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출신 도예가의 손길 닿아
공장 같은 공방에서 탈피 안락한 분위기 연출
원목과 부드러운 조명을 이용해
따뜻한 느낌의 도예교실
선배가 후배를 지도해 회원 간 친목 도모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이영호 도예교실’은 흔히 생각하는 공장분위기의 도예공방이 아니고 아늑한 공간으로 들어서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지하 공간이지만 바닥에 나무 마루를 깔고 건조대와 작업대, 전시대 등은 모두 원목으로 짜넣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다. 가마, 물레, 토련기 등의 철제 기계들은 입구에서 보이지 않도록 배치하고 부드러운 조명으로 공장 같은 싸늘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썼다.
현재 50여명의 수강생이 작업하고 있고 그동안 이곳에서 배워서 자기 작업장을 마련해 나간 회원도 있다. 50여명의 수강생을 모두 관리하려면 적잖은 손이 가고 뒤치다꺼리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영호씨는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예교실을 운영해 나감으로서 자신의 작업 공간과 시간을 보장 받고 있다. 우선 이 도예교실은 주부들을 비롯한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 여느 도예교실과 다르지 않지만 도예교실 안에서 잡담을 하거나 작업 외의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좀더 일찍 배운 수강생이 나중에 온 수강생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회원 간에 친밀감도 높이고 오히려 강사에게 배우는 것보다 서로 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작업공간과 구분된 휴식공간은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줄여준다.
도예교실 운영은 좋은 위치 선정이 최우선
회원들에게 작품 전시 창업을 위한 정보제공
이곳 도예교실에는 커피향이 가득하고 늘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이영호 도예가가 제안하는 도예교실의 성공비결에는 몇 가지 철칙이 있다. 도예가 개인의 작업장만으로 사용할 용도가 아니고 수강생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라면 위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구밀도가 높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로 대표되는 베드타운(주거지역)에 4차선 이상의 도로 옆에 위치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다. 이영호 도예공방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는데다가 버스가 다니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특별한 별도의 홍보 없이도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수강생이 많다. 또한 지역신문과 관련 잡지에 홍보해 개방된 공간임을 알려 도예에 대해 전혀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도예교실 운영자는 작가적인 역량이 뛰어나고 그에 따라 활발한 작업과 전시회를 통한 작품 발표도 꾸준해야 수강생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 수강생들에게도 그룹전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갖게 하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회원전을 기획함으로서 전시회를 준비하는 1~2년간 수강생을 유치할 수 있다.
이영호씨는 도예를 전공하지 않고 건축가로 일하다가 뒤늦게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워 도예가가 됐다. 작업기간이 길지 않지만 열정적인 작업으로 전시활동도 활발하다. 이영호 도예교실의 수강생들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추게 되면 자신의 작업실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초벌 시유하지 않는 옹기상감기법으로
수강료 절감
주번 활동으로 회원 모두에게
동등함 책임감 부여
이영호 도예교실은 강사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수업방식을 채택한 대신 저렴한 수강료로 회원들이 편한 마음으로 열심히 작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수강료는 일주일에 두 번 수업에 재료비, 소성비 포함해 월 10만원이다. 또한 도예교실은 반장이나 회장을 두지 않고 회원 모두에게 번갈아가며 주번을 맡게 해 동등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옹기토에 상감하는 기법으로 작업하는 이영호 도예가의 영향으로 이곳에서 배우는 수강생들도 옹기 상감을 주로 하게 되고 초벌과 시유를 하지 않는 이런 작업방법이 수강료를 낮출 수 있었다.
이영호 도예가는 “도예교실을 운영할 때 자신의 작업과 수강생 지도를 별개로 생각하면 일이 너무 많아집니다. 작업실을 공유하며 서로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킬 것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말로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수강생들에게도 더욱 효과적이고 수강생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고안해 낼 수 있도록 월간도예와 관련미술잡지 등을 비롯한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구비해 둔다.
운영자가 먼저 관련지를 활용해 소식을 꼼꼼히 점검하고 좋은 전시가 있으면 회원들에게 권해주기도 한다. 이영호 도예가는 수강생을 받고 작업 하는 것을 투잡(Two-Job)으로 여기지 말고 함께 작업장을 공유하며 서로 돕는 관계로 여기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강조한다.
서희영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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