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한 한국도예의 발전과제
각 분야별 전문가 11인의 견해를 들어본다
- 한국 도예화랑
글/우병탁 토·아트 대표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나라를 상징하는 예술 분야로서의 도예에 매력을 느끼며 미래가 있는 도예화랑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까진 운영상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 보여진 작품들과 한정된 시장 구조 속에서는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도예가 생활 속에서 성장해 나가고 작가들이 생활해 가기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정된 소수의 콜렉터나 안목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 도예의 미를 느끼고 생활 속에 즐거운 도예 모습이 있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부터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일일 것이다.
도예는 우리 민족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의 하나이다. 각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독특한 아름다움이 반영되어 있고, 그러므로 도예는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라고도 한다. 특히 우리 도예의 경우 미술사적 출발은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나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 분청 등 민족의 정서와 솜씨가 가득한 도자 문화를 발전시키며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고유의 멋을 풍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도예가 처한 현황은 과거의 비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전통 도예계의 경우 역사상의 여러 단절이 있은 이후 일본인의 선호에 따른 골동도자들의 재현과 시작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에 한하는 반복되는 도자기들의 주문으로만 치중되다 보니 이 시대다운 도예의 모습으로 발전하기에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또 대학의 도예과를 중심으로 아카데믹한 분위기에서 출발한 현대 도예계 역시 세계적 흐름에 따라 도자 조각이나 오브제 중심의 작업이 우선시 됨으로써 대중들과는 괴리되는 현상을 낳았다. 최근 현대 도예계 일각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이 늘어가고 있고, 전통 도예계 역시 내국인들의 기호를 배려하며 작업하는 작가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소수의 긍정적인 움직임만으로는 우리다운 도예가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작가들에게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필자는 우리다운 도예의 작업효과로 장작가마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도예가 사람들에게 선호받는 예술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흙맛과 불맛을 지닌 일품의 예술이라는 면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일품으로서의 작업효과가 있는 표현과정을 발전된 과학에 의한 안전하고 보편적인 작업 과정으로 치중함으로써 하나하나의 개성을 찾기 힘들고 도예 자체가 좀 심심해졌다는 인상이 많이 들어 버렸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도예에 끼치는 위험성을 일찍이 자각하고 최근에는 장작가마 축제 행사로 그 미감을 되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1세기에 오히려 과거의 힘겨운 작업 방식을, 도예의 원류가 담긴 장작가마를 되살리려는 서구 도예계의 노력은 고도의 산업화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흙에 대한 향수와 위안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예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가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흙과 불이 만나 어우러진 우연성, 그 우연성조차 계산에 넣고 있는 작가의 치밀한 작업을 통해 살아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야만 도예가 전통적인 미술 장르인 회화나 조각과 다른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다.
모두가 장작가마라는 원시적인 작업과정에 관계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나 흙과 불, 작가만의 색다른 유약이 만나 만들어져, 우리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오래 사랑받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개성적인 작업을 위해 조금은 현실적인 사이클에서 벗어나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는 작가들이 늘어가기를 기대해본다.
다음으로 새로운 디자인과 색채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해외 여행이나 각종 매체의 발달로 대중들의 안목은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높아졌다. 디자인과 칼라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강해졌는데 그에 반해 도예가나 공방들이 보여주는 작업들은 대중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대중들이 즐겨 사용할 만한 실용성과 미감을 갖춘 디자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치열한 작업과 더불어 외부의 정보와 변화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1세기를 문화경쟁의 시대니, 국제화 시대니 말들 하지만 이러한 문화경쟁의 시대에 찬란한 도예 문화를 이룩한 역사를 가진 우리들이 과연 세계에 내보이고 대중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만한 도예 작품을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한번쯤은 깊이 반성해 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모든 분야의 예술가에게 공통적인 자세겠지만 도예가에게는 한층 더 많은 작업량과 더 깊은 사유의 세계가 요구되는 현실이다. 도예는 회화나 조각 같은 미술 장르에 비해 역사가 짧고 시장 규모도 협소한 편이다.
많은 예술가와 평론가, 감상자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발전하며 시장을 확장해온 타 미술 장르에 비해 작가들이 배는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과 깊은 예술적 고민이 당장의 판로나 작품 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더라도 후배 세대 도예가들이 작업하는데 탄탄한 기초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했으면 한다.
모두가 장작가마라는 원시적 작업 과정에 관계하기 어렵고 당장의 현실이 고달프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작가란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때 그 작품이 오랫동안 대중들의 마음 속에서 사랑받았음을 항상 가슴 속에 새겨두기를 바란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83~’99 김포국제공항 도예전문점 운영
‘88~’94 롯데월드, 미도파 도예숍 운영
‘91~’97 진로도예지명전 운영위원
‘93~ 한국화랑협회 이사
現. 토.아트숍(COEX Inter-Continental Seoul內)
토·아트 갤러리(인사동)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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