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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임선희
  • 편집부
  • 등록 2003-07-22 23:27:56
  • 수정 2016-04-15 13: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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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재로 여성적 내면 표출 흙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존재 확인하는 작가 한 여성작가의 작품 소재가 죽음, 꽃, 하이힐, 여행가방, 속옷의 레이스, 반 동강난 여성의 인체, ♥, 문자(INRI, SEX, HE, SHE)라면 페미니즘 성향이 짙다는 상상을 하기 쉽다. 도예가 임선희(35세)의 작품 모티브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임선희는 페미니즘 작가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여성스러운 사회성을 솔직한 주관적 내면의 해석으로 작품에 표현하는 작가다. 작가에게 ‘죽음과 꽃’은 종교적으로 해석된 무한한 편안함이다. ‘하이힐’은 태어나 한번도 신어보지 않은 신발이다. ‘속옷의 레이스’는 여성의 우아함을 최대한 함축한 유형물이다. 이 같은 작가의 작품주제 해석은 차라리 페미니즘적 요소에 비해 작품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끌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일본서 7년간 도예가로 활동 폭넓은 접근의 사고 일깨워준 계기 마련 유난히 털털한 성격의 작가 임선희는 일본 유학 출신 도예가다. 그는 경성대 공예학과를 졸업한 후 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이란 시간을 일본서 흙과 함께 보냈다. 외국에서 7년을 홀로 지냈다는 것은 그의 털털한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학창시절 경성대 공예과와 일본의 여러 대학간의 다양한 워크숍, 세미나 등의 도예교류행사로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졸업 후 일본 가나자와시의 우다츠마야 공방에 방문, 견학한 후로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첫해 그는 외국문화 적응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뒤로 미루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우다츠마야’라는 도예공방에 입사했다. 2년간의 공방 생활을 마친 후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자를 전공, 97년에 졸업했다. 이후 3년간은 시에서 운영하는 폐교를 활용한 공동작업장에서 15명의 일본작가들과 함께 작업 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7년간 활동에 대해 “폭넓은 접근의 사고를 일깨워준 계기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저 흙을 이용해 만드는 것에만 몰두해왔던 저에게 아이디어와 기법, 개념 등을 향한 다양한 접근방법과 자유로움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고 전한다. 또한 주변에서 전하는 작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그를 더욱 자극했다.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된 화랑의 주인이 그의 작품을 보고 “당신은 성형하는 것에만 신경 쓰고 불에 의한 표현의 방법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직설적인 평가를 듣는 바람에 자존심 상함과 충격을 받은 일도 있었다. 97년 일본서 첫 개인전 죽음의 종교적, 여성적 해석인 ‘휴식’ 주제로 열어 첫 개인전은 대학원을 졸업한 97년, 일본 교토의 마로니에 갤러리와 가나자와대학 내에 마련된 갤러리에서 연이어 열렸다. 전시의 주제는 ‘휴식’이었다. 그는 ‘휴식’에 종교적 의미를 담아 죽음과 연관된 이미지의 작품 10여점을 선보였다. 휴식과 안락함의 의미를 지닌 집 형태의 비석 안에는 극히 여성스러운 ‘꽃’이 존재하고 있다. ‘죽음과 꽃’은 종교적으로 해석된 무한한 편안함이다. 특히 작품 ‘work-97’은 ‘집’을 죽음과 극단적으로 연관시켜 골격만 남아 쓰러져가는 듯한 ‘폐허’로 표현했으며 그것을 거부하는 듯 바닥 면 사이를 뚫고 피어오르는 꽃(안식, 봉헌 등을 의미하는 ‘문자’들)이 대립하는 설치작품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사진 1> 이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여성성속의 휴식과 안식, 봉헌 등에 관념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죽음의 종교적 해석’을 선택했다. 하지만 “관념적 주제에 비해 표현방법의 서툰 점이 아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2회 전시 00년 3월 유학중 고심 흔적 엽기스런 가방과 하이힐에 담아내 참신한 아이디어 넘치는 작품평 2회 개인전은 2000년 3월 일본 가나자와의 KAZU갤러리에서 열렸다. 주제는 ‘선희의 가방 시리즈’였다. 일본 유학생활 통해 갖게 된 다양한 흔적들을 가방이라는 주제에 담은 작품 10여점을 선보였다. 작품 ‘가방 시리즈’에는 일본 유학중에 고심해 온 삶, 생활, 사랑, 선택, 두려움, 외로움, 도전, 자유, 여행 등이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들로 형상화됐다. 작품 중에는 하이힐을 응용한 괴상한 형태의 가방, 인체의 손과 발을 이용한 엽기스러운 가방, 우스꽝스런 형태의 하이힐이 들어있는 낙서가 잔뜩 새겨진 가방도 있다. 특히 가방과 구두의 표면에는 금속산화물을 발라 삼벌번조한 장식성이 돋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작품에 담긴 다양한 의미 때문인지 작품에 대해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사진 2, 3> 03년 4월 3회전, 국내 첫 전시 불안한 상상 담은 작품 ‘아킬레스 콤플렉스 힐’ 여성 인체, 속옷레이스문양, 문자로 여성적 내면 표출 2회전시를 마치고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인근에 10평 안팎의 작은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귀국 후 3년간의 작품 준비 끝에 지난 4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3회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가 열린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블루에서는 상상을 주제로 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평소 사고가 일어나지도 않는데 꼭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상상을 자주한다. 작품 ‘SUNNY'S ACHILLES'HEEL’에는 이러한 작가의 내면이 표현돼 있다. 인체의 하반신 중 다리 위의 ‘둔부’는 자신의 현재를 의미해 형태가 정상적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얇아 불안해 보이는 다리(작가는 아킬레스 콤플렉스 힐이라고 표현한다)에는 작가가 한번도 신어보지 않았다는 하이힐이 신겨져 있다. 인체가 올라서있는 BOX 안에는 일상을 뜻하는 사랑, 꽃, 책이 담겨있다. 작품 표면전체에 속옷 레이스 문양이 새겨진 것이 독특하다. 그는 유난히 털털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여성적 내면을 작품으로 표출한 듯 하다.<사진 4> 또한 꽃, 사랑, 문자(HE, SHE)가 표면 전체에 새겨진 1m길이의 병 형태 작품 ‘독창’, 레이스문양과 혼합된 문자(HE, SHE, SEX 등), 하이힐, ♥ 등을 동시에 담고 있는 도판작품 ‘푸른손수건’<사진 5> 등 슈퍼화이트와 백토, 조합토 등으로 성형된 독특한 형태의 작품들은 저마다 작가 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흥미롭게 했다. 도예가 임선희는 작가로서의 고민과 철학에 대해 “꽃 한 송이, 풀벌레 울음소리에 감동을 받으면 우리는 그것을 언어로 표현 합니다. 전 도예가로서 제 일상 속 감동들을 내안에서 걸러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미지에 있어 여성적 표현은 내면에서 생성된 본능적 결과입니다. 표현수단인 흙이 형체로 변화되는 과정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라고 한다. 또한 “흙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나는 늘 새로움과 만난다. 그들은 나에게 형체를 제공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다른 면이 있음을 인지시킨다. 가끔은 나의 긴 침묵에도 개의치 않는 그들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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