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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리승철 도예전
  • 편집부
  • 등록 2004-12-27 0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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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7 - 2004.11.23 경인미술관 흙과 물과 불과 함께한, 그의 긴 시간들을 유추해보며 글 임채준 _ 방송작가 새가 연상시키는 상징은 수없이 많겠지만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건 자유가 아닐까? 끝없는 창공을 제 맘대로 훨훨 나는 새들의 날개짓은 어쩔 수없이 온갖 제약의 틀 속에서 살아야하는 사람들에겐 영원한 부러움이고 동경의 상징이다. 근간에 리승철의 작업실을 찾은 적이 있었다. 자정을 넘긴 늦은 밤이었고, 예고도 없는 무례한 방문이었다. 가마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지켜보다 일부러 기척을 내자 그제야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시회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으니 예고 없는 방문객이 반가울리 하나 없었겠지만 특유의 넉넉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문외한이란 게 원래 눈치 없음과 뻔뻔스러운 주접으로 무장된 사람이기에 초조하기 짝이 없었을 그의 의중은 아랑곳 않고 시간을 한참이나 망가뜨렸었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되지도 않는 아는 체를 해가며 던지는 질문들에 미간 한번 찡그리지 않고 고분고분 답을 해준 건 그의 타고난 성품 탓이리라. 무식한 질문 중에 이런게 있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뭐요?”-도예전에도 주제가 있어야 하나? 그게 말이나 되는 질문이었을까? 다행히 그는 우문을 비웃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일단은 들려줬다. “주제라고까지 할 건 없고요. 이번엔 그냥 쉽고 편안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전에 두 번 전시를 가졌었는데 그땐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만 앞섰던 거 같아요. 사람이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기 시작한 역사가 얼마나 긴 세월이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만의 것,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전무후무한 작품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웃기는 욕심이겠어요.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도 다 잊고, 그냥 내가 빚고 싶은 형상과 색을 내키는 대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이런 생각 자체도 또 하나의 구속된 틀에 갇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전시된 리승철의 작품들은 우선 쉽게 읽히고 쉽게 눈에 들어온다. 주전자는 주전자 같고, 그릇은 그릇 같다. 하나하나의 선들은 한결같이 부드럽다 멀찍이 떨어져서 봐도, 눈을 들이밀고 다가가 봐도, 미풍을 그리는 부드러움과 수평선이 안겨주는 편안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전의 그의 작품은 어려웠다. 이건 뭘 표현한 건가? 어떤 용도의 자기에서 감을 얻은 걸까? 감상하는 이들을 난해하고 심각하게 만들었다. 자연에 순응하는 선-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가 흙과 물과 불과 함께 하며 가졌던 시간들을 유추해 본다. 즐거움만이 가득한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고뇌로 점철된 고통의 세월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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