 산화물과 정반대 개념으로만 인식하던 비산화물에 산화물을 접목하고 있는 일본의 기술력을 들려주었으니 말이다.
내화물 연구분석의 독보적인 존재
내화물 전문센터로 알려진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 이 센터가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노하우는 바로 청정강을 생산하기 위한 특수 내화물이다. 철강용 내화물은 말 그대로 용광로 내부의 열을 견뎌내는 특수 용기의 기본재료. 철(Fe)의 녹는점은 1,535℃. 즉 철이 마그마와 같은 용액상태인 용광로의 내부는 최소 1,535℃ 이상이다. 그러니 당연히 펄펄 끓는 쇳물은 담아내는 용기는 그 이상의 온도를 견뎌내야 하는 법. 그리고 이 열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소재가 바로 2,000℃ 내외의 녹는점을 지닌 세라믹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온을 견디는 세라믹소재라 하더라도 고온에서 장기간 노출되면 쇳물과 반응해 변형되기 마련. 이때 용출되는 원소가 철강제품의 품질을 저하하는 불순물로 작용한다. 때문에 청정강을 제조하기 위한 핵심요인 중 하나가 바로 용광로 내부의 내화벽돌 제조기술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용광로 내부의 내화벽돌이 쇳물과 반응해 변형된 상황을 철과 만나기 전 미리 연출함으로써 추가적인 변형을 억제하고 있는 것. 아무리 순도 높은 비산화물도 변형을 막을 수 없다면, 철강제품의 불순물로 작용할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데이터는 용광로의 특성과 제강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론적인 수치는 무의미한 상황.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는 바로 이에 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정립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분석도 평가도 용광로와 동일한 조건
“분석물이 산소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한 흑연 가루입니다” 센타 보유장비들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 곳곳에 놓여 있는 정체불명의 검은 가루에 호기심을 느낀 기자의 질문에 일행을 안내하던 아사쿠라 반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피를 못잡는 기자를 위해 한국세라믹기술원 김광진 박사의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이곳 센터의 장비는 대부분 1600℃ 내외의 용광로 내부와 비슷한 온도에서 내화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 특히 비산화물의 경우 산소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장비내부를 질소가스 등으로 채워 넣는다. 하지만 산소의 차단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을 경우 정확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분석물을 흑연가루에 파묻은 상태에서 실험을 한다는 것. 산소가 미량 유입되더라도 흑연가루와 먼저 반응해 실험물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노하우가 모여 일본의 저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 셈. 김광진 박사는 또 “아사쿠라 반장이 바로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의 숨은 보물”이라고 귀뜸 한다. 수수한 작업복에 반장이라는 직함 때문이었을까? 현장의 기술진으로만 생각했던 아사쿠라 반장. 하지만 그는 이학박사 출신의 엘리트. 그야말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였다.
이학박사 출신의 작업반장이 현장지휘
박사 출신의 작업반장.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연구원이 노벨상을 타고,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그중 13명이 이공계인 일본의 저력을 세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비평형성 비산화물이라는 미개척지를 연구하고 있는 아사쿠라 반장 역시 또 다른 노벨상 후보 중 한명일터. 새삼 일본의 저력에 두려움이 들었다. 수십억, 수백억짜리 장비야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소재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수 천, 수 만의 아사쿠라 반장은 어떻게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을까?
