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한 한국도예의 발전과제
각 분야별 전문가 11인의 견해를 들어본다
- 한국 도예공방
글/정재진 토원도예공방 대표
조선시대 승정원과 지방관하의 한 부서를 일컫던 공방이라는 말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방의 의미로 변해 왔는지 모르지만 오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공방이라는 말은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곳이란 뜻으로 이해되고 사용된다.
조선시대 도예를 하는 곳을 지칭하는 말로는 사기막, 사기소 등의 친근한 이름이 있었으며 지금도 지도 곳곳에는 사기막 이라는 지명이 자주 눈에 띈다.
현재의 도예 공방들을 살펴보면 그릇만을 만들었던 조선 사기막의 형태에서 벗어나 현대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지금은 그 성격이 크게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잡한 오늘날의 사회는 기능과 기술에서 또는 색상과 디자인의 부분 등에서 항상 새로운 도자제품의 생산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제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는 역할을 이들 공방들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의 도예 공방들이 각자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특정 작업영역에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들 도예 공방들의 성향을 보면 식기나 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드는 공방들은 물론이고 도자 벽화나 건축용 타일에서부터 전기가마 하나로 장신구 만을 제작하는 작은 공방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각 공방에서는 꾸준한 실험을 진행하고 타 재료와의 접목을 위한 노력이나 타 영역제조기법의 도입 등 새로운 도자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부단히 모색해 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공방도예의 성격이 다양화, 세분화, 기능화로 전개되는 상황은 21세기의 복잡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기능의 도자제품이나 새로운 디자인의 출현요구를 충족시키게 되며 이러한 일들은 오늘의 한국 도자문화를 가늠하는 한 측면으로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며 복잡한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도예의 새로운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필자는 사이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두건의 제품제작의뢰를 받았다. 하나는 무기 화학물 촉매 소성용 사각 플레이트 제작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쑥 훈증용 좌욕기 제작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쉽게 접하게 되는 주문 하나에도 이처럼 기술적인 측면과 공학적인 측면과 디자인의 측면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제작기술과 경험, 동시에 공학적인 내용을 모두 필요로 하는 주문들이 공방도예가들의 주변에는 이미 늘상 있어오는 주문의 형태들이며 공방 도예가들은 각자의 기술과 축적된 경험으로 이러한 주문에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소비층에 의한 주문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지고 기술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서는 관련 연구기관을 찾고 기술 교류를 위한 장을 마련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관련 정부 기관에서는 이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여러 방안들이 체계적으로 연구돼야 겠다.
작업 환경과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당연한 일이며 재료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의 제작시도는 숱한 실패와 좌절을 가져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공방도예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식기가 깨어지기 쉬워서, 또 무거워서 식당에서 외면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소비수준의 미달과 무지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도자제품의 기술력과 제품의 완성도를 점검하는 계기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간의 우리 도예계를 살펴보면 너무 다급하게 수많은 행사들을 치루고 있다. 도예 인구의 저변확대와 한국도예의 홍보에 일조 하는 면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의 설익은 도자현실을 너무도 부끄럼 없이 자랑만 하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진정한 의미의 도예발전을 생각한다면 양적인 팽창 못지 않게 이제는 내실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의 공방도예는 점차 이렇듯 세분화 되어가고 보다 기능적이며 다양화되고 특성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고 각자의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또한 도예에서의 디자인을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도자 제품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자생할 것이며 이는 오늘 한국 도자문화의 중요한 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필자약력
개인전 3회
IRIS국제도예전 출품
타이페이 국제도자박람회 초대출품
한국 현대도예 30년전 출품
한국 다기명품 100인전출품
한·일도예페스티발 출품
현, 토원공방 대표
도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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