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창귀 _ 도예가
필자는 얼마 전 본인의 전시를 마치고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 하나는 전시 내용에 관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작품판매에 관한 이야기였다. 선배는 작업 내용을 좀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으로 시도하는게 어떠냐고 제시를 했다. 작품판매 보다는 의미와 내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다 맞는 충고였고 그런 고민은 학부나 대학원에서 많이 고민해 왔던 것들이었다.
대학원을 마치고 필자가 내린 결론은 전업 작가로써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도조작업과 전통을 계승한 작업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관한 고민을 지속했다. 전통적 작업과 조형작업을 병행해 오던 필자로서는 외국에서 작업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작업한 현재의 작업, 그것이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작업이라 결론을 내리고 그로인해 현대 조형작업의 폭을 좀더 포괄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전통적 작업의 영향은 수공이 많이 가는 것에만 집착하게했고 그로인해 작업의 조형적 요소만 쫓다가 공예적 요소의 장점을 잃어버렸던 필자의 작업을 깨닫게 되었다.
이 부분들이 요즘 들어 처음에 얘기했던 전업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주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조형작품에 대해 좀더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을 원했으며 그런 소비자들의 심리와 일치되었던 몇몇 작품들은 꼭 판매가 되었다. 사실 필자가 학생시절만 해도 너무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전체 작업에서 30%는 조형적 요소를 생각한 새로운 시도의 작품들-판매와는 무관한- 이었고 나머지 70%는 30%의 작업에서 파생된 것으로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실용성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작업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30%의 작업에서 파생된 내용을 반드시 사용하여 전체적인 동질감과 통일성을 주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2m 크기의 큰 새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30cm 크기의 작을 새들을 모델링작업으로 100여개 정도 만들어야 했다. 작은새는 큰새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소품가격으로 정해 소비자들이 적은 돈으로도 조형작품을 공감할 수 있게 하고자한 시도였다.
이러한 점들은-수공이 많이 가는 공예적 작업- 조형적 작업보다 판매가 더 잘 되었고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얼마 전 흙 작업하는 한국의 작가들에게 한 외국인 작가가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한국에 왔을 때, 10년 전 한국의 작품경향이 현재의 경향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새로움이 없는 똑같은 작품 일색이라는 의미였다. 또한 마치 한 사람이 작업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고민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대략적으로 보자면 한사람의 작업이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큰 이유일 것이고, 돈이 된다면 비슷한 아류의 작업으로 모방하는 태도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나쁜 습관은 작업자가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때 본인의 경험과 수많은 드로잉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서적들 속의 작품을 보고 혹은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유사하게 흉내 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대중들에게 내놓을 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끌려 다니면서 작가의 주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생활이 어렵더라도 작가로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열악함이 작가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회화나 조각작품에 비해 도조작품은 턱없이 싼 가격에 판매되는 현실이고, 사계절의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기후조건도 도자제품에 많은 영향을 준다.
도자제품이 잘 팔리는 시기는 3월초 초봄부터 5월 어버이날, 스승의날까지이고 7, 8월 휴가 장마철은 거의 판매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추석연휴전과 연말연시의 기간으로 들어서면 그 시기는 더욱 좁혀진다. 물론 다른 업종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유난히 경기를 민감하게 타고 회복도 느린 곳이 도자기 시장이다.
이러한 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 부동산붐, 건축붐과 더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층들은 새로운 예술적이고 조형적인 건축 재료와 소품들을 찾고 있다. 이러한 소비층들은 작가들에게 작업의 질적 양적 풍부함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자면, 타일 업계에서는 이태리제 고급타일을 쓰는 대신 작가의 작품성이 있는 타일을 원하게 되었고, 욕실용품 등도 같은 추세이다. 이런 점들이 작가들에게는 시공주와 상의해 작가의 의도나 조형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조형성 이외에 실용성도 도모할 수 있어 일반 조각 작품보다는 선호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유럽, 미국 쪽의 디자인을 복사해 사용하던 인테리어 공예 사업체들이 참신한 소재를 찾기 위해 공예작가들을 많이 찾고 있고 서로 연결되어 성공한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련의 상황들은 작가들이 잃어 버렸던 공예적 개념을 다시 찾는다면 소비도 늘릴 수 있고 전통도 계승할 수 있으며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품정도나 팔고 있는 필자 본인이 도자 조형의 대중화라는 큰 주제를 논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듯 하다. 그동안 도예계의 많은 선배들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오셨고 여기서 본인이 논한 것은 이런 노력하는 바를 다시 한번 상기하자는 것이다.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20여회
이문동 레미안아파트 도벽설치, 세계도자기엑스포 토야제작,
파주 헤이리아트벨리 한향림갤러리 도벽설치
현, 원광대 강사, 예빈크라프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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