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상 도예전 2003. 7. 9 ~7. 15 통인화랑
기억으로의 여행
글/김대훈 도예가
작가의 이번전시는 외국으로 떠나기 전, 전시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바램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어쩌면 그 동안의 작가의 면모를 관객에서 보여준다는 생각보다는 작가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전시를 통하여 작품을 발표하는 행위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생각을 숙달된 솜씨로 만들어내어 관객에게 보여준다기 보다는 자신이 모르는 것들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번 전시는 분명 작가에게 큰 소득을 안겨주었으리라 생각된다.
현대도예를 논의할 때, 기능과 조형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것이 진부하다 못해 무의미하기까지 한 이즈음, 이 작가의 전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듯 오브제들과 화장토를 짙게 바른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들로 채워져 있다.
보여주는 것 또한 농기구를 연상케 하는 오브제와 ‘아버지의 점심식사’, ‘장인어른의 아침식사’, ‘아픈이를 위한 식사’등의 제목과 함께 개다리소반(호족반) 등에 올려놓은 아날로그식 코드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분명 작가가 오브제와 기(器)를-즉, 조형과 기능-구분지어 생각하지 않고 있고, 흙을 통한 자기의 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비로소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하지 않고, 포장되어지지 않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주위 환경과 가족들과의 생활에서 작품에 접근하는 태도로 마치 우리 부모님들께 보내는 편지 한 장이나 우리가 우리에게 보내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코카콜라와 햄버거의 세례를 받았음직도 하고 테크노의 음(音)이 창(唱)보다 친숙할지도 모르는 작가에게 조부모의 산소가 있는 이천의 작업장과 주말마다 내려오시는 부모님께서 땅을 가꾸는 행위는 분명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흙과 시간은 성급하게 답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은 듯 하다.
이번 작가의 개인전 끝에 붙이는 평은 성공적이었다. “좋다, 나쁘다 혹은 기대가 된다” 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은 그에게 무의미하다. 그는 분명 흙을 통해서(그것이 그릇이건 오브제이건) 세상을 향해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며 이번 전시는 여행 떠난 물고기의 첫 번째 휴식처이자 자각의 첫 번째 정거장 역할을 정확히 해낸 것이라 알고 있으며 그의 손과 기억과 의지는 정확하게 다음 목적지를 찾아갈 것이다.
작가의 작업장 이름인 ‘여행떠난물고기’는 고 천상병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자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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