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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희 여주대학 도자기공예과 교수
  • 편집부
  • 등록 2004-03-17 02: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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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 An Artist Clay World 집과 사람 글/사진 민지희 여주대학 도자기공예과 교수 서른 일곱 해의 삶 중학교 2학년의 여름방학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이 지금처럼 공부에 억눌려 살지 않아서 난 지루한 방학동안 화실에 다니기로 했다. 의외로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방학이 끝난 이후로도 계속 화실에 다녔고 이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이때 형성된 미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으로 지금까지 계속 작업할 수 있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꿈과 욕심을 갖고 뭐든 열심히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방학도 없이, 나 자신을 괴롭혔다. 어느 순간 나는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고 많이 외로웠다. 지금 생각하면 이 외로움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후로 내 삶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돈 들이지 않고도 이웃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웃는 얼굴이라고 누누이 말씀하신 아버지의 의도를 그때서야 깨달았다. 일상의 소중함과 내 자신의 중요함과 주변사람에 대한 배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90년도 초반에 한달반 동안 혼자 북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영하 40도의 추운 날씨, 낯선 장소,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정 등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은 지금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하게 낭만적인 아이템이다. 난 아침에 6시 30분쯤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개 밥주고, 8시쯤 출근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6시쯤 퇴근한다. 일찍 퇴근할 때는 개들을 위해 산책을 한다. 산책하면서 직장에서 있었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기가 막힌 일들을 다 털어 버린다. 이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턴다고 털리는 그런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더 큰 고민거리나 즐거움이 있어야 없어지는데 난 이제 이 방면에서 도사가 되었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작업을 할 수 있는데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냥 쉬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함께 끌고 나간다는 것은 각각의 일들을 볼 때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결과를 볼 때 완성도나 집중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 내가 가장 원하는 일, 내가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일을 순조롭게 해결하는 방법이다. 능력이 부족하여 해결 못하는 일이 생길 때는 하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이 세상에는 분명 불가능한 일은 있다. 아무튼 이 세상을 사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주변에 즐거움이 많아서 살만은 하다. 작업의 주제 난 작업하기 전에 어떤 작품을 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 추구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은 주변의 인물들, 산책, 대화, 티타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음악, 개 등이 주제가 되었다. 최근에 나는 내 몸뚱이가 하나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집과 사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내 손가락이 나무의 잔가지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섬짓하다. 여러 종류의 인간들, 여러 유형의 가족형태, 이 세상의 다양성이 내가 계속 작업 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다분히 주관적이고 자기애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내 안에 침잠하면서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어떤 공간에 머무르면서 이 인생의 고독을 자아도취로 떨쳐보려는 것이다. 난 계속 집과 사람에 대한 작업을 하려고 한다. 사람을 만드는 일이 즐겁다.그것도 큰 사람. 이것이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외부에 자극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정신적인 자유를 느낀다. 작업하는 과정에 몸이 힘들고 고달프지만 정신은 맑아지는 경험은 묘한 기쁨이다. 작업의 방법 작품을 감상할 때 나는 주로 이것이 조형적인가 아니면 표현적인가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인다. 예술이라는 분야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혼란을 피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이것이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 작업은 다분히 표현적인 작업이다. 너무 표현이 많아 수다스러워지거나 반대로 무뚝뚝해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사실 이 부분은 미숙해서 더 노력하고 있다. 초벌된 단순한 형태의 작품에 세라믹 펜슬이나 크레용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에어 브러쉬를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작업시 나는 주로 코일링 기법, 석고 캐스팅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데 방법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내 머리 속에서도 내 기술 한도 내의 것만이 떠오른다.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여 본인의 생각을 유감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재료의 선택도 문제가 있어서 똑같은 흙과 유약, 소성방법으로는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재료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러나 나의 여건상 작업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재료 쪽으로는 그저 생각뿐이다. 나 자신 스스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알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모든 일을 해결할 것이다.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려 헤쳐나가는 용기와 함께. 작가약력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동대학원 도예과 졸업 1회개인전 ‘일상' 토아트스페이스 2회개인전 ‘주전자전' 가나아트스페이스 3회개인전 ‘집과 사람' 사간갤러리 현, 여주대학 도자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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