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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 현대도예의 변화
  • 편집부
  • 등록 2003-12-25 1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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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길홍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 교수 머릿말 2003년 올 한해는 이라크 전쟁이나 북한의 핵 문제 그리고 국내의 어지러운 정치판과 더불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가 신문에 연일 굵직한 기사거리를 만들고 있어 그 파급의 고통이나 심각성이 우리 문화예술계 전반을 침체된 국면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도예와 관련한 크고 작은 전시나 행사들이 매년 반복적으로 이어지거나 새로운 물꼬를 찾으며 마치 장거리를 릴레이하며 달리는 듯한 미묘한 상황을 보인 것이 올 한해 한국 현대도예의 현상으로 그 변화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도자의 속성이 흙과 불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현대라는 큰 범주 안에서 이를 미술 창작품으로든, 산업 생산품으로든, 생활 공예품으로든 그 변화의 폭을 섣불리 예견하거나 진단하기는 힘든 일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구체적 시각에서 보다는 큰 국면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몇 가지 변화의 맥을 짚어보고 그 변화로 말미암은 현상이나 지향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변화Ⅰ 한국 현대도예의 시발은 대학교육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5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도예와 관련한 예술적 토양을 일구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에서 특히 IMF를 거친 이후 작금에 이르는 상황은 대학에서 배출 된 많은 인력들이 현실적으로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도예와 관련한 대학들은 자구책을 찾는 가운데 특성화 내지는 문화 콘텐츠와 연관한 산업적, 상업적 또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며 새로운 탈바꿈을 시도해 가고 있다. 지방의 몇몇 대학이 폐과하기에 이르고 서울과 수도권 대학은 도예라는 오리지널에서 변질된 생활, 문화, 유리, 디자인, 장식, 인테리어 등의 신조어 또는 합성어에 의해 학과의 명칭을 개칭하는 시련과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제시대의 창씨개명에 비유한다면 웃고 말 일일까! 이것이 오늘의 현실로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첫 번째 상황이 아닌가 한다. 또한 올 한해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겠으나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문화 상품에 관한 다양한 제안과 함께 공방 도자의 활성화와 생활 도자기의 양적인 대두로 말미암아 도예가 대중에게로 접근해 가는 양상이 보다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양상을 긍정적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의 현대도예가 전통과 유리된 가운데 일품적, 예술 지향적으로만 모색되어왔던 과거 대다수 도예작가들의 의식에서 점진적 변화가 일어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의미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역리에서 순리로 전환되는 바람직한 상황으로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도자가 공예적 개념으로 환원하면서 점차 우리 생활에 정착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변화Ⅱ 두 번째 변화는 우리의 도예가 현대적 개념으로 진일보하면서 대다수 작가들의 어법과 해법에 참신함을 느끼게 하는 발전적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필자는 한국 도예의 발전 단계를 50년대 이후 2000년대 까지를 10년 주기로 구분하여, 50년대를 태동기로, 60~70년대를 성장기로, 80년대를 혼돈기로, 90년대 이후를 발전기로 나누고 있다. 여기서 80년대의 혼돈기는 문화예술의 급속한 해외 교류 확대나, 도예 인구의 양적인 해외 유학 등에도 기인된 것으로 선진 문화권의 유입에 의한 무질서와 가치체계의 혼돈이 이루어 진 시기를 뜻한다. 이와 같은 혼돈기를 거치면서 문화예술 전반에는 작가들의 자의식의 변화, 내면적인 성찰, 정체성에 대한 회복이 90년대를 성숙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전통의 무게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계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작가들은 자신의 독창적인 작업과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상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발상은 곧 표현의 모체가 되었으며 오브제 개념의 도입이나 관념적 성향의 도예가 대종을 이루며 변화를 가속시켰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소지의 선택이나 장식 및 표현기법, 성형이나 소성방법의 제반 공정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찾고자 했으며, 특히 중화도, 저화도 기법에 의한, 예를 들어 Raku나 Hand painting, Terrasigilata, 또는 Casting에 의한 다양한 기법을 응용도입 함으로서 조형적, 기술적 변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몇가지 전시를 통해서 관찰된 젊은 의식이나 사고, 나아가 기획의 참신한 제안을 소개하자면 ▶흙의 시나위가 펼친 <각양각색>전, ▶김순배의 <화·기·애>, ▶임선희의 페미니즘적 성향, ▶김광우의 Raku와 야생화의 만남, ▶이호상의 <인간이라는 자연, 그 진화에 대한 의혹>,▶<호(好)·호(昊)·호(壺)> 기획전, ▶이정석의 동물 형상을 주로한 전 등이 그들 작업의 독특한 이슈와 함께 힘찬 발언으로 한국 현대도예의 내일을 기대 하게 한다. 