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미학의 탐색 - 김형재
글 박두원 _ 전각가
백자와 청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하였고 또 그 미학적 근거도 마련하였지만 백자와 청자의 과도기에 존재했던 분청에 대해서는 아직 그 미학적 근거가 청자나 백자보다는 미약한 편이고 역사적 배경도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분청사기는 세계 도자기사에서 가장 한국적인 자기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연구와 함께 분청사기계승이 이 시대 도공들의 숙제이며 이에 일생을 건 젊은 도공들이 많이 있다.
“역시 분청인 것 같아요”
“왜요?”
“백자나 청자보다는 훨씬 따뜻하게 느껴져요.”
“완결성이 부족하지 않아요?”
“그 점이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분청사기에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서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그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걸 찾아 만들고 싶습니다.”
분청사기에 빠져 든 김형재의 말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한 그는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 있는 미아리에 작업장을 열고 분청사기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물레나 성형의 기본기를 강조한다. 충실한 기본기에서 다양한 변화와 창작성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분청사기는 다른 면이 있다. 기물의 형태는 고전적이고 정형적인 것에 머물지만 그 표현은 마치 서예와 문인화를 보는 듯하다. 한자(漢子)에서도 회화성이 강한 고문체(古文體)를 응용하여 기물에 표현하기도 하고, 심플한 도형(圖形)을 변형하여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작업태도를 통해 그가 얼마나 새로운 분청사기에 대해 노력하고 고민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가 표현하는 분장의 붓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면 양감과 질감, 그리고 분청만이 갖는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다.
김형재는 지난 겨우내 작업한 분청대접을 가지고 올해(2004년)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북상시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일본인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고 작품도 많이 팔렸다며 환한 얼굴로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이런 결과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복사된 이미지의 작품은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실증을 유발시키기 마련인데 그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가 나타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분청에 대한 탐색이 어떻게 변화되어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나에게,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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