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NCECA(Nation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 행사가 지난 3월 12일부터 15일 까지 미국 샌디에고의 타운 앤 컨트리 호텔에서 열렸다. ‘경계의 변화적 흐름(BORDERS IN FLUX)’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등록자 수만 총 4,400여명이었고 단순한 참석자까지 합하면 그 수가 더욱 늘어나리라 생각된다.
행사기간 중에는 ‘도예’라는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강의를 비롯해 토론, 전시, 성형시범, 슬라이드 발표, 비디오 상영, 등이 동시에 이어졌다.
강 의
강의는 강사진과 참가자들의 신중한 열기 속에서 여러 과제를 놓고 30분 또는 1시간씩 계속되었다. 이번 행사기간에 진행된 일정별 강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3일. 디자인, 모델메이킹, 몰드메이킹 / 푸른색 타일들 / 영향력의 반영 : 미학 그리고 비망록 / 1950년도의 런던 커피 바 도예 / 캘리포니아 미학의 도예에 대한 정의 / 새로운 마욜리카 : 전통과 혁신
14일. 이탈리아 마욜리카 / 도예 사진 : 장비, 필름, 기술 / 교육적 세계 / 점토, 이야기들 그리고 전세계 /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 스타일들을 배움
대부분 강사들은 슬라이드 자료를 이용해 발표를 진행했다. 몇몇 강의는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강의시간이 끝난 후까지 강사와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였고 어느 강의실은 많은 사람으로 인해 늦게 온 사람들에게 출입을 제한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성형 시범
행사장내 가장 넓은 방인 그랜드볼륨에서는 제프 오이스트레이, 제인 쉘렌버거 , 라나 윌슨, 레스 로렌스, 베쓰 로, 마이클 쉐릴 등 6명의 유명 도예가들의 성형시범이 있었다.
각기 3명씩 오전 오후로 나뉘어 이틀 동안 진행된 시범은 뒤에 앉은 관람자들이 불편 없이 볼 수 있도록 비디오 촬영을 하여 작가들 뒤편으로 비춰주면서 계속되었다. 작가들의 능숙한 작업시범은 많은 참가자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여유롭게 이루어졌는데 성형시범을 하는 도예가 들은 성형을 하는 동안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질문에 자세하게 대답해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유머를 던지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진행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6명의 도예가 들의 슬라이드 발표는 많은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토 론
강의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패널도 열렸다. 대부분 3명이나 4명의 강사진들이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토의와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강사 중에는 한국의 건국대 서동희 교수가 “해외로 보내는 섬세하고 깨지기 쉬운 큰 도예작품을 포장하는 방법”이라 라는 주제 토론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 이외에도 가마 의사(Kiln Doctor)와 유약 의사(Glaze Doctor)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강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또한 기술/전문가적 강의라는 제목 하에 열린 마케팅, 가마, 장작가마, 국제 도예 스튜디오 등에 대한 강좌도 볼 수 있었다.
전시장 순례
NCECA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전시장 순례는 12일과 15일에 있었다. 참가자들은 미리 버스티켓을 구입한 후 3개의 라인으로 되어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갤러리와 미술재료상점 그리고 박물관 등에 방문했다. 1시부터 4시 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었는데 가보고 싶은 곳이 여러 곳이라 욕심을 내서 감상하다보니 차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박물관과 크고 작은 갤러리를 포함하여 작가의 개인 작업실 등 60여 곳에 작품이 준비되었으나 하루나 이틀 동안 전체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갤러리들이 여러 곳에 펼쳐져 있는 관계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함께 일부 불규칙한 버스 운행으로 참가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작품 슬라이드 발표
행사장내 마련된 여러곳의 강의실에서는 여러 도예가들의 슬라이드 발표가 있었다. 행사 첫날 등록을 한 도예가들에게 20분씩 주어졌는데 각자의 작업이나 작업실 소개, 도예행사 안내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슬라이드 프로젝터가 너무 자주 고장나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으나 한 곳에서 여러 종류의 폭넓은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획이었다는 생각이다. 참가한 도예가들이 발표 후 준비한 자료들을 참석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주기도 하고 발표가 끝난 후 관람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또한 대학원 학생들의 작품 슬라이드 발표도 계속되었는데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이 15분 동안 각자의 작품과 사용하는 가마 그리고 작업환경 등에 대해 진지하게 발표하였다.
