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아 _ 스웨덴리포터 사진 아니캬 스벤손 제공
이번 호에 소개하는 도예가 아니캬 스벤손Annika Svensson은 스웨덴 내에서는 도자벽난로 도예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스웨덴의 석사출신 현대도예가들 중 유일하게 도자타일 벽난로를 제작하고 스웨덴의 전통적인 도자벽난로를 복원·재현까지 하는 작가로, 흑판성형기법과 장작가마번조를 주로 하고 있다. 아니캬는 올해 4월 17일부터 5월 9일까지 욧데보리의 도예전문화랑 레르베르크Lerverk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초대 개인전과 두 번째 개인전에서 모두 도자 벽난로를 중심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열린 세 번째 개인전에서는 전시장의 크기가 작아 작품의 규모가 큰 벽난로 작업 등을 전시하지 못했으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같은 기간동안 그녀의 도자타일 벽난로 작품 중 「White」는 핀란드의 <휘스카스Fiskars>에서 열린 <비트(VIT: 스웨덴어로 하얗다는 뜻으로 이 전시회의 모든 참가 작품은 흰색을 전시개념으로 했다)>에 전시되었으며, 또한 스톡홀름에서 열린 스웨덴 건축전과, 네스 성Naas castle의 공예전에도 서로 다른 벽난로 작품들이 초대·전시되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왔던 식물과 꽃의 형상을 조각적인 오브제 또는 기능적인 용기 등으로 단순히 처리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한, 자유로운 유기적인 형상은 그녀가 예술인으로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와 오스트리아의 훈데르트바세르의 예술언어를 그녀 방식대로 해석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모두 토기질 점토를 사용하였으며 선명한 녹색, 노랑, 강열한 붉은 광택유들은 밤에도 태양이 떠있는 스웨덴의 여름이 다가오는 5월(전시기간)에 잘 어울리는 색조들이었다.
1. 아니캬의 도자타일 벽난로와 제작방법
춥고 긴 겨울과 풍부한 산림을 가진 스웨덴인들에게 벽난로는 북유럽의 기후와 관련하여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실내건축요소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벽난로는 한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들을 한 곳에 모아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며, 방문객들에게는 따뜻한 환영의 느낌을 주는 집안의 중심점이 되어준다. 이러한 벽난로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말로 스웨덴어의 벽난로라는 단어 ‘헤르드’는 단지 벽난로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사는 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니캬는 이러한 전통적, 상징적 의미의 벽난로를 완전히 수작업으로 제작하며 현대적,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아니캬는 벽난로를 제작하기 전 항상 모델을 먼저 제작하는데 우선 벽난로가 설치될 장소의 규모를 직접 재고 방의 크기에 따라 10분의 1 또는 20분의 1 크기로 3D 모형의 방을 만든 후 여기에 맞는 벽난로의 크기, 위치, 형태를 결정한다. 벽난로의 모형크기가 결정되면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 뒤 이에 따라 모형크기의 벽난로를 제작한다. 벽난로 몸통의 모형제작이 끝나면 벽난로의 겉 표면에 붙일 도자 타일의 크기를 결정하고 실제크기의 샘플타일을 만들어 초벌과 재벌번조를 한 뒤 건조 후와 번조 후의 수축률을 계산하여 실제 제작될 타일의 크기를 결정한다. 벽난로는 우선 타일을 붙일 벽난로 몸통부터 제작하는데 몸통은 대부분 점토판을 잘라 쌓아올리거나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을 한다. 유약 역시 샘플타일에 여러 유약을 실험한 뒤 벽난로의 형태와 설치될 방에 어울리는 유약으로 결정한다. 사용자로부터 특별한 요구가 없는 한 보통의 경우 토기질 점토Earthenware를 사용하며, 광택 타일들은 광택토기질 유약을 시유하고 전기가마에서 산화번조하거나, 무광택 타일들은 환원분위기로 소금가마나 장작가마에서 번조하는데 작가 개인적으로는 벽난로에 불을 피웠을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타일 표면에 다양하고 우연한 색조가 얻어지는 소금가마번조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한다. 토기질 점토를 사용했을 경우 번조온도는 섭씨 1040도를 기준으로 번조하며, 완전히 완성된 평범한 크기의 도자타일 벽난로의 설치에는 최소한 4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벽난로의 문 손잡이 굴뚝 연도 등 기타 필요한 부분은 각각의 벽난로 형태에 맞추어 특별히 따로 디자인하여 제작한다. 벽난로의 형태, 크기, 색채, 점토의 재질, 구조 등은 벽난로 내부의 연도 방식과 함께 잘 조화되어야하는데 일반적으로 아니캬가 제작하는 벽난로 내부의 열기송관은 다섯 개의 연도를 설치한다. 다섯 개의 연도 방식이라고 흔히 불리는 이 시스템은 1767년 스웨덴의 건축가 칼 요한 크론스티드Carl Johan Cronstedt와 화비앙 레드Fabian Wrede가 발명한 것으로, 장작을 서서히 낮은 속도로 태워주면서도 아주 효율적인 열을 방출하며 소량의 장작으로도 다른 방식을 이용한 벽난로들보다 따뜻하여 연료절감에도 좋은 이 시스템의 벽난로들은, 도자벽난로에 도자타일을 붙인 것이 관례적이며 스웨덴과 같이 산림이 풍부한 나라들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벽난로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아니캬의 홈페이지(www. keramik-kakelugnar. com)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이 홈페이지는 스웨덴어와 영어로 그녀의 도자 타일 벽난로와 제작방법, 도예작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아니캬가 벽난로를 제작하는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그녀가 HDK 재학 중 건축과 환경도예수업에 아주 성실했던 학생이었을 것이라고 느껴졌는데, 그녀가 재학하던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HDK 도예과의 석사과정에서는 건축과 환경도예의 제작과 설치라는 전공필수과목이 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본인이 희망하는 실제 건축물이나 실존환경을 선택하여 현장사진촬영, 건축설계, 3D건축모형, 모델작품의 제작과 설치 계획, 총 공사비용 등의 예산과 세금계산법 등을 배우게 하고 작품이 끝나면 실제의 건물주를 초대하여 본인의 작품을 건물주 앞에서 직접 브리핑하도록 하고 있다. 이 코스를 통해 사실상 여러 학생들의 작품계획이 건물주로부터 채택되어 실제 프로젝트로 연결되었으며 작품들이 제작·설치되었다.
매우 현실적이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아니캬는 단지 예술적·미적 외관만을 고려한 벽난로가 아니라 기능에 충실한 작품을 제작하기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 덴마크의 국립요업연구소에 의뢰하여 그녀가 제작한 벽난로의 성능 등 기능성을 현재 실험중이라고 한다. 아니캬는 HDK 재학 중에도 타일 프로젝트가 끝난 후 본인이 제작한 타일들을 도예과 입구의 문 주변 벽에 직접 설치하여 제작한 타일의 실용성을 직접 테스트해보는 열성을 보였던 학생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이 작품은 HDK의 전면적인 내부수리로 자취를 감추었다.
(다음 호에 계속)
필자약력
이화여대 및 동대학원 도예과 졸업
스웨덴 국립 욧데보리대학교 대학원 석사(MFA)
핀란드 헬싱키산업미술대학교 대학원 박사(Doctor of Art)
개인전 2회(스웨덴), 국제학술대회 논문발표 3회
핀란드 UIAH 도자연구소 전임연구원 및 도예과 전임강사 역임
현재, 스웨덴 욧데보리대학교 전임강사(공예학부) 및
전임연구원(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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