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각발과 각접시에서 들리는 음율들
글/장계현 통인화랑 수석큐레이터
단국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이기선의 첫 번째 개인전이 통인화랑에서 열렸다. 이기선은 백자각발과 백자각접시를 중심으로 한 ‘두드림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가졌다. 이기선은 충남대를 졸업한 후 인테리어 회사에서 2년 가량 사회생활을 한 후 도예과로 뒤늦게 편입을 하게 되었다. 평생을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로써 도예를 선택한 작가는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백자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도 교수인 박종훈을 사사하고 작가는 전통적인 물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백자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주된 작업인 발(鉢)은 일반적으로 어깨가 생기지 않는 특성이 있고 어느 정도의 높이가 있으며 접시에서 몸통 위쪽이 덜 발달한 반원통형의 형태로 뚜렷한 배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버트 리드(Herbert Read)는 디자인론을 통해서 중공형태(中空形態)의 2분의 1인 입구가 표면적의 반 이하 이면 발(鉢)이 되고 4분의 1이하만 남았을 때는 접시가 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엄격한 구분은 어렵다고 하겠다. 종류로는 사발, 대접, 탕기, 종발, 종지, 차종, 술잔, 뚝배기 등이 있으며 기물의 형태가 밑면보다 윗면이 넓은 종류의 기물이라 하겠다.
이기선의 백자각발 작업은 물레 성형 후 면을 나눌 때 수레 뒷면으로 두드려서 형태를 잡아나간다. 이때 수레질을 하면서 두드릴 때 나는 소리에서 매료되어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흥겹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레질 기법은 전통 옹기를 만들 때에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각진 접시와 발(鉢)작업에서 수레질의 음율를 느끼면서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이기선의 백자각발 작업은 조선 것과는 형태상 유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물의 두께를 얇게 하여 조선 백자각기(白磁角器)에서의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움과는 달리 청자에서 느껴지는 날아갈듯한 고아(高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굽과 몸통에 전체적으로 각이 들어간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것이다. 작가는 도자를 감상하는 이들에게도 볼거리를 위해 백자각발과 접시의 바닥안쪽의 굽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각 작업을 하였다. 또한 작가의 발 작업은 높이 보다는 넓이를 넓게 하여 시원한 맛을 주는 것은 물론이며, 이로써 쓰임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하겠다. 첫 전시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겪을 수 있는, 즉 주제에 맞는 작업보다는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보여주려고 하는 오류에서 이기선은 비껴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첫 개인전으로 조심스레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작가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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