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한 한국도예의 발전과제
각 분야별 전문가 11인의 견해를 들어본다
- 한국 도예의 대중화
글/장 진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 도예과 교수
현대의 폭넓고 다양한 도예의 범주 안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발전해온 그릇, 즉 생활도자는 다른 영역에 비해 대중과 소통이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쓰임’이라는 것은 우선적으로 필요목적에 의하여 만들어져 점차적으로 미적 가치, 사회적 가치, 나아가서는 의사전달의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그릇’은 시각과 촉각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기쁨과 애정을 줄 수가 있으며 사용자는 사랑을 가지고 보살피는 즉 예술적 가치의 완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단 하나의 작품을 평생동안 디자인하면서 산다고 볼 수도 있다.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으로는 자신의 가치체계나 이념, 생각들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고,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으로는 집을 어떻게 꾸미고 옷을 어떻게 입고 음식을 어떻게 만들고 어떠한 그릇에 담아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최근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 테이블 코디네이터(Table Coordinater) 등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직종이 생겨남으로써 ‘그릇과 음식’은 또 하나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기계화, 규격화, 제품화된 일상용품들은 우리에게 획일화된 미의식과 몰개성적인 생활을 강요해왔다. 반면, 도예가들에 의해 제작된 생활자기는 미적감흥과 기능적 효율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고 있다. 실용과 조형적 측면을 고루 갖춘 생활도자는 예술과 일상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한다고도 본다.
최근 독자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생활자기를 만드는 도예가들과 테이블 코디네이터, 화랑 오너들이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신선한 테이블연출은 일반 대중들에게 ‘도자그릇’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본다. 또한 매년 개최되고 있는 광주요의 ‘아름다운 식탁전’을 비롯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미술관과 화랑의 ‘아트숍’ 각 종 여성 월간지의 화려한 화보속의 ‘퓨전음식과 그릇’, 지난해 개최됐던 ‘세계도자기엑스포’ 등은 한국도예의 대중화에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차(茶)문화와 음식문화는 도예를 하는(도자그릇을 만드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일본문화중 하나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다도(茶道)를 통하여 흙에 대한 심미안(審美眼)을 자연스럽게 키워온 일본인들은 젠(ZEN·禪)이라는 정신세계를 전 세계로까지 확산시켜 가구, 패션, 인테리어, 건축에까지 그 파급효과는 놀라울 정도이다. ‘그릇’의 기능성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의식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나아가서는 생활을 통해 하나의 정신적 전달의 높이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경험이 일어나고 느낌과 사유와 믿음이 통합되는 ‘삶의 세계’나 혹은 ‘일상생활의 구조’는 때로는 예술을, 때로는 종교를, 때로는 철학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는 그릇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을 파악하고 많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시대에 맞는 좋은 전통을 만들어 외국문화에 대한 위축감을 버리고 우리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여 탁월한 감성과 함께 재능을 발휘하여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창작자나 향유자의 구분이 따로 없이 예술성과 사회성을 고루 겸비한, 다시 말해 삶이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도예의 미래가 보인다고 하겠다. 이것은 나아가 전반적인 도자 조형 세계로까지 성숙한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우리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도예인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도예의 대중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동대학원 졸업
다마 미술학원 졸업
개인전 7회
국전심사위원 역임
국립현대술관 작품소장
현,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 도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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