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과 커피의 만남
- 세라믹로스팅기에서 세라믹 핸드밀, 세라믹 필터까지
- 가진 자산 활용할 수 있는 신시장 진출 고민해 봐야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2013년을 기준으로 이미 6조 원대(6조1650억 원)를 돌파했다. 국민 1인당 1년에 484잔을 소비한다고 하니 하루에 1.3잔씩을 마시는 셈이다. 해마다 기록을 갈아 치우며 무섭게 성장 중인 이 커다란 커피시장에 우리 ‘세라믹’은 얼마나 쓰이고 있을까.
마침 지난달 4월 코엑스에서 커피엑스포가 열려 방문해봤다. 보통 잔과 그릇, 인테리어 타일과 건축자재 외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생각보다 많은 세라믹 도구와 기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일회용 종이여과지 대신 재사용이 가능하고 위생적인 세라믹 여과지 외에도 커피를 분쇄하는 핸드밀의 날, 가정용 로스팅기는 스테인레스스틸을 세라믹이 대체한 제품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온효과, 부식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은 세라믹 소재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이 생긴 것이다. 세라믹 로스터기를 유심히 살펴보던 한 관람객은“생각보다 가볍고 디자인도 심플하다”며 “선택의 폭이 다양해 좋다”고 말했다. 커피머신 표면에 카본함유 페인팅으로 프리미엄 디자인 라인을 구축한 업체, 위에 유리섬유와 카본소재를 필터로 한 언더싱크 정수기 공급업체들이 있었다.
세라믹 전문가들이 커피를 공부하다
전시회에서 의외의 업체를 만났다. 그 주인공인 씨엠테크는 세라믹소재에서 완제품까지 만들고 있는 세라믹 전문 제조회사였기 때문이다. 씨엠테크의 주력제품은 ‘세라믹히터’지만 국내 커피시장 확대로 틈새시장 공략. 5년간의 노력 끝에 작년 하반기 세라믹 기술을 적용한 커피 로스팅기 ‘세로피’를 선보이며 커피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년 11월에 첫 출시한 이 제품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소형 커피프랜차이즈 업체 두 곳과 계약도 체결했다.
씨엠테크 관계자는 “원적외선 효과로 원두의 겉과 속을 고르게 볶아 맛과 향 모두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바리스타들을 초대해 제품 품평회를 열기도 했다. “원하는 로스팅 단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스마트기능을 추가하고 인테리어에 민감한 커피전문점 특성에 맞춰 디자인도 많이 고민했다”고 사용자의 편의성과 심미성에 중점을 둔 제품임을 강조했다. 크기도 작아 작은 카페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유리하다.
자체 개발한 세라믹 히터를 드럼 내부에 설치하고 원적외선을 이용해 직화로 원두를 구워내는 방식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이 회사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순간온수기 ‘온수웨이’ 덕택이었다. 이렇듯 기업이 보유한 독자 기술로 전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씨엠테크의 도전은 장점을 활용해 신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라 여겨진다.
유연한 사고에서 신시장 문 열린다
산업 전반이 유례없는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에도 ‘잘나가는’ 업체는 있기 마련이다. 세라믹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와 정부, 학계에서는 ‘혁신과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항상 말하지만 중소 업체들이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며 “가진 것을 활용해 신 시장을 계속 발굴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무엇인가를 가져야 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다른 길을 찾는 기업들의 생존전략을 따라가 보면, 적절한 시기에 자신들의 장점을 타 분야에도 적용하는 ‘영민함’이 성공적인 시장진입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백진기자 baekjin24@naver.com
- 2013굿디자인 최우수상을 수상한 세로피. 기능성과 디자인 모두 인정받았다.
- 기존 국산 및 수입산 커피로스터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강점이다. 평판형 세라믹 히터로 직화방식의 로스팅을 구현해 전기 사용량(소비전력 800W/회)이 적어 소형 카페사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커피’시장에 도전장 내민 건자재 기업
타일제조 중견업체 태영세라믹은 지난 2012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주커피’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유통법인 태영F&B를 통해 매물로 나온 주커피의 상표권을 35억 원에 사들여 현재는 전국에 9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인수 후부터 1년 반 동안 직영점을 도입하고 인테리어 개선, 재료고급화 등 사업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디저트형 커피전문점 브랜드 론칭, 중국 광저우 매장 오픈 등 사업 다각화 기반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예 커피전문점을 창업한 곳도 있다. 건설용 자재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기업인 다도해운이 ‘다도글로벌’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브랜드 초창기부터 자체적으로 R&D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으며 큐그레이더와 블렌딩 마스터와 같은 커피 전문가를 배치해 직접 커피 원두를 엄격하게 선별하고 있다. 또한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대중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엘지하우시스는 사내 커피숍인 지인카페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직원복지를 위한 만든 것으로 일반 프랜차이즈 매장의 1/3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건자재 업체들의 커피시장 진출이 건축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다각화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복이 불투명한 건설시장만 바라볼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건자재 업체의 유통 노하우를 프랜차이즈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자사의 제품을 매장 내 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분석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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