변화Ⅲ 세 번째의 변화는 국가간 도예문화 교류의 새로운 장(章)을 열어가고 있는 현상으로서 두드러진 예는 중국 도예계의 파워풀 한 대두이다. 일본의 경제적 침체나 소강국면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중국은 근년의 경제적 성장에 힘입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문화교류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최근 그들은 유인인공위성을 쏘아 올림으로서 축적된 첨단 과학기술의 저력을 온 세계에 자랑하는 입장이 되었다. 도예분야에서도 찬란한 역사에 숨겨진 저력을 이제 곧 국제무대에 등판시키고자 하는 개방적인 의지로 청화대학이나 경덕진 도자대학의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수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일본의 사가현이 오래 전 시가라키를 국제적인 도예무대로 만들어 일본의 도자 발전에 기폭적 역할을 했다면, 한국은 경기도가 세계도자기EXPO를 개최하여 한국도자의 문화적 위상과 발전적 향방을 찾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중국은 2004년을 맞이하여 경덕진 칭호 1000년을 기념하는 <경덕진 도자 1000년전>이라는 대규모 축제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중국 도예의 세계적 진출과 도약으로 수출시장, 관광 산업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여 도자 종주국으로서의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예기하자면 일본·한국·중국을 엮는 동북아시아의 도예 흐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Ⅳ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변화라는 것은 총체적 국면을 통해서 볼 때 나타나는 추이이며 결과다. 한국 현대도예의 변화와 발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그리고 올 한해 한국 도예계로서는 큰 수확이며 결실이 될 수 있는 미국에서 일어난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이는 도예관련 전시나 행사에 관한 사항이긴 하지만 문화 외교적, 가교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현상으로 일련의 변화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 첫째는 IA & A(International Arts and Artists)의 기획 요청에 의한 한국 현대도예 미국 순회전 이다. 3년간 미국의 저명한 박물관, 미술관을 순회하게 될 이번 전시의 커미셔너는 조정현 교수로서 56명의 한국 작가가 대거 참여하는 그야말로 메머드급 전시다. 이는 도자 문화외교적 측면에서도 하나의 개가를 이룬 셈이며 한국 도자사에 기록 될 만한 거사가 될 것으로 본다. 둘째는 ‘97년에 이어 미국 San Diego에서 NCECA가 개최됨으로서 San Diego City College의 박윤정 교수가 <한국의 도자-전통과 변모전>과 <현대 도예─개념적 접근전>을 어렵사리 기획, 유치하게 되어 우리의 도예를 적극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 셋째는 이라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도예전으로서 흙 작업을 통한 동양과 서양의 만남, 즉 한국과 미국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를 중대하기 위한 작가들의 직접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자세로 엮어진 결실이다. 2000년 뉴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시작된 이 만남은 필자가 롱아일랜드(Long Island) 대학에 교환 교수로 가 있는 동안 그곳 뉴욕(New York)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교수들 또는 작가들과의 진지한 의견을 나눈 결과로 이루어졌다. 첫 전시를 에서, 두 번째 전시를 첼시(Chelsea)의 에서 가지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 그 의미가 크다고 불 수 있다. 세 번째 전시는 2004년에 에서 열릴 것으로 계획하여 현재 추진 중이다. 마지막 넷째는 인사동 통인가게가 뉴욕(New York)의 맨허턴 32번가에 진출하여 지난해 10월 을 개관하였다. 한국 도예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그간 윤광조, 한길홍, 박순관, 노경조, 신상호 등의 작가를 초대하여 활달한 전시를 펼쳐 왔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록 미국에 국한된 상황으로 소개하였으나 우리 도예를 국제적인 무대로 옮겨가는 전향적이며 발전적인 그리고 분명한 변화이며 예감되는 진전이다. 맺는말 변화는 새로움의 탄생이며 발전의 토대로서 많은 시간의 흐름이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시도나 모색 또는 추구나 성찰을 통해 일어나게 된다. 급진적이거나 인위적인 변화도 있겠으나 인류의 역사 속에 일구어진 문화와 예술은 오랜 시간을 거치는 과정에서 인간들의 노력이 축적된 가운데 이루어진 결과다. 2003년을 보내며 되돌아보는 우리의 현대 도예는 결코 한시적 일 수 없는 연계성과 지속성을 보이는 가운데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 졌다. 아쉬움과 미력함은 우리들 작가들이 지고 가야할 업보이며 풀어가야 할 영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은 작가들의 가슴속에 담고 있는 열정과 끈기만큼 항상 변화하며 성숙해 나아갈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동대학원 졸업 도예개인전 7회 대한민국 공예대전 심사위원 한국공예가회상, 목양공예상 수상 한국현대도예가회 회장 역임 한국미술협회, 한국공예가협회 부이사장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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