400년 전 당시 최대의 하이테크 기술이었던 도자기술을 얻고 싶어 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도 어쩌면 기자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과연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이 이대로 열심히만 한다고 일본의 그것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본의 세라믹이 없이는 미국의 우주선도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는데... 400년 전, 그들은 우리 선조들이 지닌 ‘불과 흙을 다스리는 힘’을 얻기 위해 급기야 전쟁까지 벌였다는데…21세기, 조선도공의 후예들은 과연 무엇으로 빼앗긴 힘을 되찾아 올수 있을까? 3박4일의 짧은 일정...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자 떠난 여정이 오히려 두려움만 안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다. 일말의 희망만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힘이 바로 세라믹이 아닐까? 그리고 이번 여정을 돌아보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자신감. 그 자신감이 어쩌면 해답일지 모른다는 생각…
희토류도 전력도 문제없다는 일본의 자신감
“꼭 써야 할 곳에만 쓰면 된다” 중국의 희토류 반출제한에 대한 일본 희토류학회 이마나카 학회장의 답변이다. 대체 불가능한 원료는 비축량을 늘리고, 리사이클을 통한 자원회수와 대체소재 및 저감기술 개발로 희토류의 사용량을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것. 일본 출장 후 국내의 한 희토류 세미나에서 듣게 된 답변이지만 일본 출장기간 만났던 이들 역시 비슷한 답변을 전할 뿐이었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이다. 원전사고 이후 전력난에 대한 답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펑 펑 쓰던 전기를 꼭 필요한 곳에 쓰기 때문에 조금 불편할 뿐이다” 이달 중 54기의 원전이 모두 정지하는 ‘원전제로’ 상태에 돌입하게 될 일본임에도 에너지절약과 화력발전만으로도 큰 무리 없이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만큼 강한 저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우리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렵거나 궁핍하지 않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도 담겨있었다. 이는 출장기간 온종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준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던 호들갑스러운 일본 언론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 공무원의 급여가 8%씩 일괄 삭감되고 대학교수와 연구자들 역시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IT산업에 대한 경계심도 조금은 내비쳤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일본의 전력난과 희토류 대란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지 모른다는 생각. 이번 취재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이었는지 모르겠다.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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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 세라믹스센타 개요
1990년 오카야마현이 주도하여 설립한, 일본내 유일한 내화물 공적 연구기관인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는 기업에서 생산된 내화물의 성능을 분석 평가하는 업무가 주된 기능. 그리고 오카야마 센터가 보유한 분석장비들은 대부분 용광로 내부와 비슷한 1,600℃내외에서 분석과 측정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명칭 오카야마 세라믹스 센터(OKAYAMA CERAMICS CENTER)
설립연도 1990년
소재지 지역 오카야마현 비젠시
부지 면적 5,599.47㎡
● 협력기관
- 관 : 오카야마현 공업기술센터, - 산 : 지역 내화물 관련 기업
- 학 : 오카야마대학, 오카야마이과대학, 오카야마현립대학
- 해외 : 한국세라믹기술원, 중국(낙양내화물재료연구원, 북경과기대학, 동북대학), 정주대학, 해외 내화물기업
● 일본 내화물 현황(2007년)
- 내화물 생산량 3대지역 : 오카야마 45만톤, 동북, 관동 20만톤, 큐슈 19만톤
- 판매 3대 금액 : 오카야마 680억엔, 동해 240억엔, 동북관동 220억엔
- 세계 3대 조강 생산량 : 중국 4.9%, 일본 1.2%, 미국 0.9만톤
● 수요산업
철강 74.5%, 시멘트, 석회 : 3.1%, 소각로 2.7%, 비철금속 1.6%, 유리 0.9%
● 분석평가기기
- 조직관찰, 분석 : SEM, 전계방사SEM, 편광현미경, 형광현미경, 레이저현미경, 디지털마이크로스코프, 적외선서모그래프장치 7종
- 성분분석장치 : 형광X선 분석, XRD, 카본분석, 산/질소 분석, ICP분석 장치 5종
- 상온 특성측정 : 재료시험기(10/100톤), 비커스경도기, 통기율측정, 비표면적 측정, 입도분포기, 전기저항측정, 동탄성율, 열전특성 평가장치 8종
- 열간 특성측정 : 열간곡강도측정, 열간압축강도, 고온침식시험, 고온점성측정, 클리프시험, 하중연화점측정, 열팽창율측정(저/고온), 열기계분석(TMA), TG-DTA, 레이저열전도측정, 열선열전도측정, 열류열전도측정, 정밀비열측정기 14종
- 전기로 : 고온대형전기로(1600℃), 소형전기로(1650℃), 머플로(1500℃), 진공관상전기로(1600℃), 다목적고온로(2200℃), 소성로(1500℃), 고온카본로(1800℃) 마이크로파가열장치, 통전가압소결장치(SPS)
- 성형, 분쇄가공기 등 : 수동식 정수압프레스, 냉간정수압 성형기(CIP), 롤크래샤, 헨쉘믹서, 대용량만능각반혼합기, 유성볼밀, 소형혼련기, 소형톱글라인더, 잔공도 조절 Evaporator 9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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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 세라믹스 센터의 숨은 보석 아사쿠라 반장
OCC 보유장비
비산화물 분석시 산소차단을 위한 흑연가루
오카야마 세라믹스센터 기념촬영
왼쪽부터 채재홍 박사(KICET), 아사쿠라 반장(OCC), 김광진 박사(KICET), 전병세 교수(경남대), 오카모토 이사(OCC), 이마나카 소장(OCC)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12년 5월호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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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