영상물 상영
13일 목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5시 30분까지 영상물 상영이 있었다. 지난 5년동안 만들어진 영상물로 ‘도예의 세계’ 와 ‘도예 작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이지리아와 가나 그리고 에쿠아도르 등의 전통적 도예기법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이번 행사의 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는데 장소가 좁아서 편안하게 충분히 감상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다.
상설 홍보 전시회
행사장 지하에서는 도자기서적, 도예잡지, 도구, 가마와 물레 등의 기기 그리고 학교 홍보와 공예 스튜디오를 안내하는 부스 등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큰 관심을 보였다. 도예에 관련한 다양한 도구와 책, 잡지들이 조금씩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었으며 학교와 여러 도예 스튜디오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도 있어 유용했다. 그 중에서 중국의 도예도구를 파는 곳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것을 보고 필자는 한국의 전통 도예 도구들도 이곳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이 곳에 나와 있는 (재)세계도자기엑스포의 관계자들이 책자와 CD-ROM, 포스터 등으로 2003세계도자비엔날레를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매년 열리는 도자기위원회 작가들의 작품이 기증되어 판매한 후 이 행사의 기금으로 쓰여지게 되는 ‘싸일런트 옥션(silent auction)전’과 다양한 머그, 컵, 들을 볼 수 있었던 ‘컵 오브 메릿(cups of merit)전’도 재미있게 보았다.
행사 마지막날인 15일에는 기억되어야 할 4명의 원로 도예가와 올해의 선정 작가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NCECA조직위원회로부터 선정된 6명의 유망한 작가들은 각기 20분 동안 자신의 작품슬라이드를 선보이면서 작품의 배경이나 작업과정 등을 설명했다. 4개의 강의실을 모두 연결한 넓은장소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한사람 한사람의 작업이 소개될 때마다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도자 : 전통과 변모전’
행사기간 열린 많은 전시 중에는 반가운 2개의 전시와 성형시범이 있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박윤정 샌디에고대학 교수가 기획한 한국작가 18명이 참여한 ‘한국의 도자 : 전통과 변모전’과 한국작가들과 외국작가들 6명이 함께한 ‘현대 도자전 : 야외 조각물의 개념적 접근전’, 그리고 도예가 이강효씨의 대형 옹기 워크숍이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도예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필자에게 여러 의미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먼저 여러 사람의 노고 속에서 열리게 된 한국의 도예전을 외국에서 감상 할 수 있었다는 점과 행사장에서 만난 외국 도예가들에게 한국의 세계도자비엔날레에 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들은 뿌듯한 기억이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의 도예를 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고 또 알려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교류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도자예술의 세계를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으며 갤러리를 통해 미국도예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4일간 함께 한 도예인 들과 뜨거운 열정을 같이 호흡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
38회 NCECA는 2004년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인디아나폴리스의 인디아나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 그리고 영감들 : 예술과 과학의 연금술(INvestigation, INspirations,;The Alchemy of Art and Science)’이라는 주제로 열리게될 내년의 행사에서 다시 한번 흙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도자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느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주제인 ‘경계의 변화적인 흐름’(borders in flux)의 서문을 간단히 요약해보았다.
『20세기 실용주의의 발명이후로 우리는 미술세계내의 학문분야들 사이에서의 경계 가 완화되어 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또한 같은 예로, 더욱 빨라지는 통신수단과 함께, 국가 간과 문화간 그리고 문화간과 경제활동간의 구분 선이 경감되어 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가듯이, 문화의 특이함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희석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멀리 있는 이웃나라들이 가졌던 이국적인 형태들간의 융합으로부터, 새로운 예술이 태동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이 디자인이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러한 새로운 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문화적인 면과 전통적인 면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어떻게 예술세계의 경계를 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은 우리들의 창조와 질적인 개선의 인지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요?
NCECA 2003는 예술과 문화적 위치, 현대 표현주의들, 그리고 고대 디자인 이미지들 간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방법을 시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경계의 변화 적인 흐름’을 경험해보는 새로운 예능적인 탐구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필자약력
이화여자대학교, 동 대학원 졸업
visiting artist in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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