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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균 청백자 청화백자전 2003. 5. 12 ~5. 21 인데코갤러리
  • 편집부
  • 등록 2003-07-05 12:48:17
  • 수정 2016-04-15 23: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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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균 청백자 청화백자전 2003. 5. 12 ~5. 21 인데코갤러리 마음을 정화시키는 백자 글/김숙경 미술평론가 몇 달전 한 문인의 집이 철거 되었다. 낡은 한옥을 보수 유지할 여력이 없는 후손과 아무 생각 없는 서울시는 그 유서 깊은 곳을 과감하게 부수어 버렸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우리네 정서가 또다시 부끄럽고, 우리 아들 딸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조선백자를 공부하러 일본으로 가야 하고, 조선 도공의 후예가 우리 땅에는 없지만 일본 땅에는 있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정희균은 되돌아 보기와 되찾아 보기라는 답을 제시한다. 정희균의 백자에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마력이 있다. 그것은 백자라는 하얀 색깔에서 비롯되는 것 같지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비와 같은 깔끔한 모양새와 정갈한 마무리가 감상자를 긴장시킨다. 군더더기 없는 조형감각은 마치 정장을 입고 감상자를 맞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덩달아 옷 매무새라도 단정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가 마음과 정신에까지 번져 묵은 때를 밀어내게 된다. 청화백자 산과 정자문 큰 접시는 작품은 실물을 감상해야 한다는 정설을 새삼 떠올릴 정도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우선은 크기부터 눈에 띠지만, 실제의 크기보다 더 크게 만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정 가운데 자리한 정자문은 전체 크기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지만 간결하고 청명한 색채로 산뜻하다. 접시 가장자리에 장식처럼 새겨진 산의 모양 역시 기하학적인 곡선으로 간단하다. 나머지 공간은 여백으로 남겨 두었다. 이 공간은 원래의 모습보다 확장되는 느낌을 가져다 주어 실물보다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더구나 푸르스름한 유약이 접시 안에 살짝 고여 있어 공간의 깊이까지 가져다 준다. 결국 우리는 호수 안에 있는 정자를 보고 있는 것과 같아 진다. 청백자 다면각 큰 항아리는 포근하고 넉넉한 여유가 있어 조선시대의 달 항아리를 연상하게 한다. 각이 있지만 예리하지 않은 엷은 모서리를 가지고 있고 서로 대칭되는 수학적 요소가 있지만 계산적이지 않아 오히려 더 부드러운 환경을 조성한다. 풍만한 항아리와 세련된 무늬는 오늘날 공예인들에게 숙제처럼 여겨지는 전통의 현대화에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정희균의 백자에는 색다른 포도 장식이 있다. 백토이장을 눌러 짜 그린 후에 청화 안료를 입혔는데, 그 선이 가늘고 섬세하여 수채화나 담채화를 대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건어문도 그가 즐기는 것 중의 하나이지만, 포도문은 화려함 때문인지 강한 인상이 남는다. 표면을 거의 덮는 포도 그림은 항아리나 접시의 모양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형태보다 그림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림으로부터 받은 감정을 바탕으로 형태를 본다는 말이다. 이것은 도예가에게 공예 이상의 또 다른 것을 주문하고 있음이다. 즉 문양 그리는 일이 형태 만드는 것 이상으로 비중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늘 보아 왔던 도식적인 문양이나 정형화된 것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것을 표현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만큼 어렵고 쉬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리저리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면 급하게 움직이는 우리네 사회와 동떨어져 결국 낙오자가 되지 않겠는가 라는 피해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국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정희균의 백자를 보면서 믿고 싶어 진다. 장인정신은 아직도 살아 있고, 그 덕에 이나마 우리들의 정서가 아직도 메마르지 않고 있다고 말이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식탁 위에 있던 로얄알버트 장식접시 대신 정희균의 작은 타원 접시를 세워 놓았다. 그의 접시 안에 있는 작은 물고기와 산과 해와 달이 매일 매일 말을 건네 온다. 이 작은 접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온 가족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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